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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May 06. 2022

모두 바람의 짓이다

 - 몰입의 시간

글쓰기 모임의 열다섯 번째 글감-  ‘몰입’       



몰입(flow)이란 주위의 모든 잡념을 차단하고

어느 한 곳에 자신의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일을 말한다.

하나를 얻고 전부를 잊는 것?

아니

종국에는 그 하나까지 잊고, 나 자신도 잊는 것!

어쩌면 몰입은 ‘멍-’하고도 통하는 면이 있다.      



우리를 몰입의 상태로 이끄는 건  

모두 바람의 짓이다.

눈앞에서 반원을 그리며  

최면에 들게 하는 추(錘)처럼

바람은 우리를 몰입의 순간에 빠지게 한다.  


  

  


불꽃의 붉은 혓바닥을 일렁이게 하는 것은  

바람이다.

그 붉은 유혹을 당해낼 자는 없다.

결국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불꽃의 춤사위에 홀려

시간을 잊는다.

우리는 그것을 불멍이라 부른다.     



 


물결의 규칙적인 출렁임을 보라.

저 역시 바람의 짓이다.

강물은 고요히 침묵하고 싶었지만

바람은 그를 요동치게 하여

우리를 그 출렁임에 빠져들게 한다.

그렇게 나를 잊는다.

물멍의 세계다.     



 

구름에 마음을 뺏겨본 적이 있는가?

하얀 솜뭉치가 모였다 흩어진다.

어디로 가는 걸까 괜한 것이 궁금해진다.

형체 없는 물방울의 결정(結晶)을

모이게, 흩어지게, 어딘가로 이끄는 것도

다 바람의 짓이다. 

그렇게 고개를 치켜들고 발걸음을 멈추고

우린 방향을 잊는다.

그 경지를 구름멍이라 명명하자.       





시각보다 오래 기억되는 것은 후각이다.

식욕을 돋우는 것 역시, 미각보다 후각이다.

커피도, 와인도 그 정체를 먼저 알아채는 것은

후각이다.

몸과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향기를

우리에게 이끄는 것 역시,

소리 없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바람의 짓이다.

우리는 심신의 긴장을 잃는다.    

향멍이라 부르는 것은 어떠할지     



모두 고마운 바람의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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