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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May 04. 2022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

글쓰기모임 열세 번째 글감

–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 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나는 일곱 살 박건규입니다. 

이 사진은

낙동강 옆에 있는 할머니 댁에 가서 찍은 사진이에요.

그때 내 동생 다현이는 한 살이라서 엄마랑 집에 있고

나는 다섯 살 오빠라서

혼자서도 씩씩하게 할머니랑 산책을 하러 갔어요.


유채꽃이 노랗게 피었어요.

유채꽃도 노란색,  

내 모자도 노란색이에요.

노란색은

내동생 다현이가 제일 좋아하는 색이에요.

나중에 다현이가 혼자 걸을 수 있을 때

같이 와야지 생각했어요.   

   


"건규야~"

할머니가 자꾸 내 이름을 불러요.

내가 돌아보면 나를 보고 할머니가

자꾸 웃어요.     




나는 오토바이 배달부가 되고 싶었어요.

왜냐면요~ 걸어 다니는 게 너무 힘들 때가 있거든요.

근데 엄마는 자꾸 피부과 의사 선생님이 되면 어떨까 하지만

요즘 나는 다시 꿈이 바뀌었어요.

택시운전기사님이 되고 싶어요.

내동생 다현이는 엘사공주나 백설공주가 꿈인데

내가 택시기사가 되면 태워줄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수영도 잘하고 공놀이도 잘하고

힘도 세요.

내동생을 잘 돌보는 힘센 멋진 오빠야가 될 거예요.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난다’는 시구(詩句)를 읽으며

나는

두 해전에 유채꽃밭에서 찍은 건규 사진이 떠올랐다.

나를 이모할머니라고 부르는 이 아이는,

노란 유채꽃보다 환하게 세상을 밝히는 이 아이는

그 어떤 풍경보다 내게 아름답고 감동이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아이가 들어선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풍경이었다.


뒤에서 자꾸 ‘건규야~ 건규야~’ 부르고 싶어진다.

돌아보는 아이의 눈동자도,

싱겁게 씨익 웃는 아이의 미소도,

모두가 풍경이다.      


앞으로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고,

아빠가 되겠지.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고

아빠가 되어서도

유채꽃밭 건규처럼

함께 있는 모두에게

풍경으로 피어나기를      

아름다운  

풍경으로 피어나기를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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