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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정할 정 Oct 08. 2020

단정: 미니멀 라이프, 더러운 방

20대 미니멀 라이프

© jorgeflores, 출처 Unsplash


제7장  더러운 방





미니멀 라이프를 하며 깨끗해진 방과 청소가 취미가 되어버린 나를 보며

과거와 너무 대비되는 모습에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구나 하시며 놀라워하시는 아버지.






최근 나를 부르러 열어 본 방을 둘러보시며 미래에 있는 듯한 묘한 느낌이 난다고 하시며 웃으셨다.







과거 정리하지 않는 방을 도저히 봐줄 수 없다고 느껴질 때 아버지가 나서 주셨다. 나를 대신해 방을 쓸고 닦아주시고 지저분하게 놓인 쓰레기도 치워주시며 밖에 나갈 때 모습과 같은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가꾸라고 하셨다.







내 공간에 대한 애정도 없고, 욕심껏 벌려놓은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정신없었다.

집은 잠만 자는 공간으로 사용했고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끝내고 반 수면 상태로 돌아와 널려진 옷가지 위에서 옷을 이불 삼아 잤던 적도 꽤 있었다.

이시절에 방은 친한 친구라도 보여줄 수 없는 부끄러운 공간으로 방치되었다.







정리를 하지 못하는 수많은 이유를 가져다 붙였다.

옷장이 작아서,

방에 있는 피아노가 너무 커서 정리해도 똑같다고,

방 베란다는 너무 좁고 길어서 공간 활용이 안 좋다고,

치우고 정리하는 시간에 1분이라도 더 자는 게 나를 위한 일이라고,

정리를 할 에너지도 남기지 않고 집에 돌아와 잠만 자고 일찍 집을 나섰다.







어쩌다 스케줄이 없어 집에 있는 시간이 생기면

짐들을 피해서 몸을 놓을 공간을 만들고 그 시간을 버텼던 것 같다.








밖에서는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는데 신기하게도 집에서 물건을 자주 잃어버렸다.

핸드폰을 어디에 두었는지 이어폰은 어디에 있었는지 가방, 안경, 충전기 등등

수많은 물건들 속에 숨어있는 그림처럼 찾는 물건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물건을 찾다 학교에 지각한 적도 있었고, 교통카드를 두고 나와 버스를 놓친 적도 있다. 정신없는 공간처럼 내 머리 속도 정신없었다.









정돈되지 않았던 방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부정적인 감정들이었다.

물건을 찾다 놓친 버스를 두고 물건도 못 찾는 한심한 사람이라며 비난했고,

모든 준비를 끝냈지만 핸드폰을 찾느라 시간을 다 보내 약속에 늦게 나가면 억울한 마음에 사과보다는 변명하기 바빴다.







억울하고 바빴다. 몸도 마음도.

여유 없는 나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도 툭툭 내뱉었다.








이런 내가 어떻게 청소를 하게 되었을까?

하고 싶은 일이 잘 풀리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찾아왔다. 에너지를 채워주던 일들은 더 이상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않았고. 방에서 버텨야 하는 시간들은 늘어갔다. 바뀌지 않는 상황을 탓하며 비난하고 욕하다 지쳐 버린 나는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고, 행복해지고 싶었다. 행복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검색하고 그동안 찾던 큰 행복에서 벗어나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뀔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비우기 시작했고, 방을 가꿔 나가며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








미니멀을 알게 되고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는 세상에서 내가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것을 소유하며 살아가는 삶이 더 마음에 들었고,

방이 조금씩 정돈되가며 고갈되었던 에너지도 조금씩 채워졌다.








더러운 방과 정신없는 일상에 지쳤던 나,

이젠 정돈된 공간에서 채워진 에너지를 통해 새로운 것에 하나씩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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