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미니멀 라이프
제21장 미니멀하지 않을 것
요가를 시작한 지 일 년 반을 기점으로,
반년 동안 요가복을 하나하나 고민하며 채워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구입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충분한 양의 요가복이 옷장에 채워져 있다.
그동안 취미로 무언가를 시작할 때
장비를 최소한으로 가지려고 노력했다.
발레를 몇 년 동안 꾸준히 다니고 있지만
내가 가진 발레용품은 항상 미니멀했다.
꼭 필요한 발레용품은 하나씩,
자주 세탁해 관리해주어야 하는 레오타드와 타이즈도 필요한 최소한만 소유하고,
교체시기가 되었을 때 기존에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채웠다.
이 공식이 깨졌다.
1년 반이라는 기간 동안 꾸준히 요가를 하며
내가 가진 옷을 잘 활용하고 싶어
요가복을 따로 구입하지 않고 집에 있는 편한 옷을 입고 수련해 왔다.
요가 수련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는 내 모습을 보고 말씀하신
취하신 아빠의 한마디,
옷이 후줄근하네,
부끄러웠다.
그 말에 타격을 받았던 이유,
사실 나도 속으로 내 옷차림을 부끄럽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말 한마디를 곱씹으며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들여다봤다.
자주 입어서 허리가 늘어난 바지
자주 세탁해서 낡은 반팔을 입고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는데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순간 알아차린 나의 마음,
이건 나를 위한 미니멀이 아니야!
내게 필요한 물건까지 미니멀하게 유지하고 싶었고,
물건의 수를 늘리지 않겠다 집착하는 모습을 마주했다.
물건이 늘어나는 것이 싫어서,
편안하지만 오래된 옷을
비우지 못하고 요가복을 대신해 입어왔던 나는
이 깨달음을 계기로,
편하다는 이유로 비우지 못하고 입었던 후줄근한 옷들을 헌 옷 수거함 비웠다.
아빠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난 뒤,
편하지만 더 이상 마음에 들지 않는 후줄근해진 옷을 입기보다는
착용한 모습이 마음에 드는 편안하고 예쁜 옷을 입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옷장에 편하고 예쁜 운동복은 없었기에 운동복을 채울 때가 왔구나 생각하며,
그동안 예쁘다고 생각해 사실은 후줄근한 옷 대신 입고 싶었던 요가복을
고민하며 나의 취향대로 채워갔다.
내게 잘 어울리는 운동복으로 충분히 채워진 옷장을 바라보며.
미니멀이라는 단어에 집착해 스스로를 가둬두지 말자 라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 잘 어울리는 예쁜 옷을 입고 수련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