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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정할 정 Jan 21. 2021

단정: 미니멀 라이프, 이제는 비울 수 있는 것

20대 미니멀 라이프



제22장 이제는 비울 수 있는 것




미니멀한 삶을 살아가겠다 결심한 지

2년이 넘었다.



한 번에 비워낼 수 있었던 물건도

천천히 비워내야 했던 물건도

비울 수 없다고 생각한 물건도 있었다.




미니멀에 관한 나의 생각들을 살피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며

다시 한번 방을 둘러보며

이제는 비울 수 있게 된

미뤄왔던 물건 비우기를 시작했다.



잘 신경 쓰지 못한 부분들을 살피며,

비울 수 없다고 정해놓은 부분들에 얽매이지 않고

소유한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 살펴본다.



과거에 매겨놓은 가치가

여전히 유지되는 물건도 있지만

현재는 가치 없어진 물건들도 발견한다.




내가 비울 수 없다 생각한 물건들의 공통점은, 나의 일부, 정체성을 부여한 물건들이 많았다.


과거 나의 땀과 노력의 순간들을 함께했던 소품, 과거의 내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진, 생각을 적어 놓은 공책과 다이어리, 나를 더 성장시켜줄 것이라고 믿어와 투자한 물건, 그리고 나를 돋보이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어온 옷들.


비울 수 없다 생각한 물건들도 살펴보며,

이제는 보내 줄 수 있게 된 물건들을 천천히 정리해 본다.





비웠거나. 천천히 비워내고 있는 물건들이다.

© gettzyphoto, 출처 Pixabay

1. 소품

한국무용 작품 연습을 하며 소품으로 사용한 30cm가 넘는 큰 부채 하나.

부피도 크고 깔끔하게 보관하기 어려웠지만 애정을 담아 연습했고

그때의 기억이 소중해 버리지 못하고 계속 남겨두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부채에 이입했던 정체성에서 분리되어 더 이상 아쉬움도 미련도 없이,

소중했던 기억만 남기고 보내줄 수 있었다.



© _nnaro_, 출처 Unsplash

2. 저장된 사진.

내가 등장하는 사진들은 모두 저장했다.

흔들린 사진, 얼굴이 반쪽이 잘린 사진, 뒷모습 모두 상관없이 스스로 나라는 것을 인지 할 수 있다면.


사진첩에 용량도 미니멀하게 만들고 싶어 과거 찍어 놓은 사진들을 모아 놓은 사진첩을 포함해

앨범 정리를 천천히 시도하고 있다

같은 날 같은 공간에서 찍은 사진 중

간직하고 싶은 사진을 최소한으로 남기려고 한다.


매일 5장 이상 지우기를 목표로 사진첩에 들어가

사진들을 지워나가다 보면

목표했던 것 이상으로 정리하게 된다.


스쳐 지나가듯 보았을 때 저장한 사진의 양은 그렇게 많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정리하겠다 마음먹고 사진을 들여다보니 정리할 수 있는 사진이 생각보다 훨씬 많아서 놀랍다.

비슷한 표정과 포즈, 복사한 듯한 사진들이 많았기에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남기기 위해 꾸준히 들여다보며 비우고 있다.




© minimalmomtog, 출처 Unsplash

3. 공책, 다이어리

평생 간직하겠다 생각하며 상자 속에 잘 넣어 두고 살펴보지 않으니 공책과 다이어리들도 방치되었다.

그러다 최근 다시 한번 공책과 다이어리를 살펴보았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나의 감정들로 빼곡하게 채워진 일기 등등 많은 기록들이 남아있었다.

소중해서 간직하고 싶은 기록들을 꺼내보기 좋은 형태로 보관하고 싶어 졌다.



다이어리와 노트들의 내용을 천천히 읽어보며

내가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을 체크해 아이패드 노트에 스캔해서 남겨두는 방법으로 보관법을 바꿔 정리하고자 한다.

나에게 가치 있는 이야기들을 좀 더 편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문서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었던 건

브런치라는 어플과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리게 되면서

전자기기로 글을 적고, 읽는 것이 익숙해졌기에

접근성이 더 좋은 문서 형태로 보관 방법을 바꿔서 저장하려 한다.


정말 소중한 것을 더 자주 찾아볼 수 있도록

문서작업으로 정리하며 보관하던 공책과 다이어리도 천천히 비워보려 한다.



© matt909, 출처 Unsplash

 4. 소도구

운동을 즐기며 필요에 의해 무용 용품들이 생겼다

요가 블록, 요가 링, 스트레칭 밴딩, 마사지 볼 등등

 

매번 사용하는 도구도 있지만  

사용빈도가 낮은 소도구는 비우거나 학원에 가져다 두었다.


필요하다면 요가원에 구비되어 있는 소도구와 가져다 놓은 용품을 사용해 수업 전 몸 풀 때 사용하려 한다.

자주 사용되지 않는 도구들을 비우니 남겨둔 요가 링 하나를 더 잘 활용하게 되었고, 서랍에 여유공간도 생겼다.




© StockSnap, 출처 Pixabay

5. 나에게 잘 어울리는 옷

내게 잘 어울리는 옷을 비우는 건 쉽지 않았다.


보관할 때 부피가 커서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입을 때마다 정전기가 많이 일어나 불편했지만,

나에게 잘 어울려 남겨두었던 흰색 폴라 니트를 비웠다.

큰 부피의 옷을 비우니 깔끔해졌고 비운 공간만큼의 여유 공간을 얻었다.


보관도 관리도 간편하며 좋아하는 단정한 옷을 기준으로 잘 활용하지 못하는 옷들을 보내주려 한다.

나에게 잘 어울리고 보관과 관리도 비교적 쉬워 더 손이 잘 가는 옷들이 옷장에 걸려있길 바란다.





비울 수 없다 생각했던 물건의 기준도 계속 바뀐다.

나의 흐름에 맞춰 비워내는 물건들을 보며

계속 변화해가는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내게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나의 에너지를 어느 곳에 사용하고 싶은지.

물건을 비우며 나의 기준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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