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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정할 정 Mar 11. 2021

단정: 미니멀 라이프, 긴 머리 비우기

20대 미니멀 라이프

제29장 긴 머리 비우기


© riccardomion, 출처 Unsplash


나는 머리에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것에 자신 있다.

염색도, 파마도, 커트도 잘하지 않는다.




학창 시절 3년 가까이 학원형 회사를 다녔다.

그 당시 긴 머리에 바른 모범생, 학생의 이미지로 관리받았고, 긴 생머리 유지가 계약조건에 있었다.

원한다면 머리를 바꿀 수 있었지만 회사의 허락이 필요했다.



긴 머리를 좋아했고, 파마와 염색이 안 되는 학교 규정 때문에 머리를 내 맘대로 바꿀 수 없기도 했지만, 난 긴 생머리를 좋아했다.

3년간 긴 머리를 유지해야 하는 동안

긴 머리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나온 지금까지도

머리를 가만 두는 것을 여전히 잘한다.




학생 신분을 벗어난 뒤,

가끔 파마도 하고 커트도 하지만,

긴 기장을 유지하며 연중행사처럼

일 년, 혹은 이년에 한번 정도 미용실에 갔다.




그러다 계속해보고 싶었지만 성인이 되어 한 번도 도전해 보지 못한 짧은 단발로 머리를 자르게 되었다.



그리고 긴 머리에 감춰진 본연의 수수한 얼굴을 마주 하게 되었다.




단발머리를 하고 어색했지만

미루던 것을 해냈다는 생각에 성취감을 느꼈고,

운동할 때 머리가 흘러내지 않게 고정하기 위해 사용하던 실핀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단발머리에 반 묶음이 잘 어울려

내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을 수 있어 기뻤다.



단발머리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긴 머리를 감듯 머리를 감으니

거품이 잘 안 나서 놀랬다.



긴 머리일 때는 머리카락이 길어  긴 머리카락끼리 잘 마찰시킬 수 있어 거품이 잘 생겼는데

짧아진 머리로 요령이 없어 거품이 잘 생기지 않았다.


또한 머리를 수건에 둘둘 말아서 고정시킬 수 없었다.

머리카락이 짧으면 수건을 고정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머리를 자르며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적응해 자연스럽지만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던 경험이다.



긴 머리를 비우며

내가 얻게 된 것이다.



머리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었다는 점.

머리가 짧으니 드라이기를 하지 않아도

자연건조로 말릴 수 있었고

머리를 감고 말리고 묶고 빗고 머리카락 청소에 소요되던 시간들이 단축되었다.

관리가 간편해지자

외출 준비시간이 더욱 단축되었다.



수수한 얼굴

머리카락이 얼굴을 화려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머리를 자르고 알게 되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난 뒤, 자연스러운 본연의 얼굴을 좀 더 친근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머리를 계속 단발로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다시 몇 년이 지나 긴 머리가 관리하기 어려워졌을 때 고민 없이 단발로 자르려고 한다.



실행에 옮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긴 머리 비우기.

단발을 한 수수한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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