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정할 정 Mar 04. 2021

단정: 미니멀 라이프, 불필요한 말

20대 미니멀 라이프

제28 불필요한 말


© harlimarten, 출처 Unsplash



진심이 아닌, 맞장구를 쳐주기 위해 영혼 없이 끄덕이던 고개를 멈췄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면 고개를 쉬지 않고 끄덕이는 버릇이 있었다.

자동차에 장식으로 많이 달던,

태양열로 움직이는 고개를 까딱까딱하는 인형처럼.

 



학창 시절 활발하고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 모두에게 사랑받는다고 생각했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현재 나는 외향성 보단 내향성이 더 높게 측정되지만,

학창 시절 성격유형을 살펴보면

항상  E(외향) 점수가 월등히 높게 나왔다.

되고 싶은 모습을 나라고 착각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모두 공감해 주려했으며,

다른 이의 감정적인 일들도 끌어와 내게 이입했다.


기분을 꾸며 오버했다.

공감되지 않는 이야기에도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고, 진심이 아닌 말을 하며 맞장구쳤다.

내가 불편해도 타인이 불편할까 봐

혼자 마음을 썩혔다.



20대가 되고

미니멀을 만났다.


성격이 많이 변했고 좀 더 나다워졌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벗어나

불편한 타인과 이야기하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인생에서 외롭고 고독한 순간을 잘 보내는 법을 터득해나가며

그동안 억지로 꾸며낸 모습을 마주하고

조금 더 나의 기질과 맞는 사람이 되어 갔다.



불필요하게 오버하는 모습을 줄여나갔고,

미니멀을 실천해 나가다 보니 행동과 말도 미니멀해져 갔다.

 


시간이 흐르며

나를 잘 모르는 타인에게

어느 순간부터 내성적이다 라는 말을 듣게 되었고,

말수가 없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었다.



그렇다.

현재 나는 불필요한 말과 리액션을 지양한다.



말과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

불필요한 말과 행동으로 인하여

내가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고,

관계에 오해를 가져다주었고,

영혼 없는 리액션은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더 이상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친한 관계가 아닌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사족을 붙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로 인하여 나의 성격이 내성적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나조차도 내가 내성적이며 낯을 많이 가린다 믿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한 영상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나와 성격유형이 같은 에이핑크 멤버 손나은 씨.

유튜브에서 손나은 씨의 엠비티아이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상을 만났다.


나와 같은 유형의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 영상을 시청하게 되었고,


그 영상을 보며 내게 질문하게 되었다.

나는 정말 낯을 가리는가.

내성적이다 라는 말속에 또 내가 갇혀있는 것은 아닌가?



영상 속 손나은 씨는 이성적이지만 감성적이셨고,

불필요한 말을 안 하는 것이지,

관심 있는 것엔 수다쟁이라는 이야기에 크게 공감했다.


한 예능에서 낯을 가리냐는 질문에

사실 본인은 낯을 잘 가리지 않는다 라는 답변을 들으며. 다시 나에게 질문해 보았다.



내가 낯을 가리는가?

놀랍게도 나의 대답은 아니다 였다.



불편한 관계를 지양하고,
불필요한 것들에 에너지를 쏟는 것을 싫어하는 것일 뿐, 타인에게 비친 모습처럼 낯을 가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내성적인 사람, 낯가리는 사람으로 보아도 괜찮다.



나의 관심분야가 나오면 그 사람이 상상하지 못했던 반전 매력을 보여 줄 수 있으니.




남들이 나를 바라보는 모습과

스스로 정의 내려놓은 나답다고 생각하는 모습에 안주하기보단,

끊임없이 질문해 보며 순간순간 깨달아지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통해 점점 더 나도 몰랐던 나를 찾아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단정: 미니멀 라이프, 미니멀의 장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