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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정할 정 Sep 10. 2020

단정: 미니멀 라이프, 첫 번째로 비운 물건

20대 미니멀 라이프

제2장 첫 번째로 비운 물건, 책과 미련


 미니멀의 과정 속에 있는 내가 가장 먼저 비웠던 물건은 바로 꿈과 관련된 책이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꼭 다 읽어야 할 것 같았던 전공 관련 서적들과

나를 대변해주는 듯한 많은 추억이 깃든 물건과 소품, 의상은 현재 나에게는 불필요하다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았던 소품들과 의상의 비움은 미루고..



제일 먼저 비움을 실천했던 것은

전공에 필요한 많은 책들이었다.

정말 운 좋게 부모님의 지인 분께서 나의 입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전공 관련된 서적을 많이 가지고 계셨고

그분의 직업이 바뀌며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어 그 모든 책이 나의 작은 방 한편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차 트렁크에서 책을 꺼내 주셨을 때 그 당시 무엇보다 기뻤다.

꿈과 가까워졌다는 그런 기분과 주신 책에 밑줄도 치고 분석도 하며 빌려보는 책에서는 할 수 없었던 스크랩도 하겠다 다짐했었던 것 같다.

책의 양은 정말 어마 무시했지만 그 당시 나는 그 많은 책이 나의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계단처럼 느껴졌다.

입시를 도와줄 전공 관련 서적이 빈 공간 없이 꽉꽉 채워진 상태로 다섯 상자가 왔으니 말이다.



처음 그 책을 받아들였을 때 모든 책을 다 읽어 보겠다 다짐했으며 학교에 가지고 가서 쉬는 시간마다 읽었다.


하지만 문제는 나의 꿈도 변하게 되어 더 이상 그 책들이 필요하지 않아 졌다는 것이다.

그 책들을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았고 그 책들은 나에게 의미가 없어졌으며 꿈과 멀어지기 힘들게 질척거리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책을 볼 때마다 내 결심이 흔들렸고 미련이 생겼다. 나에게 그 책은 치열하게 노력했던 일부가 담겨있었기 때문에.




비 오는 날 열어놓은 창문 밑에 있던 책이 젖어 버려 비우기를 시작으로 책을 한 권 한 권 정리해 나갔다.

우선 나와 같은 꿈을 꾸는 분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고 너무 오래된 책들은 분리수거로 비웠고

상태가 너무 좋은 책이지만 지인 분들이 이미 가지고 있거나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책은 알라딘이라는 중고 서점에 판매를 했다.


나의 꿈과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 성공하고 싶다 라는 마음도 차츰 정리할 수 있었고 평생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던 책들도 비우게 되면서

바닥 청소가 쉬워졌다.



그 많은 책들을 비우고 난 뒤

이미 지나버려 필요가 없어진 문제집이며 초중고 교과서가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그 책들을 비워나갔다.

버리는 책의 양을 보신 아버지는 그 종이와 책들을 모아 고물상에 팔고 오셨다.



아!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 그전에 분리수거로 비웠던 책들도 이런 방식으로 비울 수 있었겠구나!



그냥 버리기 아쉽게 느껴졌던 나의 색색 볼펜으로 적힌 초중고 노트들도 고물상에 판매된다는 생각에 미련 없이 비울 수 있었다.

그 많고 무거운 공책과 교과서 종이들을 옮겨주신 아버지께 감사하다.



첫 비움은 성공적으로 비워졌고

미련을 가졌던 마음까지 비울 수 있는 용기가 생겼고

15살에 시작해 다니던 전공 관련 학원들도 그만둘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물건을 비우며 미련도 비워냈다.


© ujesh,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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