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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정할 정 Feb 16. 2021

지우개- 토해 놓은 감정 책임지기

토하듯 글쓰기




평생 잊지 못할 거야

그때의 표정이 사진처럼 찍혀 있어 괴로워

그 기억이 떠오르면 순간순간 죽고 싶어.

조금만 더 감정적으로 갔다면 베란다로 뛰어내렸을 거야

가끔은 내 딸이 낯설게 느껴져




사건이 지나고 일 년 정도 지난 시점,

술을 드신 아빠는 나의 마음을 후벼 파는 말을 날렸다.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사건들이 있다.

고통스럽고 한 사람의 영혼이 다친 사건들은

절대로 쉽게 잊히지 않는다.




피해자는 순간순간 떠올라 괴로워하는 기억들을

가해자는 떠올리지 않고 기억하지도 않는다.



 


토하듯 분출한 감정에 상처 받은 한 사람에게 깊게 사죄한다.

그리고 상처 받은 내 마음도 위로받고 싶다.





감정적으로 힘든 시기와 맞물려 정신적으로 위태로운 순간들에

서로의 영혼을 다친 사건,

크게 부딪힌 아빠와 나.





그때를 떠올리면 시작은 정말 사소하게 시작되었지만, 점차 감정적이게 되었고 목소리의 데시벨이 높아졌다.

서로의 상황들을 이해할 수 없던 우리는 참 잔인해졌다.

나는 감정을 담아 크게 소리를 질렀고, 대화를 시도하던 아빠는 내가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고 문을 닫으려 하자

문을 닫지 못하게 벽과 문을 큰 소리가 나게 두드렸고

처음 본, 폭력적이게 느껴지는 아빠의 모습에 두려웠던 나는 아빠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뱉었다.

이 문에서 손을 안 놓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로 협박하고

힘을 주어 방문을 닫은 뒤 문고리를 잠그고 방에 숨었다.





가해자였지만 동시에 피해자인 나.

하지만 난 가해자였나 보다.

사건이 지난 뒤 시간이 지나며

나의 상처는 모른 척할 수 있을 정도로 아물었지만

아빠는 자꾸 덧났고 그 상처를 끊임없이 후벼 파고 계셨다.





가정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 아버지,

그렇기 때문에 억울함도 많고

스스로의 인생을 비난하며 못난 부분을 크게 확장해 삐딱한 시선으로 스스로를 대한다.

그런 마음들을 가족들에게 위로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들도 절대 모르지 않는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사실 잘 모르겠다.

나의 사과가 들리지 않는 듯 해 답답하다.

귀를 닫고 아픔 속에 머무르는 아빠의 모습에 속상하고

진심이 아니었다는 말 밖에 계속 대뇌일 수 없는 내가 싫어진다.

시간이 지나 서로의 아픔에 크기가 작아져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서로를 위로할 수 있을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하며 내 감정에 결과에 책임을 지려한다.

앞으로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겠다.






시간이 지나

아픔을 잘 극복하고 더 단단해질 부녀 사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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