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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하이 Oct 13. 2022

하루키 소설 속 100%의 여자, 임청하

왕가위의 '중경삼림'과 하루키의 '4월 아침의 100퍼센트 여자'




한 권의 책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내가 샀을 리 만무했고, 아내가 선물 받았거나 아니면 조카가 집에 왔다 두고 가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선집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다.  슬쩍 뒤적여 보긴 했겠지만, 이 나이에 남사스럽게 무슨 젊은 여자 이야기냐며 이내 제쳐 놓았었다.


『왕가위의 시간』을 읽고 있었다. '시공간의 탱고 중경삼림' 파트였다.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의 여자들은 이 소설의 첫 문장 "하라주쿠의 뒷길에서 나는 100퍼센트의 여자와 스쳐 지나간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적고 있다. 책꽂이에서 하루키의 책을 겨우 찾아냈다. 책과 문장은 서로 이런 방식으로 얽히고설킨다. '상호 텍스트성'의 마력을 새삼 깨닫는다.


영화 「중경삼림」 속 임청하와 금성무(왼쪽) 그리고 양조위와 왕페이(오른쪽)




왕가위는 하루키의 단편에서 보이는 무상함과 유사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인간의 삶은 서로 그저 맞닿을 뿐, 서로 깊이 파고 들어가지 않는다."


카오룽 복잡한 도심 속에서 금성무는 임청하와 스쳐 지나며  "57시간 안에 다시 사랑에 빠질 것"이라고 독백한다. 아비의  '불멸의 1분'과 "인간의 삶은 서로 그저 맞닿을 뿐"이라는 말을 되새김질해 본다. 영화 「중경삼림」 이후 베이징에서 날아온 왕페이는 모던하고 도회적 느낌으로 홍콩인들의 사랑을 받았고, 금빛 가발과 빨간 테 선글라스 그리고 노란 레인코트로 치장한 대만 출신의 킬러 임청하는 무협영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하나 더, 임청하의 이미지는 하루키의 같은 책에 수록된 초단편  「1963년, 1982년의 이파네마 아가씨」를 오마주 했다고 한다. 스탠 겟츠가 만들고, 질베르토가 노래한 1963년의 보사노바 앨범 속 늘씬하고 구릿빛 피부의 이파네마 아가씨! 소설 속 화자(話者)는 그녀가 시간의 강을 건너 1982년에 와서도 여전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며, '의식의 우물 속에 던져진 어떤 돌멩이'를 그리고 있다.


2005년 겨울 브라질을 방문한 적이 있다. 수도 브라질리아의 코파 카파나 해변 호텔에서 묵었다. '이파네마의 아가씨'를 보려고 일부러 인근 이파네마 해변을 찾았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그녀를 볼 수 없었고, 대신 알코올 중독자와 마약쟁이 그리고 쓰레기만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때 Verve에서 발매한 <GETZ/GILBERTO>를 구했다. 'The Girl From Ipanema'는 1번 트랙에 있다. 질베르토는 이 곡으로 정상에 올랐다. 오묘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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