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지 않고 조급하지 않으며 욕심내지 않는다

청조만리성(淸朝萬里城)-수담옥

by 포레스트 하이
나눔의 의미란 대체 무엇이냐?

하나의 악기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없고 한 가지 맛으로 깊은 맛을 낼 수 없으며 한 종류의 물건으로 완성품을 만들 수 없습니다. 나누어주고 나누어 먹다 보면 세상은 어느 순간 하나로 모여질 것입니다.
무리하지 않고 조급하지 않으며 욕심내지 않는다. 그게 바로 갈라진 세상을 하나로 모으는 바른길입니다. 무리하면 거기엔 반발이 있고 조급하면 반드시 실수가 있으며 욕심내면 훗날 화(禍)로써 돌아옵니다.

<청조만리성(淸朝萬里城)- 수담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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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조만리성>은 재담꾼 수담 옥의 작품이다. 역작 <사라전종횡기>의 2부다. 무제국(武帝國) 건설이란 세계관을 다룬다. 삼국지연의보다 스케일이 더 장대하고, 등장하는 인물의 캐릭터도 그에 못지않다. 때는 명·청 교체기 명, 청, 초, 진의 사국쟁패(四國爭霸)의 시대의 일이다. 각국은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건다. 초나라의 평왕은 마뇌(魔腦)를 책사로 초청하기 위해 신하를 보낸다. 번번이 거절당하다가 마침내 직접 찾아간다. 마뇌는 목욕 중임을 핑계로 왕을 영접하지 않는다. 왕은 옷을 벗고 같이 목욕을 하며 대화를 나눈다. 마뇌는 충성을 맹세하고 사국쟁패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된다.


마뇌가 가장 큰 적으로 지적한 증상은 무리, 조급, 욕심의 세 가지다. 단 하나의 원인은 '집착(obsession)'이다. 영화, 드라마 어디서건 광기적 행동 이면에는 집착이 숨어있다. 과거에는 과한 욕심 정도로 치부했을 것인데, 현대 의학에서도 집착증과 조급증을 정신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집착증은 너무도 충만한 자기애가 애착으로 번지게 되고, 조급증은 인정 욕구가 변형돼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열등감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후배와 술자리에서 '소일거리'로 컨설팅할만한 중소기업 소개를 넌지시 부탁했다. 후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하고 싶은 겁니까, 돈이 필요한 겁니까? 아니면 과시하고 싶은 겁니까? 퇴직한 지 얼마 되었다고 이리 조급하십니까? 지금처럼 쓰시는 글을 쓰며 느긋하게 가시죠. 절대 늦은 것은 아닙니다. 꼭 하시겠다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만. ”


아차 싶었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진정으로 원했다면 진심을 담아서 부탁을 해야 했다. 그렇게도 “천천히 그러나 늦지 않게”를 외쳤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조급해졌고, 무리한 부탁을 하는 실수를 하였다. 화(禍)까진 아니지만 작은 반발도 경험했다. 빨리 명함을 파고 싶은 과시욕과 자발적 실업자의 딱지를 떼고 싶다는 욕망이 그런 식으로 표출된 것이다.


그렇다. 가만히 보니 조급하고 무리한 가운데 반발이 생겨나고 화가 닥친다. 보수세력이 밀어붙이니 진보층의 반발이 있었고, 진보세력이 무리의 기치를 세우니 보수진영이 재빨리 집결한다. 재난지원금도 취지는 너무 좋았다. 하지만 돌아가는 지혜도 필요했다. 조급하고 무리하게 88%를 밀어붙이니 12%가 반발하는 실수를 유발시켰다. 부동산 정책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고.


조급증은 불치병인 것 같다. 이른 새벽, 마음을 좀 다스려볼까 정민 교수의 <일침>을 집어 들었는데, 일에서 놓여난 사람의 마음, 딱 내 마음을 대변하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묘한 일이다.

사람은 마음이 넉넉해 몸도 따라 넉넉해야지,
몸은 한가한데 마음이 한가롭지 못한 지경이 되면 안 된다.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말을 생각한다.

홈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1루, 2루, 3루, 베이스를 차례로 밟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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