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가난한 자들이 예상할 수 없는 세계

광마회귀-유진성

by 포레스트 하이
“도저히 부자들의 욕심은 이해할 수가 없네, 모용 선생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해?”
“문주님, 저도 부자였던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가난한 자들이 감히 예상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구나. 선생 이런 일은 굳이 이해하지 말자고. 이해했다간 우리도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냥 모른 채로 살아가시지요.” <
<광마회귀(狂魔回歸) - 유진성>

<광마회귀>는 무협 소설계의 신성 유진성 작가가 썼다. <칼에 취한 밤을 걷다>, <시리도록 불꽃처럼> 등 전작 또한 명작의 반열에 오른터라, 한 회 100원의 비용이 아깝지 않았다. 최근 대세로 자리 잡은 회귀와 천마물이 혼재된 작품인데, 전생 광마였던 자하(紫霞 자주색 노을)가 이십 대의 객잔 주인으로 회귀한다. 그리고 다섯 종류 가난한 자들의 문파 ‘하오문’을 개파한다. 강호 협객의 탄생과 문파의 유래를 나름의 세계관을 통해 풀어나간다.


위 글은 하오문주 자하와 신의(神醫) 모용백과의 대화의 일부이다. 헛웃음이 터졌다.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다. 부자였던 적이 없어서 그쪽 세계를 감히 예상할 수 없고, 한술 더 떠 부자가 될까 걱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얼마를 가져야 부자일까? 49억 원은 가져한다는 최근 조사가 있지만, 정답은 다다익선이다. 돈에 구애받지 않아야 진정 부자라 할 수 있다. 세상이 돈을 숭배하는 사회로 변질되어 버렸다. 주식과 펀드, 부동산을 모르면 바보 취급당하기에 십상이고, TV 드라마의 소재도 부자들의 세계를 앞다퉈 다룬다. <스카이캐슬>, <펜트하우스>, <하이클래스> 등 제목만으로도 으스스하지 않은가. (글을 쓰는 중 화천대유 천화동인 사건이 터졌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자본주의는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는 기차'이고,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올라타 버렸다. 부자의 세계는 파악 자체가 불가능하다. 부자였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개그콘서트의 폐지로, 단역이라도 맡을까 눈물짓는 개그맨도 있지만, 회당 출연료가 웬만한 사람 몇 개월 치 월급을 받으면서 '새로운 하나' 조차 양보하지 않고 7~8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을 보면 이해할 수가 없다. 수십억짜리 아파트 몇 채 있는 친구에게 그만 벌고 친구들 밥 좀 사주며 하고 싶은 일 하랬지만, 벌 수 있을 때 더 벌어야 한단다. 그러면서 종부세를 걱정하고 증여세를 비난한다.


부자는 절대 협객이 될 수 없다


“조금만 더요.” ( Just a little more.) “도대체 얼마만큼의 돈이 충분한 것입니까?”라고 묻는 기자에게, 록펠러 회장의 답변이다. 부자들은 왜 그토록 큰 부자가 되고 싶어 할까? 알랭 드 보통은 저서 <불안>에서 꼭 돈이 아니라 존경 또는 지위를 추구하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살짝 고개가 갸우뚱거렸지만 그럴듯하다.


“부자들 가운데 다섯 세대가 써도 남을 만큼 돈을 축적해도 만족할 줄 모르고 계속 모으는 사람이 많은데, 돈만큼이나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존경 혹은 지위를 추구한다.” <알랭 드 보통, '불안' 중>


광마회귀는 역설적이지만 협객의 이야기다. ‘부자는 절대 협객이 될 수 없다’라는 생각을 곳곳에 심어놓았다. 부자가 천국에 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힘들다는 성경 말씀과 일맥상통한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왜 통과하겠는가마는, 아랍어의 원어' gamba(밧줄)'를 'gamla(낙타)'와 혼동한 오역이라고 한다.)


그런데 진짜 '부자병’은 있었다. 음주운전으로 4명을 사망케 한 미국의 18세 소년, 그는 법정에서 그는 '삶이 너무 풍요로워 감정 통제가 되지 않는, ‘어플루엔자(affluenza)’ 증세를 보인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어플루언트(affluent)’와 ‘인플루엔자(influenza)’의 합성어인데, 2001년에 듀크대 네일러 교수 등이 펴낸 책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결국 보호관찰 10년이라는 관대한 처분을 받았다. 영화 <베테랑>에서 쥐어박고 싶도록 얄미운 재벌 2세 유아인을 부자병의 대표 인물로 보면 되겠다.


그래도 부자가 되면 좋지 않을까? 한 번도 부자였던 적이 없었으므로, 단 한 번이라도 부자의 기분을 느껴라도 봤으면 원이 없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친구란 저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