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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보 Feb 21. 2019

삶을 지혜롭게 바라보는 ‘실루엣의 시선’

사람은 자기중심적이기 십상이다. 우주가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게 아니라 자기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허위의식’이 잠재해있다. 자기를 바라볼 때는 망원경으로 먼 곳을 보듯 대충대충 보고 싶어 한다. 타인도 자신을 그렇게 봐줬으면 한다. 그런데 타인을 바라볼 때는? 망원경이 아니라 현미경을 들이대려 한다. 미주알고주알 따지고 들어간다. 시선의 불균형이다. 자신을 관대하게 보듯 남도 그렇게 보거나, 남을 엄정하게 보듯 자신에게도 엄격한 균형 감각은 우리에겐 없다.   

실루엣(silhouette). 사람이나 물체의 그림자를 말한다. 디테일은 그림자에 가려지고 큰 윤곽선만 보이는 상태이다. 흥미로운 점은 빛의 작용에 의해 세세한 것들이 과감하게 생략되고 외형만이 축약적으로 드러난 실루엣이 사람이나 물체, 상황의 핵심적 성격을 더 분명하게 드러낸다. 스티브 잡스가 얘기했다는 ‘단순하라(Be simple)’는 말이 실루엣의 정신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늘로 검게 단순하게 표시된 윤곽이 사진의 의미를 더 잘 전달해준다. 보이는 않은 것을 상상해볼 수 있는 음미의 맛과 멋을 선물한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타인을 보는 시선이 현미경으로 변해있다. 그만큼 시선을 끌어당기는 ‘현미경 시선’의 구심력이 큰 것이다. 실루엣은 그 세세한 시선을 흩어버리는 ‘망원경 시선’이다. 자신에게 현미경을 들이대고 다른 사람을 망원경으로 대충 보는 건 넘보기 어려운 성인과 같은 눈길이다. 최소한 나에 비춰 타인도 몇 수 접어주는 ‘실루엣의 시선’을 가지려고 노력해볼 수는 있지 않을까. 얼마 전 다니고 있는 교회의 목사님께서 “그럴 수도 있겠지”하는 시선으로 타인을 바라봄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적이 있다. “그럴 수도 있겠지”하고 타인에게 관대 해지는 게 ‘실루엣의 시선’ 일 것이다. 노력하다 안되면 기도하고 또 노력하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그 안목을 가지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자주 나오는 얘기지만 실루엣이라는 말의 시작은 절약에서 나왔다고 한다. 18세기 말 프랑스의 재무상이었던 실루엣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검은색만으로 초상화를 그려도 충분하다고 말한 데서 나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얘기의 의미와 큰 관련은 없는 얘기다. 다만, ‘시선의 절약’이라는 깊은 의미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실루엣’은 인색하게 작은 것까지 따지고 들어가기보다 크게 크게 윤곽만을 보며 뚜벅뚜벅 걸어가는 길목으로 가는 초대장일지도 모른다.      



실루엣의 관점으로 찍은 사진들을 나누고 있다.

바라볼수록 느낌이 스며 나오는 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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