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분리수거터'
눈 내린 오늘 눈이 덮인 겨울 들판이 보고 싶어 두물머리로 향했다.
차로 집에서 40분 거리.
가까운 곳이어서 종종 이곳을 찾는다.
지난해 말에는 해돋이를 찍기 위해 왔었고,
오늘은 설경을 담고 싶은 마음에 두물머리에 왔다.
오늘 찍은 사진 중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나무 다섯 그루가 오중주를 하듯이 들판에 기립해있는 모습.
옛말에 지자요수 인자요산(智者樂水仁者樂山)이라고 해서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고 했다.
나는 이 말이 적용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산을 좋아하긴 하는데 등산이 익숙지 못하고 힘들어 가끔 가는 편이다.
호수, 강, 바다를 좋아하는 데 지혜로워서가 아니고
물을 보면 가슴에 채워진 노폐물(?)을 ‘분리수거'할 수 있어서이다.
흐린 날씨였지만 두물머리의 설경, 역설적으로 따뜻했다.
봄 길이 열리는 듯 강물을 붙잡아두었던 얼음은 거의 녹아가고 있었다.
건너편 산에 덮인 눈들도 멀지 않아 녹아내려
봄이 오는 물꼬를 열듯 하다.
오후 늦은 시간대여서 일몰이 진행되는 순간이었지만
구름이 잔뜩 끼어 어렴풋하게 나타나는 옅은 붉은빛으로만
저무는 하루의 궤적을 느낄 수 있었다.
두물머리는 말 그대로 두 개의 강이 만나는 곳이다.
한자로 양수리( 兩水里)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이곳에서 만나
한 물줄기(한강)를 이루며 서해로 가는 길목을 열어간다.
양수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이곳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강 건너면 광주시 남종면을 오갔다고 한다.
두물머리에 가면 상징물처럼 볼 수 있는 황포돛배는
그 흔적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해 말에 찾은 두물머리. 눈이 오지 않은 날이어서
오늘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평소에 배가 없는 곳이었는데 작은 배가 있었고,
그 풍경이 아름다워 찰칵.
한구석에서 고개를 떨군 연밥이
겨울 삼매경에 빠져
침묵의 구도에 들어간 자세를 보였다.
두물머리 근처에는 때가 되면 연꽃이 만개하는 세미원이 있고
또 다른 맛의 한강을 음미할 수 있는 물의 정원도 있다.
두물머리에서 찍은 다른 사진들을 추가로 올리면서
‘사진, 그 가슴의 지문’ 두물머리 편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