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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보 Mar 01. 2019

신앙 앞에 우리는 어떤 모습인가...침묵(엔도 슈사쿠)

영화 '사이런스'의 원작

영화 '사일런스'의 원작인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



이 소설은 신앙이라는 절대 명제를 놓고 여러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신앙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진다.

17세기 에도 막부시대의 일본. 일본은 서구 문물의 유입을 막기 위해 기독교를 무자비한 방식으로 탄압한다.


당시 포르투갈 출신의 가톨릭 예수회 지도자인 페레이라 신부가 선교를 위해 일본으로 갔다가 사라진다. 사라진 스승을 찾고 복음 전파를 위해 로드리고 신부와 가르페 신부가 목숨을 건 일본행을 결행한다. 마침내 일본에 도착한 두 신부는 크리스쳔들이 모여사는 마을로 들어가는 데 성공, 그들과 신앙 공동체를 이룬다.



하지만 천주교에 대한 무자비한 박해는 계속된다. 천주교도들이 모진 고문을 받고, 살해당하고, 또 예수상이 새겨진 조각판을 발로 밟는 배교를 강요당한다. 처참한 장면을 목격하는 로드리고 신부는 '신의 침묵'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진다.



로드리고는 배교하고 선불교로 개종한 뒤 불교학자가 된 페레이라를 만나게 된다. 페레이라는 천주교도들의 모진 고문을 보고 이들을 구하기 위해 배교를 결심한 데 이어 선불교로 개종해 '일본인이 된 유럽인'으로 살아왔다. 페레이라는 역시 처참한 고문을 받는 천주교도들을 보며 괴로워하는 로드리고에게 끈질기에 배교를 설득한다. 마침내 로드리고도  페레이라와 같은 배교의 선택을 한다.



이후 철저한 감시 속에서 배교자로 살아가는 로드리고. 숨을 거두고 관에 들어가 있는 로드리고의 손에는 십자가가 쥐어져있다.


이 책에는 신앙이라는 큰 산 앞에서 나타나는 여러 인간의 모습들이 그려지고 있다. 페레이라 신부처럼 배교 후 자신이 믿던 천주교를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진성 배교의 모습, 행위로 배교는 했지만 속으로 신앙을 지키며 죽어간 로드리고 신부의 '이중 생활', 수장 당하는 신도들과 함께 하며 순교한 가르페 신부, 밥 먹듯이 배교한 후 고해성사로 용서를 구하는 기치지로, 극악한 탄압 속에서도 신앙의 불을 지켜가는 일본의 천주교 신도들, 천주교도들을 집요하게 탄압하는 일본 관료들,,,



순교한 가르페 신부와 탄압하는 세상과 타협 없이 신앙을 지키는 천주교 신도들. 이들의 모습에선 굳건한 신앙이 사람을 얼마나 강하게 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다. 죽어가는 신도들을 지키기 위해 배교한 페레이라와 로드리고 신부에 대해 우리는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자신있게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물론 적극적인 배교를 한 페레이라와 소극적 배교를 한 로드리고는 경우가 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 둘 다를 긍휼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이 두 사람을 정죄할 수가 없다. 배교와 회개를 반복하는 기치지로의 모습은 우리, 아니 내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되풀이하며 넘어지고 또 회개하고,,,이게 믿음의 여정일 것이다. 한 발 한 발 부족함을 조금씩 지워가며 영적인 완전성이라는 지향점을 향해 걸어가는 구도의 과정. 수도 없이 넘어지며 가슴의 옹이를 만들어 가는 모습. 하나님은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시며 좋은 길로 인도해주고 계시리라 믿는다.



영화 '사일런스'는 원작에 충실하게 반영해 제작됐다. '침묵'을 못 읽었다면 '사일런스'를 보는 것도 괜챦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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