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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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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보 Mar 03. 2019

‘우보(愚步)’를 호(號)로 삼다

 호(號)를 지었으면 해서 틈틈이 생각을 해왔다. 멋을 부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적지 않은 기간을 살아오다 보니 내 삶을 상징하는, 또는 지향점을 정하는 글귀가 하나 있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는 지향하는 뜻이나 거처하는 곳, 또는 좋아하는 물건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약용 선생의 호 ‘다산(茶山)’은 지명에서 따온 말이다. 정약용 선생은 유배 기간 중이던 1808년 봄에 전라도 강진 만덕리 율동의  다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차나무가 많아 다산으로 불리는 이 산야에서 살게 되면서 정약용 선생은 '다산(茶山)' 자신의 호로 정했다.     



나에게 어떤 호가 어울릴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는 ‘그래도 뚜벅뚜벅’이다. 이 제목의 포토 에세이집을 내기도 했다.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래도 뚜벅뚜벅’를 잘 표현하는 한자어는 무엇일까. ‘어떤 상황에서도 우직하게 걸어간다’는 뜻이니 ‘우직할 우(愚)’에 ‘걸음 보(步)’를 더한 조어 ‘우보(愚步)’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옳은 것을 지켜서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높은 등급이요, 그다음은 옳은 것을 지켜서 해를 받는 것이며, 그다음으로는 나쁜 것을 좇아 이익을 얻는 것이요, 가장 낮은 등급은 나쁜 것을 좇아서 해를 보는 것이다”(‘내가 살아온 날들’에서 인용)     



최근의 ‘내 경험’은 ‘옳은 것을 지키려다 해를 받은 것’이니 두 번째 등급은 되는 것 같다. ‘우보(愚步)’에 걸맞은 행위 아니었을까. ‘우직할 ’ 우(愚)‘보다 ’ 어리석을 우(愚)‘에 더 가까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쩌겠나. 그게 나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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