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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보 Feb 14. 2019

곰이 느리다구요??...동식물에게서 배우는 삶의 지혜

고개를 들거나 돌리면 자연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계절 내내 자연을 찍다 보면 오히려 겨울에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화려했던 가을의 장막이 걷어지면, 나무의 표정들이 다 드러납니다.

제각각의 모습으로 황량한 겨울 벌판에서 ‘몸의 언어’로 말하는 듯합니다.

헐벗은 몸으로 추운 겨울밤을 몇 밤이나 나는지...

사람 같으면 벌써 호흡이 끊겼을 듯한데

나무는 그걸 견뎌내고 봄이 내면 싹을 틔우고 꽃봉오리를 밀어 올립니다.



우린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 반갑게만 보지만

한겨울을 건너가는 나무를 보다 보면

싹을 틔우고 꽃봉오리를 밀어 올리는 게 기적같이 느껴집니다.     

가슴이 벅차오른 장면을 보고 시를 끄적여본 적이 있습니다.     



봄은 기적이다     


꽁꽁 얼어 말라붙은 봄

꽃망울은 그 죽음에서

이 악물고 탈옥한다

기적이다

우린 하룻밤 추위도 견뎌낼 수 있겠는가     



호흡 깊게 묻힌 겨울 땅

새순은 그 껍질을 구멍을 내

담대하게 깃발 들어올린다

기적이다

우린 그 깊은 잠에 눈뜰 수 있겠는가     



소리마저 메말라 버린 들판

물길은 스스로 숨골 열어

옹골지개 물줄기 토해낸다

기적이다

우린 사막같은 갈증 참아낼 수 있겠는가    


 

무심코 그려러니 넘긴 것에

하늘의 신비가 숨어있다

눈 감고 마음 열어야

보이는 그 곳     



겨울을 묵묵히 버티고 봄을 피어내는 자연에서 크게 배웁니다.


     

우리나라 텃새인 동고비 얘기를 해볼까합니다. 동고비는 나무타기의 천재라고 합니다. 딱따구리가 파놓은 둥지를 차지하여 서식하는데 입구가 크다 보니 진흙은 발라 자기 몸에 맞게 좁히는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딱따구리는 집을 여러 채 짓습니다. 동고비가 딱따구리가 안쓰는 집을 차지하게 되면 만사 오케이입니다. 동고비는 진흙은 발라 입구를 좁히는 공사를 부리로 하는 데 255번이나 다지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재건축에 3주 정도가 걸리고, 굳히는 데 일주일이 걸리니 한 달이 소요되는 것입니다. 새로서는 대역사인 거죠. 문제는 잘못 알고 딱따구리가 사는 집을 차지했을 때입니다. 집으로 돌아온 딱따구리는 동고비의 피와 땀이 들어간 공사를 다 망가뜨리고 맙니다. 안타까운 순간입니다. 그런데 동고비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한 생물학자가 관찰을 했는데 그런 일을 106번이나 반복하다가 포기했다고 합니다. 동고비에게 집념과 끈기를 배우게 됩니다. (김운용 저 ‘사막에서 별을 노래하다’ 참고)     



벌새는 어떻습니까. 1초에 19~90번의 날개짓을 합니다. 빠른 날개짓을 하며 공중에 정지하여 벌처럼 꽃에서 꿀을 빨아 먹습니다. 이런 벌새의 모습을 보고 자신을 돌아본 시인이 있습니다. 그 시를 소개합니다.     


벌새가 사는 법 – 천양희     


벌새는 1초에 90번이나
 제 몸을 쳐서 
 공중에 부동자세로 서고 
 파도는 하루에 70만 번이나
 제 몸을 쳐서 소리를 낸다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내 몸을 쳐서 시를 쓰나     


이번엔 아메리카삼나무 얘깁니다. 이 나무는 뿌리가 매우 얕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는 매서운 폭풍도 견뎌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얕은 뿌리론 거센 바람에 뽑혀 나가기 십상일텐데요. 아메리카삼나무가 폭풍도 버텨내는 것은 나무끼리 뿌리가 서로 엉겨있기 때문입니다. 나무들이 서로를 잡아주면서 안전한 기반을 세운 것입니다. 무엇이 느껴지십니까. 우리 말에도 멀리 갈 때는 같이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두 명이 서로 발을 묶어 같이 달리는 ‘이인삼각(二人三脚)’ 경기도 있지요. 백지장도 맞들면 나은 것이지요. 서로 힘을 합하면 혼자서 감당 할 수 없는 일도 해낼 수 있다.     


동식물 얘기를 하다보니 곰 생각이 납니다. 우리가 곰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게 있어서요. 우린 사람이 느리거나 우둔하면 ‘곰같다’고 얘기합니다. 틀린 얘깁니다. 곰은 백 미터를 8초 정도에 달립니다. 네 발로 전력 질주하니 매우 빠른 겁니다. 미국의 국립공원에 가면 주의 사항이 적힌 안내 책자를 받아보게 됩니다. 내용 중 하나는 곰과 마주치면 뛰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어차피 곰이 더 빨라 잡히게 돼 있으니까요. 곰과 마주친 것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지만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맞서거나 어릴 때 배운 것처럼 숨을 쉬지 말고 죽은 것처럼 누워있는 게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곰같다’는 말은 ‘민첩하다’는 뜻의 칭찬이 될 수 있겠네요.


얘기가 옆길로 샜지만, 동물과 식물, 자연 하나 하나에는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교훈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 그걸 읽어내고 누군 그걸 놓치고 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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