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보 Mar 08. 2019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기술적 파괴 경고

유발 하라리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를 쓴 유발 하라리가 펴낸 세 번째의 책. 21세기를 위한 제언이라기보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하라리는 앞으로 인류의 실존적 생존을 위협할 요인으로 핵전쟁과 생태 붕괴(기후변화), 기술적 파괴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이들 문제는 민족주의 차원에서는 해결될 수 없으니 지구촌 차원에서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라리는 세 가지 요인 중 기술적 파괴가 가져올 끔찍한 결과에 대해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경고하고 있다. “기술 혁명은 조만간 수십억 인간을 고용 시장에서 몰아내고, 막대한 규모의 새로운 무용 계급을 만들어낼지 모른다” 기술 혁신에 대한 긍정론자들은 신기술들이 새 일자리를 만들어내 기존 산업에서 쏟아져나오는 사람들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펴고 있다. 하라리는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새로운 일자리는 모두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비숙련 노동자의 실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2050년에는 현금출납원인이나 방직공장 노동자가 로봇에게 일자리를 잃고 나서 암 연구원이나 드론 조종사, 혹은 은행의 인간-AI 팀원으로 새 일을 시작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직업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노조를 조직하거나 노동권을 확보하는 일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암울한 미래 전망이다. 이 같은 기술적 파괴에 대처하기 위해 제시하는 대안은 요즘 많이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제이다. 정부가 알고리즘과 로봇을 지배하는 억만장자들과 기업들에 세금을 물려서 개인들에게 필요를 충당할 만큼의 급료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빅데이터와 AI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도 하라리는 지극히 부정적이다.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자유를 없앨 수 있는 것과 같이 유례없는 최고의 불평등 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 모든 부와 권력은 극소수 엘리트의 손에 집중되는 반면 대다수 사람은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나쁜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AI의 부상과 생명공학이 결합되면 인류는 소규모의 슈퍼휴먼 계층과 쓸모없는 호모 사피엔스 대중의 하위 계층으로 양분될 수 있다”“정보기술의 혁명과 생명기술의 혁명을 합치면, 인간을 해킹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즉, 디지털 독재의 부상이다”

     
이런 끔찍한 일들을 피하려면 민족주의의 깃발 아래 세계가 사분오열되면 안 되며 지구촌 차원에서 이들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게 하라리의 경고이자 주문이다. 개인들에 대해서도 하라리의 조언은 이어진다. “살아남고 번성하기 위해서는 강한 정신적 탄력성과 풍부한 감정적 균형감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은 버리고, 그전에는 자신이 몰랐던 것도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과연 편안할까? 지금도 ‘피로 사회’라고 하는데 우린 ‘초피로 사회’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식의 착각’에 대한 냉정한 지적도 이어진다. “세계는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는 반면, 사람들은 세상이 돌아가는 상황에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사람들이 자신의 무지를 헤아리는 경우가 드문 이유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들로 가득한 반향실과 자기 의견을 강화해주는 뉴스피드 안에만 갇혀 있기 때문이다” 

     
하라리의 저작 중 ‘호모 사피엔스’는 읽어보고 ‘호모 데우스’는 아직 읽지 못했다. 이번 책은 전작에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술적 파괴가 가져올 결과에 대한 경고는 하라리의 글을 통해 나온 것인 만큼 의미가 있지만 사실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또 이민, 테레리즘, 전쟁, 겸손, 세속주의, 정의, 탈진실 등의 많은 주제를 다룬 부분은 깊이 있는 통찰력을 느끼지 못했다. 덜 숙성됐다는 생각이다. 대개 베스트 셀러 작가들이 후속작을 서두르다 하는 실수가 여기에 있지 않나 한다. ‘총, 균, 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2016년에 펴낸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는 전작과 달리 내용이 좀 피상적이었다. 실례를 들지는 않겠지만 국내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들도 본인이 감당하기에 버거운 주제를 다루다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좋은 전작들을 썼을수록 ‘브랜드’를 활용하려는 유혹을 절제하고 깊게 숙성시켜 다음 책을 출간하는 게 어떨까 하는 조언을 그들에게 해주고 싶다. ‘고수’는 서두를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매거진의 이전글 중국의 위기는 오는가...중국 딜레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