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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보 Feb 13. 2019

'소확행', 작은 행복이 아니라 진짜 행복!

서은국 저 '행복의 기원' 서평


행복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 것일까. 많은 말들이 오가고 쓰인 글들이 있다. 쉽게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행복에 대해 이렇게 많은 논의가 필요할까. 그만큼 현실이 행복하지 않고 행복감이 없어서일지 모른다.



연세대학교 서은국 교수가 쓴 ‘행복의 기원’은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에 대해 상식을 깨는 해답을 제시한다. 서문에 담긴 글부터가 이 책에서 서 교수가 얘기하고 싶어하는 것을 예고편처럼 잘 말해준다. “행복이라는 것은 어쩌면 매우 단순한 현상임을 알게 된다. 너무나 똑똑한 현대인들의 실수는 그 단순성을 외면하며 산다는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돈을 벌고 출세하는 데 삶을 바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오늘이 어제보다 더 행복하지는 않다. 행복의 본성과 궁합이 맞지 않는 삶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들은 외적 조건이 행복을 가져다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는 정반대다. 돈, 건강, 학력 등 조건은 행복의 개인차를 10~15% 정도밖에 예측하지 못한다. 예컨대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면 돈은 거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부유해질수록 돈으로 행복을 사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이스털린의 역설’이 일어난다.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복권 1년 당첨 뒤, 21명의 당첨자들과 주변 이웃의 행복감을 비교했더니 놀랍게도 별 차이가 없었다. 당첨자들의 감정이 큰 행복에 빠르게 적응해버렸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큰 기쁨을 경험한 사람들은 쇼핑, 친구들과의 식사 같은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더 이상 기쁨으로 느끼지 못하는 후유증을 겪었다. 행복은 시시한 즐거움을 여러 번 느끼는 데서 온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인 것이다.



또 행복한 사람들은 더 외향적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행복한 사람들은 약 72%의 시간을 다른 사람과 함께 보내지만, 불행한 사람들은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조금 더 많다. 더 좋은 차를 사고 더 큰 집에 살면 행복해질까. 답은 ‘아니다’이다. 물질에서 오는 기쁨은 금방 적응된다. 하지만 여행 같은 경험은 행복감이 두고두고 오래간다.



한 사회의 문화도 구성원들의 행복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개인주의 문화를 가진 북유럽 국가들은 국민들이 행복감을 느끼며 산다. 하지만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한국, 일본,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국가들은 대표적인 ‘행복 부진’ 국가이다.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타인의 평가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행복을 느끼는 데 걸림돌이 된다. 행복해지려면 내 삶의 주인이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돼야한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인맥을 쌓는다고 인간관계가 차고 넘친다. 그러나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진짜 친구가 몇 명이 있는지이다. 만남의 양보다 질이 중요한 것이다.



서은국 교수는 책의 끝부분에서 다시 한번 강조한다.

“과도한 물질주의는 행복에 치명적인 결과를 준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음식을 먹는 것 같은 작은 일상에서 온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나는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이라는 말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언가 큰 행복이 있는 데 그걸 쥐지 못하니 ‘작은 행복’에 만족하고 말겠다는 패배주의적 보상심리가 들어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소확행’은 작은 행복이 아니고 그게 진정한 행복이라고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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