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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보 Apr 26. 2019

<스웨덴의 저녁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

국가는 '국만의 집"

이 책은 삼박자를 갖췄다. 전문가가 썼다. 딱딱한 제도를 일상의 경험으로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쉽게 썼다. 이 세 가지의 장점 덕분에 스웨덴의 복지제도를 여행하듯 한눈에 볼 수 있다. 우리의 현실에 비춰 부러운 점이 많았다.     



저자는 중앙대와 군산대에서 사회복지학을 강의한 윤승희 씨. 2년 동안 스웨덴에서 사회복지 정책을 연구하며 보고 느낀 점을 현장 르포 식으로 생생하게 기술하고 있다.     



복지 국가의 전형인 스웨덴. ‘일상을 행복으로 만든 복지’의 비결은 무엇일까. 저자는 집권당인 사민당이 40여 년간 집권하며 일관되게 추구해온 ‘국민의 집’이라는 개념에 주목한다. ‘국민의 집’은 혼자만 잘 사는 사회가 아니라 모두가 평등하게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좋은 사회는 좋은 가정처럼 평등, 배려, 협동, 도움이 넘친다는 것이다. 이런 공감대는 저자와 같은 동네에 사는 요한손 할아버지의 말에도 잘 녹아들어있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도우라고 우리가 다 같이 세금을 내는 거야”     



‘국민의 집’ 개념은 스웨덴의 의료시스템에도 잘 반영되고 있다. 스웨덴 병원의 강점은 환자의 본인 부담이 적어서, 중증 질환자나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라고 해도 별 부담 없이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소개한다. 검사 결과 중증으로 판단되자 국가가 치료에 적합한 병원을 찾아서 연결해줬다. 저자의 담당 의사는 저자의 말을 경청하며 “모든 치료는 국가가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말라”라고 다독여줬다.      



이 책에서 또 하나 주목하게 된 사실은 스웨덴에서 상위 임금과 하위 임금의 격차가 2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기준으로 무려 15~16배에 달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스웨덴의 낮은 임금 격차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답은 연대임금정책에 있다. 스웨덴의 노조 조직률은 78%나 된다. 대표적인 노조 단체는 스웨덴노동자총연맹(LO)이다. LO 소속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보다 저임금 직군의 임금을 올리는 연대임금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성숙한 노조가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이타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국가를 ‘국민의 집’으로 보는 공감대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한때 교육은 계층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사다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교육 자체가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을 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스웨덴의 교육 제도는 계층 간 격차를 줄이고 사회적 평등을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된 ‘문화학교’에 관심이 많이 갔다. 학생들은 지역 문화학교에서 악기, 미술, 미디어 등을 배울 수 있다. 악기는 빌려준다. 수업료와 악기 대여료 모두 비싸지 않다. 우리나라에도 도입을 검토할만한 제도이다. 저자는 아이들이 친구에게 더 배울 게 많다며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스웨덴의 교육 풍토를 부러워한다. 친구는 사라져 가고 경쟁자만 넘치는 한국 학교의 실태를 안타까워한다.      



스웨덴에서는 육아의 부담도 아빠와 엄마가 동등하게 공유한다.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다른 손으로 유모차를 끄는 ‘라테 파파’가 거리 곳곳에서 눈에 띄는 이유이다. 부모가 함께 육아를 위해 휴가를 낼 수 있는 부모휴가제도도 운영되고 있다. 최장 15개월까지 휴가를 낼 수 있고, 급여도 평상시의 90%가 지급된다.      



스웨덴은 인구 999만 명에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3천 달러인 복지 선진국이다. 이 책에는 잘 갖춰진 스웨덴 복지제도의 다양한 면이 소개된다. 모든 제도 밑에 흐르는 기본 철학은 국가를 ‘국민의 집’으로 보는 사고다. 가정 위에 군림하는 국가가 아니라 가정의 따뜻함을 사회에서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국가가 스웨덴이다. 우리도 많이 배우고 지향해야 할 가치이다.     


유튜브로 제작한 서평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cDqALn2S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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