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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보 May 12. 2019

'우버식 긱경제'는 혁신이 아니다!

'직장 없는 시대가 온다' 서평

한때 차량 공유경제의 대표주자로 비치기도 했던 우버. 지난 200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했다. 승용차 운전자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승객과 카풀을 하고 저렴한 요금을 받는 비즈니스 모델인 것처럼 알려지기도 했다. 우버는 한국 시장의 문도 두드렸다. 하지만 택시업계 등의 반발로 그 시도는 무산됐다. 사실 우버의 해외 진출이 막힌 것이 우리나라가 유일한 사례는 아니다. 우버는 현재 세계 6백여 개 도시에서 운행 중이지만 헝가리와 불가리아에선 영업하지 못한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일부 서비스가 금지돼있다.


https://www.forbes.com/sites/samshead/2019/05/10/ubers-rocky-road-to-growth-in-europe-regulators-rivals-and-riots/?utm_source=newsletter&utm_medium=email&utm_campaign=daily-dozen#6d0f5d5c5c67


우버에게 지난 10일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날이었다. 창업 10년 만에 발행 주식이 뉴욕 증시에 상장됐다. 우버 주식은 상장가가 주당 45달러로 정해져, 우버는 이번 상장으로 810억 달러를 조달했다. 뉴욕 증시 상장으로 우버 창업자인 Travis Kalanick과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를 포함한 투자자들은 돈방석에 앉게 됐다. 우버의 증시 장이 성사된 것은 투자자들이 미래가치를 높게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우버는 적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우버는 지난해 1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냈다.


https://www.forbes.com/sites/rachelsandler/2019/05/09/uber-ipo-pricing-trading-should-you-buy/?utm_source=newsletter&utm_medium=email&utm_campaign=daily-dozen#78fe710e1138


우버에 잔칫날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 상장일을 이틀 앞둔 8일 뉴욕과 런던 등 많은 도시에서 우버의 곪아있는 문제점을 드러내는 일이 일어났다. 우버 운전자들이 고객의 주문을 받는 앱을 끄고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들고 있는 플래카드에 적힌 글귀가 이들의 불만을 잘 보여주고 있다. “Billions to bosses, poverty pay for drivers.” 우버의 주요 경영자들은 수십억 달러를 가져가지만, 운전자들은 낮은 급여 탓에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정규직 근로자 대우를 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고, 유급 휴가와 병가 등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급여 수준 인상을 위해 우버가 떼는 수수료 비율은 25%에서 15%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https://www.theguardian.com/technology/2019/may/08/uber-drivers-strike-over-pay-and-conditions


우버의 상장, 그리고 이에 앞선 운전자들의 파업은 우버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우버는 공유경제 기업이 아니다. 운행 중인 차량을 다른 승객과 공유하는 서비스를 중개하는 업체가 아니다. 우버라는 플랫폼 위에서 일용직 근로자와 고객들을 연결해주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 사용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일자리 중개 업체인 것이다. 우버 운전자들은 대부분 그 일을 전업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 차량을 쓰기도 하지만 이 일을 위해 차량을 새로 사거나 임대하고 있다. ‘플랫폼 근로자’인 것이다.



세계적인 공유경제 전문가 에이프릴 린 에이프릴월드와이드 설립자는 지난 3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 “공유경제는 공동체 지향적이어야 한다. 하루하루 사람을 채용해 쓰다가 일이 끝나면 모든 관계가 끝나는 일용직 경제는 공유란 브랜드를 붙이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419420


이렇듯 플랫폼 위에서 전문지식이나 기능을 가진 사람을 수요처와 연결해주는 서비스는 공유경제가 아니라 요즘 많이 얘기되는 ‘긱경제(Gig Economy)’이다. 프리랜서로서 자유로움을 누리면서도 괜찮은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장점을 가진 것으로 ‘홍보’되고 있지만 대부분 직종의 현실은 이와 다르다. 소득 수준도 낮고, 일자리도 안정적이지 못하고, 고용보험과 건강보험 등도 보장되지 않는다. ‘불안정한 일자리 경제’인 것이다.

최근에 나온 책 ‘직장 없는 시대가 온다’(The End of the Job and the Future of Work)은 긱 경제의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인 미디어 스타트업 ‘쿼츠’의 부편집장 새라 케슬러는 르포 식으로 긱 경제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긱 경제가 어떤 사람에게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노동의 세계를 이토록 처참한 풍경으로 만든 요인을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라고 진단한다.



이 책에 소개된 우버의 스토리이다. 우버는 기사를 ‘독립 계약자’로 분류한다. 실업 급여와 건강보험 등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물론 차량과 연료도 모두 자신이 조달해야 한다. 이 책은 우버가 운전자들에게 딜러를 소개해주면서 차량 임대를 부추겼다고 고발한다. 당연히 차량 임대료는 임금에서 공제된다. 우버가 공유경제 기업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서 분명해진다. 문제는 상황이 이런 데도 서비스 가격 결정이 우버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진다는 데 있다. 리프트 등 경쟁 업체의 진출로 가격 인하 경쟁이 일어나자 우버는 서비스 이용 가격을 낮춰왔다. 운전자들은 자신의 몫이 줄어드는 것을 울며 겨자 먹기로 감수해왔다.



이상은 꿈이었고, 현실은 너무 달랐다. “긱 경제가 양질의 주문형 일감을 제공할 것이라던 이상론은 받아들이기가 점점 어려워졌다.”“긱 경제의 많은 노동자들은 비할 데 없이 가난하다. 미국인 전체와 비교할 때 긱 경제 노동자는 연간 3만 달러 이하를 버는 사람의 비율이 2배 정도 많았는데, 연간 3만 달러는 MIT에서 계산한 미국 4인 가족의 최저 생활 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책이 전하는 우버 운전자들이 처한 현실을 들여다보자.


“우버의 기본요금은 약 5달러였는데, 기본요금 거리를 운행할 경우 수수료를 제하면 기사에게 떨어지는 몫은 약 3달러였다. 그나마 기름 넣고 엔진 오일 교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제하기 전의 금액이다”


“우버 기사는 한 주 동안 얼마를 벌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우버가 예고 없이 수시로 요금을 변경하는 바람에 혼란이 가중됐다.”


“우버는 2014년 5월에 우버 X 기사들이 뉴욕에서 9만 달러 이상 번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우버 기사의 허를 찌르는 비용을 계산에 넣지 않았다. 기름값, 보험료, 자동차 할부금 등이다. 이것들은 우버 기사가 모두 자비로 감당한다.”“평균적으로 볼 때 휴스턴의 기사는 시간당 10.75달러, 디트로이트에서는 8.77달러를 버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월마트의 2016년 풀타임 평균 시급보다 조금 떨어지는 수준이다” 더구나 우버는 향후 자율주행차 도입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경우 운전자들의 대량 실직이 불가피할 것이다.



우버 같은 긱 경제는 더 이상 혁신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애초 실리콘 밸리가 만들었던 긱 경제는 이제 한물간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저자는 증언한다, 해법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는 문젯거리가 돼버렸다는 게 이 책의 진단이다.



막연하게만 알았던 우버, 그리고 긱 경제에 대해 최근의 보도와 이 책을 읽고 잘 알게 됐다. 우버의 한국 진출을 막은 게 현명한 판단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책의 저자는 “기술 업계는 뭐든 무턱대고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올 것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한다. 장밋빛 미래로 떠들썩하게 환호할 때 해당 기술이나 산업에 대해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 책은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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