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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보 May 18. 2019

“과학기술 발달, 근로자 수십억 명 퇴출 우려”

'초예측' 서평

미래에 대한 예측은 언제든 넘친다. 어떤 예측이 더 잘 맞을까 하는 질문은 사실 의미가 없다. 미래의 시점에 가서 어떤 예측이 정확했는지를 일일이 따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예측은 어차피 계속 수정되고 또 잊히는 것이어서다. 그래도 누가 더 논리적 설득력을 갖추고 미래를 내다봤는지는 중요하다. 미래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키워주고, 다가오는 위기에 대해 경고하고 대책을 세우게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초예측’이란 책을 소개한다. 예측도 부족해 ‘초예측’이란 제목을 붙였다. ‘세계 석학 8인에게 인류의 미래를 묻다’라는 부제를 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담대한 기획을 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총,균,쇠’를 쓴 제레드 다이아몬드, ‘슈퍼인텔리전스’의 닉 보스트롬, ‘100세 인생’으로 유명한 린다 그랜튼,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 등 8명의 대가를 일본의 국제 저널리스트인 오노 가즈모토가 인터뷰했다. 이 중 한 명과의 인터뷰를 성사시키기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8명 모두를 만났으니 대단한 일이다. 대가들이 주장하는 미래 예측의 핵심이 들어있어 독자들을 ‘초예측’의 세계로 안내한다.     



책 전반에 흐르는 미래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다. 인간이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인류는 어떤 위기를 맞게 될까. 유발 하라리는 인류는 향후 수십 년안에 세 가지 커다란 위기, 바로 핵전쟁, 지구온난화, 그리고 과학기술에 의한 실존적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자원 부족으로 인해 인류 문명이 붕괴할 수도 있다는 섬뜩한 주장을 한다. 대량소비가 주범이다.      



하라리가 얘기한 과학기술이 가져올 위기는 무엇일까. 하라리는 인공지능이 기존의 사회 질서와 경제구조를 완전히 파괴하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노동시장에서 퇴출시켜 대규모의 ‘무용 계급’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닉 보스트롬은 인공지능이 초지능 수준에 도달하면 인류를 지배할 정도로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다면서 인공지능을 인간의 가치관에 부합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니엘 코헨은 과학기술의 발달이 가져오는 양극화 심화의 부작용을 경고한다. “과학기술은 소수의 생산성만 향상시켜줍니다. 거기서 배제된 대다수는 아무 이익을 받지 못하므로 결국 격차는 심해질 것입니다” 과학기술이 가져올 폐해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하라리는 최근 많이 언급되고 있는 기본소득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새로운 과학기술을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얻는 대기업에 세금을 물리고 그 세금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자는 것이다.     



현재 세계 주요 국가들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는 저출산과 고령화이다. 총인구와 생산가능인구 감소, 연금재정 고갈 위기 등 큰 부담을 가져다줄 수 있는 위기 요인이다. 고령자층이 두터워지는 추세에 대응해 정년제를 폐지하고 고령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린다 그랜튼의 주장이다. 린다 그랜튼은 특히 장수 사회에서는 교육-일-은퇴라는 종래의 3 단계 모델이 이제는 막을 내리고 삶이 다단계로 펼쳐질 것으로 예측한다. 이에 따라 평생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변형 능력이 중요하며, 이를 돕기 위해 국가는 평생교육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유발 하라리도 같은 맥락의 조언을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학습하고 혁신해야 합니다” 자원 부족 위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역설적으로 고령화를 환영한다. 자원이 고갈돼가고 있는데 대량 소비의 주체인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나쁠 게 없다는 것이다. 대신 초고령화 사회에서는 고령자를 자원으로 인식하고 어떻게든 활용하려는 노력이 매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다룬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에게 확실하게 안전을 담보해줄 방법을 발견하지 못하는 한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성공의 열쇠는 핵 억지력 외에 북한 체제의 존속을 보장해줄 다른 대체 수단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비핵화 협상에 대해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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