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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보 May 18. 2019

'끗발' 재는 대화는 피곤하다!

어떤 모임이든 ‘끗발’을 재는 대화가 주류를 이루는 자리는 싫어한다. ‘내가 더 잘 났다.’ 아니면 ‘나도 잘 났다’ 식의 대화는 나를 피곤하게 한다. 어차피 도토리 키재기식의 속물적 대화는 쉼을 주지도 않고 전혀 생산적이지도 않다.      



흔히 나오는 단골 주제는 재산이다. 은근히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는 대화.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이런 얘기를 끄집어내는 사람들은 소유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있는 듯하다. 먹고 살 만큼만 있으면 되고 부족하면 거기에 맞춰 자족하면 되는 일임을 모르는 것이다. 하여튼 생각이 다르면 다른 대로 각자 살아가면 되는 일인데 재미없는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 시간은 무척 지루하다.     



여행 얘기가 나오면 백발백중 많은 돈을 들여 먼 곳에, 아름다운 곳에, 오랜 기간 다녀왔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누가 더 좋은 곳에 화려하게 다녀왔는지를 뽐내는, 여행의 본질인 일상에서의 탈출과는 거리가 먼 건조한 얘기들이다. 어딜 다녀왔는지가 왜 그리 중요한가. 그게 어느 곳이든 낯선 곳에 가 익숙함의 관성을 털어내 삶에 쉼을 주고 새로운 시선이 열려 오는 게 여행이 주는 참된 유익이 아닐까. 나는 한곳에 머물며 경치 보고 책 보고 머리 비우며 오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여행을 한꺼번에 대량소비하는 것을 무용담으로 삼는 말에는 감동도 부러움도 느끼지 못한다.   

   


네팔에 가거나 산티아고 길을 걷고 나서 큰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는 얘기다. 그런 낯선 공간에 가면 새롭게 얻어지는 생각들이 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왜 동네 산책길에서는, 국내의 한적한 곳에서는 그런 깨달음을 얻을 수 없고 꼭 해외에 나가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일까. 

     

타인과의 비교에서 행복을 얻으려는 시도는 속물적이다. 가짜 행복이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서 “우리가 얻을 수 없는 뭔가를 가지려 할 때마다 우리는 가진 재산에 관계없이 가난해진다. 우리가 가진 것에 만족할 때마다 우리는 실제로 소유하는 것이 아무리 적더라도 부자가 될 수 있다”라고 조언한다. 알랭 드 보통도 성공한 작가여서 실제 삶에서 얼마나 이를 실천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적어도 글을 이렇게 썼으니 이 방향으로 노력하는 사람일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비교의 덫에서 헤어났다고 말할 수 없다. 가끔은 허세를 떠는 얘기 앞에 속이 상하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자족의 행복’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서 다시 그 방향으로 돌아와 이를 위해 노력한다. 작은 꽃 한 송이를 보고, 계절 따라 바뀌는 산책 길의 변화에서 잔잔한 행복을 느끼는 삶도 얼마든지 풍요로울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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