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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보 May 24. 2019

“1~2년 내 최악의 경제위기 다가온다”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짐 로저스 저)

경기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가 많이 나오는 요즘, 대세를 거스르듯 한국 경제의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책이 나왔다. 세계 3대 투자자 중의 한 명인 짐 로저스가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라는 새 책을 내놓았다. 이 책의 제목이 얘기하는 나라는 한국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통일 한국’이다. 짐 로저스는 경제는 미시적으로 보기보다는 큰 틀로 진단한다. 굵은 맥락에서 살펴보고 크게 크게 예측한다. 그 혜안으로 리먼 사태, 중국의 대두,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등을 맞췄다. 이 책에서 펼치는 짐 로저스의 논리는 정밀하지는 않다. 대강의 설계도만으로 경제 전체의 진로를 예견하는 식이다. 그런데도 족집게 예측을 해온 그이기에 귀를 기울여보게 된다.     



짐 로저스가 낙관적으로 보는 한국은 바로 ‘통일 한국’이다. 지지부진한 비핵화 협상으로 통일을 점치기도 어려운 현실이지만 그는 앞으로 10~20년간은 통일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가장 번영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반도의 통일을 확신한다. “시기적으로 통일은 언제쯤 될까? 나는 외부환경만 갖추어지면 북한은 당장이라도 개방되리라고 본다.” 임금이 낮고 엄청난 양의 천연자원이 있는 북한은 개방이 되면 두 자릿수의 빠른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짐 로저스는 전망한다. 특히 북한의 근면한 국민성과 한국의 경영 능력 등이 잘 섞이면 굉장히 자극적인 나라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본다. 한반도의 통일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고 하는 그의 전망의 논리적 근거는 약하다. 로저스의 ‘감’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그럴까 하는 의문도 품게 되지만 그가 내다본 대로 한반도의 미래가 펼쳐진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      



한국과 대조적으로 일본의 미래를 보는 로저스의 시선은 잿빛이다. GDP 대비 두 배 수준인 1,100조 엔의 빚을 지고 있는 일본의 부채 상황을 언급하며 채무가 많은 나라는 언제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고 경고한다. 이렇게 빚이 많은데도 아이를 낳지 않으니 일본은 50년 후, 100년 후에는 사라진다고 단언한다. 열 살인 일본인 어린이라면 아예 일본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가라고 조언한다. 아베노믹스 덕에 구인난이 생길 정도로 일본 경제가 호조를 보인다는 게 현재의 일반적 평가인데 돈을 찍어 경기 부양을 하는 아베노믹스는 실패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현재 진행형인 미·중 무역마찰의 진로에 대해 짐 로저스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무역전쟁의 승자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역사상 보호주의 정책을 표방하며 무역전쟁에 승리한 나라는 단 한 군데도 없다고 단언한다. 로저스는 트럼프에 대해 비판적이다. 예컨대 수입 철강에 높은 관세를 물려 철강산업 노동자를 보호했지만, 자동차와 세탁기 등 철강으로 만든 제품을 사는 3억 명이 넘는 소비자들은 고통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미·중 패권 경쟁에 대해서는 미국을 대신할 수 있는 나라는 없어 보인다고 전망한다. 중국이 미국에 가장 근접했으나 미국을 대신해 패권을 잡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인재를 배출하는 교육제도와 기술 중시 등을 강점으로 보지만 낮은 출산율, 급격하게 늘어나는 부채, 지방과 도시의 격차 등을 위기 신호로 보고 있다. 로저스는 미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2020년의 어느 시점에서 증시의 상승 트렌드가 막을 내리고 미국이 비참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지금의 상승 기조가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일부 종목에 국한된 것이어서 매우 불균형한 상태라는 분석이다.  


    

짐 로저스는 인도에 대해서는 ‘나라로서는 매력적이지만 대국이 되려면 멀었다’라고 평가한다. 러시아에는 투자 기회가 있다며 긍정적으로 본다.      



세계 경제의 진로에 대해서는 끔찍한 경고를 한다. 앞으로 1~2년 사이에 자신의 평생 중 최악의 경제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반갑지 않은 전망을 한다. 위기 발생의 도화선은 사상 최악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전 세계 부채액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까지 겹치면 대참사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세상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라는 제목의 책이지만 장래를 밝게 보는 나라는 한국과 러시아 정도이며 세계 경제 전반으로는 사상 유례없는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어두운 미래 전망이 이 책에 담겨 있다. 큰 물줄기만을 보며 방향을 제시하는 그이기에 논리는 엉성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미래의 중대한 사안들을 정확히 맞춰온 그이기에 미래를 보는 그의 시선이 무겁게 다가오기도 한다.      



비관론은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도록 대책을 촉구하는 측면도 가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로 풀린 자금 탓에 차오른 부채 문제에 세계 주요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로저스가 말한 경제위기의 시나리오가 그대로 현실화할 수도, 늦어질 수도, 아니면 예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병은 날 수 있다. 하지만 처방을 올바르게 해 병을 낫게 하는 건 정책과 경제 주체들의 지혜로운 판단과 실행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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