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그동안 중국에 대해 파상적인 무역보복 공세를 펼쳐왔다. 본질적으론 중국의 추격에 제동을 걸기 위한 패권 다툼의 성격이 크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문제는 중국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등 미국의 보복조치가 무역수지에서 효과를 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답은 긍정적이지 않다.
미국은 지난해 7월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해 고율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현재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중국도 맞대응을 했다. 1,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역시 동일한 25%의 관세를 물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말에 열린 미중무역협상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끝나자 9월 1일부터 추가로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수입품 거의 대부분에 대해 관세 보복조치가 취해지게 된다.
이같은 관세 부과가 미중간 무역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얼마나 개선됐을까. 올 상반기 미국의 무역성적표가 나왔다. 이를 보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해 상반기의 1,859억 달러에서 올 상반기에는 1,670억 달러로 189억 달러가 줄어들었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12%가 줄어들었고, 미국의 대중 수출도 19%나 감소했다. 세상 떠들썩하게 관세 전쟁을 벌였지만 무역적자 개선폭은 10% 남짓에 불과했다. 대중 수출과 수입이 다 줄어 전형적인 축소균형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공격적인 무역수지 방어 노력이 전체 무역 수지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결과는 그리 좋지 않다. 상반기 무역적자 폭은 전년동기 대비 7.9%가 늘어난 3,163억 달러로 증가했다. 서비스를 제외한 상품 무역적자만 보면 4,393억 달러에 달한다.
무역수지가 이같이 더 악화된 것은 미국 경기가 호조를 보인 관계로 수입이 1조 5,680억 달러로 1.5% 늘어난 반면 수출은 1조 2520억 달러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서비스 수출을 제외할 경우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줄임에 따라 상품 수출은 감소세를 보였다.
중국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물렸는데도 수입 증가로 무역적자 폭이 더 확대된 이유는 대중 수입이 줄어든 폭보다 멕시코, 베트남, 한국, 일본, 유럽 등 지역에서의 수입이 더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며 대 중국 수입을 줄였지만 그 빈 자리를 채우고도 넘칠 만큼의 다른 나라 제품이 미국시장으로 들어왔다는 얘기다. 미국 정부가 아무리 중국에 대해 보호무역조치를 취해도 미국 소비자들의 해외 제품에 대한 수요도는 여전하거나 더 늘어났다는 의미다. 결국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주며 미국이 강행하고 있는 무역전쟁이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줄어들자 큰 덕을 본 것은 멕시코와 베트남이다. 멕시코는 상반기 중 중국을 제치고 최대의 대미 교역국에 랭크됐다. 중국은 캐나다에 이어 3위로 밀렸다.
대미 수출 증가율로 보면 베트남이 33%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미중 무역분쟁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중 무역전쟁은 더욱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환율이 그동안 저지선으로 여겨졌던 달러 당 7위안을 넘어서는 것을 용인하자 미국은 즉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이 무역전쟁의 승자는 누구일까. 상반기 미국의 무역수지 성적표가 말해주는 것은 적어도 미국이 승자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경제이론을 거론하지 않아도 무역보복은 관련 당사국 모두에게 손실을 주는 축소균형을 가져올 뿐이다.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중국의 기세를 단기적으로 꺽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정작 미국 경제에도 상처를 남기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