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Walden). 마음이 산란할 때 꺼내 읽으면 소로우가 경험했던 월든 호수 곁으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가슴의 먼지가 가라앉는다. 삶의 방향성에 대해 소로우가 해주는 조언에 마음문을 열고 어느 길을 걷고 있는지 점검해보게 된다. 월든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소로우는 1817년 7월 12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에서 태어났다. 그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으나 부와 명성 등 세속적 성장의 길을 걷는 대신 1845년 28세의 나이에 문명을 등지고 콩코드 마을 주변의 월든 호수 주변으로 가 2년 2개월 동안(1845년 7월 4일~1847년 9월 6일)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산다. 평생 그는 자유로운 삶의 길을 탐색했다. 그의 저서는 45세에 그가 사망할 때까지는 독자의 시선을 끌지 못했지만 사후 반향을 일으킨다. 뛰어난 자연 묘사와 사회에 대한 풍자, 그리고 참다운 인간의 길을 추구한 그의 삶이 뒤늦게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평론가들은 평가한다.
소로우는 ‘월든’에서 몸소 체험한 자연의 대서사시를 유려한 필체와 세밀한 묘사로 그려내 주고 있다. 꽁꽁 얼었던 호수가 봄을 맞아 녹아가는 과정에서 월든 주변이 계절의 변화를 펼쳐가는 모습, 숲속의 다양한 나무, 자연 음악을 들려주는 새들, 숲속의 동물들과의 ‘동거’ 등의 얘기를 읽어가다 보면 한 편의 생생한 영화를 보는 듯하다.
소로우는 왜 젊은 나이에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숲속으로 들어갔을까. 그는 사소한 일들에 인생을 헛되이 낭비하기보다는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하는 삶을 원했다. 인생을 깊게 살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는 이런 삶을 살기 위해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이런 철학을 가진 소로우는 부질없는 외형을 추구하는 문명사회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한다. “사람들은 그릇된 생각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좀이 파먹고 녹이 슬며 도둑이 들어와서 훔쳐 갈 재물을 모으느라고 정신이 없다.” 인생이 끝날 무렵이면 자연히 알게 될, 어리석은 자의 인생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살았지만 소로우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강조한다. “가장 현명한 사람들은 항상 가난한 사람들보다도 더 간소하고 결핍된 생활을 해왔다.”“‘자발적 빈곤’이라는 이름의 유리한 고지에 오르지 않고서는 인간 생활의 공정하고도 현명한 관찰자가 될 수 없다” 그는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단지 심오한 사색을 하는 게 아니라 소박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먹고 사는 것을 마련하는 투박한 일에서 여가를 얻어 자유로운 인생을 향한 모험을 떠나자고 권유한다.
우리는 돈을 많이 벌고,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 같은 것을 성공이라고 정의하고, 삶의 목표가 이 한 가지뿐인 것처럼 잔뜩 긴장한 채 질주한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성공의 기준은 잘못된 것이다. 소수만을 성공한 사람으로 만드는 잘못된 기준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성실하고 풍성하게 살아낸 사람은 재산과 지위에 관계없이 성공한 인생인 것이다. 소로우도 이 점을 강조한다. “사람들이 찬양하고 성공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삶은 단지 한 종류의 삶에 지나지 않는다. 왜 우리는 다른 여러 종류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하나의 삶을 과대평가하는 것일까?”
월든에 인용된 채프먼의 시는 소로우의 생각을 그대로 말해준다.
허위의 인간 사회여
세속적인 명성을 찾기에 바빠
천상의 뭇 즐거움은 공중에 흩어지는구나!
월든에서의 소로우의 삶은 소박함 그 자체이다. 정신의 자유를 얻기 위한 ‘자발적 가난’의 실천이다. 그는 당시 28달러를 들여 작은 집을 지었다. 가구는 손수 만들거나 돈을 들이지 않고 구했다. 침대, 탁자, 책상, 의자, 거울 등 꼭 필요한 것들만 마련했다. 음식에 대한 그의 생각도 단순함 그 자체이다. “사람이 동물처럼 단순한 식사를 하더라도 체력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보통 날 점심때 갓 따온 옥수수를 넉넉히 삶아 거기에 소금을 좀 뿌려 먹는 것 말고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소로우가 가장 중요시한 것은 얽매임이 없는 자유였다.
그렇기에 소로우에겐 ‘지금, 당장’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진리가 멀리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모든 시간과 장소와 사건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가르친 ‘현재를 잡아라’(Seize the day)나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카르페 디앰(carpe diem)’과 맥락이 같은 얘기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소로우의 정의는 심오하다. “자기 내부에서 동물적인 요소가 날마다 조금씩 죽어가고 신적인 면이 확대되어가는 것을 확신하는 사람은 매우 행복한 사람이다” 영적인 깊이가 더해가는 삶을 행복으로 바라보는 소로우의 시선은 그가 던진 이 질문에서 발원된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만 끝없이 노력하고, 때로는 더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우지 않을 것인가?‘
소로우가 월든에서 하고 싶은 말은 ’맺음말‘ 부분에 그 정수가 축약돼 있다.
”그대여 눈을 안으로 돌려보라 그러면 그대의 마음속에
여지껏 발견하지 못했던 천 개의 지역을 찾아내라
그곳을 탐사하라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는 우주학의 전문가가 되라“
”자신의 생활을 소박한 것으로 만들면 만들수록 우주의 법칙은
욱 더 명료해질 것이다. 이제 고독은 고독이 아니고 빈곤도 빈곤이 아니며 연약함도 연약함이 아닐 것이다“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자신을 개발하기 위하여 서두른 나머지 수많은 영향력에 자신을 내맡기지 마라, 그것도 일종의 무절제이다. 겸손은 어둠이 그러하듯이 천상의 빛을 드러나게 한다“
”어떤 사람도 높은 수준의 정신생활을 하는 것으로 인해 낮은 차원에서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 남아 돌아가는 부는 쓸모없는 것들밖에 살 수 없다“
다시 읽으니 한 구절 한 구절이 마음에 쏙쏙 들어와 박힌다. ’월든‘은 세계적 베스트 셀러이다. 수많은 사람이 소로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현재 사회의 모습은? ’월든‘에 감동했지만, 사람들의 삶은 소로우가 비판했던 헛된 것을 추구하는 세속적인 삶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 아닐까? 산전수전 다 겪어보고 읽어보는 월든. 지식으로서가 삶의 지향점을 가르쳐주는 ’등대‘로 다가온다. 비슷한 맥락의 책 ’조화로운 삶‘이 다음에 읽을 책이다. 이 책도 두 번째 읽게 된다.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