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보 Oct 01. 2019

'백 년을 살아보니'(김형석 저) 서평

https://www.youtube.com/watch?v=BzE91_MZK4s&feature=youtu.be

살아있는 사람 중에 지혜가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일까? 지위가 높은 사람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나이가 드신 어르신들이 상대적으로 지혜를 가지고 계신 것으로 추론해볼 수 있다. 인생의 경험과 오랜 사유를 통해 삶에 대한 지혜가 축적돼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5년 미국 코넬대학교의 사회학자 칼 필레머는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이라는 책을 펴냈다. 1000명이 넘는 70세 이상의 남녀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 이들로부터 삶의 지혜의 정수를 뽑아내 책에 실었다. 예컨대 이런 내용이 실렸다. 살아보니 월급을 많이 주는 직업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멋진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기보다는 취미가 비슷하고 대화가 잘 되는 상대를 선택해라. 당연하게 들리지만, 실제 선택의 순간에는 그릇된 결정을 하기 쉬운 일들이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1920년생)의 책 ‘백 년을 살아보니’에도 백 년 가까이 살아온 노교수의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그는 97세 때 이 책을 썼다. 김 교수는 이 책에서 행복론, 결혼과 가정, 우정과 종교, 돈과 성공 등 네 가지 주제를 가지고 독자와 대화하듯 자신의 인생철학을 들려준다.      


‘행복론’에서 그는 물질과 권력, 명예를 목적으로 삼는 사람은 소유의 노예가 되어 정신적 행복은 누리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예술과 같은 정신적 가치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조언을 한다. “경제는 중산층에 머물면서 정신적으로는 상위층에 속하는 사람이 행복하며, 사회에도 기여하게 된다”     



노년을 바라보는 김 교수의 눈은 새롭다. 그는 인생의 황금기는 60세에서 75세까지의 기간이라고 강조한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노력하는 사람들은 75세까지는 정신적으로 인간적 성장이 가능하다.”  나이가 들어서도 공부하며 일하는 사람은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책을 집필했던 때가 97세일 때인데도 그의 건강관리는 젊은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루에 50분 정도를 걷고, 일주일에 세 번쯤은 수영하고, 외출 시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역시 꾸준한 운동이 장수의 비결인 것이다.      



백세시대.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김 교수가 알려주는 ‘노후 생활법’은 무엇일까. 그는 늙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해서 지식을 넓혀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일본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내용이 소개된다. 60대 중반 여성들에게 어떤 사람이 행복한가를 물었더니 ‘공부를 시작한 사람, 취미활동을 계속한 사람,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사람’이었다. 김 교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아무 일도 없이 노년기를 보내는 사람은 불행하다.”     



김 교수의 말은 린다 그래튼이 ‘100세 인생’에서 들려준 내용과 맥락이 비슷하다. 그래튼은 ‘교육-일-퇴직’의 일 단계 삶은 100세 시대에는 맞지 않으며 ‘교육-일-재교육-재취업...’의 다단계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생 전반을 마친 다음 재교육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해나가는 건강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https://nschoi76.blog.me/221556953644


‘백 년을‘백년을 살아보니’. 말 그대로 ‘100세 인생’을 살아낸 노학자의 지혜가 녹아있는 책이다. 경험을 통해 들려주는 얘기인 만큼 긴 노후를 활기차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그의 조언은 생생한 공감으로 다가온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찾은 ’월든‘...’삶의 등대‘ 같은 명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