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컨디션이 썩 좋지는 못했다.
회사에서 뭔가 몽롱하고 기침이 크게 나오길래 그냥 버티기에는 무리가 있다 싶었다.
코로나인지 감기인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는 없지만 일찍 퇴근해 약국에 들려서 종합감기약을 하나 샀다.
빨간색 박스에 담긴 알약 두개를 입에 털어넣고 집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다. 잠결에 배가 고파서 깨어보니 어느새 시간은 10시가 넘어가서 급하게
배민을 켜고 익숙하게 자주 시켜먹는 덮밥집에 주문을 넣었다.
잘때 자더라도 밥먹고 약은 먹어야지...
밥을 후딱 먹고 바로 약을 먹었다. 분명 잠을 자다 일어났는데도 약 기운 때문인지 그새 또 졸려오기 시작했다.
이때 까지는 그냥 컨디션만 안좋았었는데...
원래 나는 한번 잠들면 왠만하면 잘 안깨는 편이다. 밖에서 벼락이 치던, 누가 업어가던 잘 안깨는 편이고
꿈도 잘 안꾸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악몽을 두번씩이나 꿨다. 사실 두번째 꿈은 정확하게 기억도 안나지만
첫번째 꿈은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악몽이라고 하기보단 너무 슬픈 꿈이라고 해두는게 좋을거 같다.
최근 어버이날을 맞아 본가에 들려서 엄마 아빠를 보았는데 그때 엄마가 컨디션이 최근들어 안좋다고 얘기했었다. 평소에도 건강이 그렇게 좋은편은 아니셔서 처음에는 큰 문제라고 생각은 안했다. 하지만 뭔가 불안한 느낌과 엄마의 기운이 예전보단 덜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가 다시 내 자취방으로 들어온뒤에 고민이 많아져있었다. 병원을 어디를 가야할까, 뭐가 문제일까. 바로 건강검진도 예약을 해드렸지만 걱정이 되는건 매한가지 였던거 같다. 괜한 걱정일 수도 있지만 MBTI가 N이리 그런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많은 생각이 오가게 되었다.
그러던중 꿈속에서 엄마가 나왔다. 꿈속에서 나와 엄마는 여느 다를때 없이 대화를 하고 있었고,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엄마 스마트폰에서 뭐가 잘 안되어서 봐주고 있던걸로 기억이 난다. 그러던 중 엄마가 계속 알려준거를 까먹었다. 처음엔 그럴 수 있지 했지만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분명 방금 했던건데... 그러면서 점점 엄마가 이상해지는걸 느꼈다. 알려준거 말고도 다른걸 계속 까먹고 순간 순간 다른 사람이 됐다가 돌아왔다 하는거 같았다. 점점 그런것들이 심해지더니 나를 못알아보기 시작했다. 아 그때 느겼다. 치매가 왔구나...
실제로 외할머니가 치매가 있으셔서 점점 갈때마다 기억을 깜빡 깜빡 하시더니 지금은 엄마도 못알아보실정도로 심해지셨고 지금은 요양병원에 계신다.
딱 그때 엄마가 할머니. 엄마가 자신을 기억못하는 엄마의 엄마를 마주했을때의 느낌을 잠깐이나마 경험해본거 같다. 꿈속에서의 나는 엄마가 나를 기억하기를 바라며 계속해서 내가 누구냐고 되 물었고, 꿈이 깰때까지 엄마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다행인지 모르게 그러다 잠에서 깨버렸고. 새멱 5시가 갓 된 시간이었다.
잠에서 깨어보니 너무 슬프면서도 얼마전 엄마가 컨디션이 안좋다는 얘기가 계속 머리속을 맴돌았다. 건강검진에서 별일이 없어야 할텐데... 올해 들어서 가장 슬프면서 우울한 하루의 시작이지 않았을까 한다.
엄마가 아픈것보다 엄마의 추억과 기억이 모두 사라진다는것. 그게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고, 그동안 이런 저런 핑계로 잘 해드리지 못한것들이 후회로 밀려왔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지만 지금까지의 기억이 모두 지워지고, 살아 있음에도 더 이상 추억을 쌓을 수 없는다는것이 가족들을 얼마나 마음아프게 하는지 조금은 알거 같았다.
아직도 꿈을 꾼 직후의 감정이 남아있는거 같지만. 다행히도 이건 꿈일뿐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고 지금 내가 어떻게 행동하냐에 따라 많은것들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슬프고 충격적인 꿈을 꾸어서 글로 남겨놓고 싶었다. 가끔씩 보면서 엄마에게 잘하고 있지만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엄마 건강해요! 아직 나랑 같이 해봐야할것들이 너무 많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