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망했습니다. 아니 안 망했습니다. (아직 안 팔았으니)
어언 2년 전... 회사 입사 후 약 2년이 될 때쯤 회사는 IPO를 통해서 증권시장에 상장했습니다.
그 당시엔 주식 청약 열풍이 불 당시였고, 당연히 IPO를 하는 회사의 임직원들은 우리 사주를 통해 소위 대박이 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물론 제가 다니던 회사도 청약 열풍시기와 맞물려서 IPO를 진행했고, 근속연수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운이 좋게 저도 일정 부분의 우리 사주를 매수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그때 우리 사주를 사는 게 아니었는데....
그 당시에는 무조건 사면 대박 난다 라는 분위기였고, 기업의 가치 평가를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분위기에 휩쓸려서 우리 사주를 매입했죠.
그 당시 첫 직상생활부터 시작해서 약 5~6년 차 동안 모아두었던 제 돈 2억에 가족, 친척돈, 그리고 우리 증권금융에서 받은 대출 1억을 포함한 꽤나 많은 금액을 매수했습니다. 대출까지 끌어서 영끌을 했었죠.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나 봅니다.
그리고 우리 사주는 매수 후 1년 동안 매도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상장 이후 퇴사하는 직원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동료들이 너무 좋았고 회사도 너무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었기에. 당장의 돈보다는 미래를 선택하기로 합니다. (왜 그랬을까..)
주식은 상장직후 두세 배 넘게 오르면서 엄청난 기대감을 품게 해 주었습니다. 솔직히 그 정도의 가격이 유지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매수 금액보다 20% 정도 오른 정도에서 매도가 가능할 거다라고 생각을 했었죠.
여느 IPO 한 기업들의 주식과 비슷하게 초반 급등을 하고 점점 주가는 하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원래 다른 주식들도 다 그러니까 당연하다 생각을 했었죠. 하지만 코로나가 끝나가고 금리가 점점 오르면서 주식은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매수한 지 10개월이 채 되기도 전에 주식은 공모가를 터치하고 제 주식 잔고는 어느새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대출금리도 오르면서 점점 대출이자에 대한 부담감도 늘어나고, 주식이 점점 하락하면서 발생하는 불안감, 그리고 그 당시 뉴스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서 부동산을 영끌을 해야 한다. 이번이 집을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라는 식의 뉴스가 넘쳐흘렀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불안하고, 뭐라도 해야 할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엄청났습니다. 글로 적기엔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제 인생 중에 가장 조급하고 숨 막히는 기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그 시기에 심리치료도 받으러 다니고, 여자친구와도 이별을 하였습니다.(요건 전적으로 제 이슈로 인한) 퇴근하고 집에 오면 모니터 왼편엔 뉴스를, 오른편엔 부동산 관련 영상을 틀어놓고 보고, 대출이자를 계산하고, 그로부터 몇 개월 뒤에도 주가는 점점 더 하락해서 -50% 이상을 손실을 보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제 돈만 있었다면 그래도 나았을 텐데 가족들의 돈이 들어가 있으니 가족을 은 별 내색은 안 했지만 스스로가 미안한 감정 때문에도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일부 손절 후 돌려드린 분들도 있지만 마음속으로 항상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한국증권금융의 대출로 산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자 주기적으로 반대 매매 문자가 왔고, 그때마다 월급 받은 돈, 적금으로 모아둔 돈을 털어서 일부 상환을 하고, 담보를 더 추가하는 등 빚쟁이가 받을만한 문자들을 받으면서 하루하루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꽤나 길었습니다.
솔직히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럴까 싶은 생각도 너무 많이 했고, 동료들과 장난으로 한강물 온도를 체크하는 등 어두운 시절을 보냈던 거 같습니다. 주변에선 사람이 되게 시니컬 해졌다는 소리도 들었고. 매사 부정적인 언사를 했던 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다고 달라질 건 없었기에 회사에서 받는 월급과, 연말 상여금 등을 모두 대출 상환에 힘썼고 한국 증권금융에서 받은 대출을 모두 상환하고 그 외에 다른 대출도 열심히 상환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주가는 아직도 지지부진해서 -40% 정도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힘든 시기를 겪고 나니 조금 멘털이 단단해져서 인가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물론 완벽하진 않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물타기도 하고 어느 정도 오르면 손절도 하고 나름 리스크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아마 그동안의 손실과 대출을 회복하려면 아직 몇 년 더 걸릴 거 같지만. 그래도 이런 시련을 겪고 나니 사람이 조금 더 단단해져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좀 더 초연해지는 계기가 되었던 거 같습니다.
그 당시 받았던 스트레스와 비슷한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인생에 과연 또 있을까요?
아마 또 있다고 해도, 이미 한번 겪었기에 그다음은 그렇게 힘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물론 누군가는 누가 빚까지 내서 사라고 했냐, 아무도 강요한 적 없다 하시는 분도 있지만. 네 맞습니다.
전적으로 제 의지로 사서 제 스스로 감당하고 있습니다. 제 선택이 잘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하면 절대로 사지 않겠지만.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알 수 없기에 현재의 목표에 충실하게 지내다 보면 어느새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직장동료와 친한 친구들 외에 누구에게도 이렇게 까지 얘기한 적은 없었던 거 같네요. 우리 사주로 힘들다고만 했지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와 부담감 속에서 살았는지까지는요. 언젠가 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그땐 그랬었지. 그래도 잘 버텨냈다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