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으면서 배우는 것들.
사진 찍는걸 언제쯤부터 좋아했을까 하면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마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디지털카메라라는 개념을 접했던 거 같고, 핸드폰에도 카메라가 달려서 나오기 시절부터였지 않나 생각이 든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카메라를 다루는 게 재미있어서 사진에 빠져들기 시작했던 거 같고. 나만 볼 수 있는 어떤 걸 가진다는 거에 대한 경험이 좋았던 거 같다. 그래서 싸이월드를 열어보면 중학교 수학여행 사진부터 별의별 사진들이 내 싸이월드 사진첩에 있다. (언제 복구되냐고요ㅠㅠ)
그리고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한 건 고3 수능 끝나고 어머니가 사주신 Canon 400D카메라였던 거 같다.
그 당시 번들렌즈를 가지고 사진 동호회에 들어가 형 누나들을 열심히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생전 처음으로 홍대에 가서 아메리카노를 마셔보고 그런 경험들이 좋아서 사진을 계속 찍었던 거 같다. 그때만 해도 사진을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보다는 그냥 동네 산책 겸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그냥 막 셔터를 눌렀던 거 같다. 물론 주변을 잘 관찰하면서 다니는 것들은 그 당시에 만들어진 거 같지만. 사진실력은 제자리였고, 그리고 인물사진은 전혀 찍지 않았다. 왜? 못 찍어주면 모델이 서운할 거 같잖아.
그래서 그 당시에 찍은 사진을 보면 거의 풍경위주의 사진이고, 인물은 주로 인증용으로 찍었던 거 같은 사진들 뿐이다.
그러고 취업을 하고 사진을 좀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장비 탓을 하며 Canon 80D로 기변을 하고, 렌즈도 몇 개 더 사게 되는데, 그렇다고 사진 실력이 나아지나. 실력은 그대로이고 오히려 핸드폰 카메라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무거운 DSLR을 잘 들고 다니지 않게 되었다. 물론 사진 찍는 건 여전히 좋아했지만 예전처럼 카메라를 들고 골목을 돌아다니며 관찰하는 건 잘하지 않게 되었던 거 같다.
그러고 최근 다시 카메라를 구입했다. Sony의 A7C2. 물론 핸드폰보다는 무겁지만 그래도 가벼운 미러리스라 이번 몽골 여행부터 함께 하게 된 친구다. 이번엔 막 찍기보다는 좀 더 내가 찍고 싶은 것들을 미리 생각해 두고 찍거나, 인물을 더 잘 찍어보고자 시작한 것도 있다. 아무래도 핸드폰 카메라의 감성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평소 찍지 않았던 인물사진을 찍고, 러닝 할 때 한 손에 들고 찍터벌을 열심히 하고, 회사 동료의 밴드 공연 사진을 찍어보고, 후보정을 직접 해보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많이 깨 보려는 노력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이전에 사진을 찍을 때는 무조건 수평이 맞아야 하고, 초점이 맞아야 하고, 밝기(노출)가 맞야아 잘 찍은 사진이라고 생각해 왔다. 물론 그 조건들이 갖춰지면 잘 찍힌 사진은 맞지만.
흔들려도, 초점이 나가도, 대각선으로 찍어도. 그 나름 사진의 역동적인 모습과 감성의 모습을 살릴 수 있다는 걸 최근 들어서 느끼고 있는 거 같다. 이전에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서 조금씩은 벗어나는 과정이 생기고 있달까.
사진을 오랫동안 찍어왔지만 항상 찍을 때마다 사고방식의 변화도 함께 있는 거 같아서 항상 새롭고 재미있는 거 같다.
사진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면에서 기존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지.
사진을 찍는다는 건 네모난 프레임에 시야를 가두지만,
틀을 벗어나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