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배우자의 도시락을 싸주고 있다. 벌써 4년이 되어 간다. 화려한 메뉴나 장식은 없다. 투박하기만 하지만 내 딴에는 영양과 맛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노력 중이다. 은근히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다.
도시락을 싸는 입장이 되다 보니 깨닫게 된 것이 있다. 고작 한 사람을 위한 도시락도 이처럼 만만치 않은데, 세 딸의 도시락을 싸주었던 엄마는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큰 언니부터 시작해서 막내인 내가 졸업할 때까지였으니 20년이 넘는 시간이었다.
엄마의 정성이 담긴 도시락 가방을 집어 들 때마다 나는 고맙다는 말을 했던가? 단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반찬 투정까지 하곤 했으니……. 기억하기로, 엄마는 그런 나를 나무라지 않았다. 가자미 눈을 한 내 기분을 풀어주려 하셨다. 나의 부끄럽기 짝이 없는 흑역사다.
내가 그 시절에 지나가는 말로라도 '고맙다'라고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짧은 한마디만으로도 엄마는 기운을 충전하고 기나긴 시간을 힘든 것조차 모를 만큼 기쁜 마음으로 도시락을 쌌을 텐데......
부끄럽지만 나의 철부지 기질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했다. 이제는 내가 엄마를 더 챙기고 은혜를 갚아야 마땅한 나이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엄마에게 늘 도움을 받고만 있다.
그런데도 엄마는 내게 늘 말한다. 우리 딸이 최고라고. 복덩이라고.
그래서 더 미안하고, 더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