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모두가 잠든 고요한 시간에 <논어>를 펼쳤다. 글자 수만 보면 순식간에 여러 장을 읽을 만한 책이지만 어제는 두 페이지만 읽었을 뿐이다. 좋은 책은 책장을 얼마나 넘겼는지를 신경 쓰지 않게 한다. 나는 한 구절에 멈춰서 이런저런 생각의 가지를 뻗쳤다. 그리고, 소중한 깨달음을 얻는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라에 도가 있으면 말을 바르게 하고 행동도 바르게 해야 하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행동을 바르게 하되 말은 공손하게 해야 한다."
공자가 말하는 '도(道)'의 의미에 대해 사람들마다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지켜나가야 할 올바른 길이라고 본다. 어제 읽었던 구절을 내 방식으로 풀어보자면 이렇다.
도(道)를 지키며 올바르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 나라에서는 말과 행동을 바르게 해야 하고, 도(道)를 지키지 않는 그릇된 사람들이 있는 나라에서는 행동은 바르게 하되, 말은 공손하게 해야 한다.
공자는 '나라'로 표현했지만, 나는 '사람'으로 바꿔봤다. 도(道)가 있는 사람과 있을 때는 말과 행동을 바르게 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이 옳다. 그렇게 해도 나에게 어떤 해로움도 없다. 나뿐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이롭다. 반면 도(道)가 없는 사람과 있을 때는 나의 행동을 바르게 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말만큼은 달리해야 한다. 최대한 예의를 지키며 겸손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마냥 올바르고 곧은 소리만 했다가는 자칫 나에게 화가 생길 수 있다. 도(道)가 없는 사람은 올바르고 곧은 말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을 아프고 힘들게 하는 가시 돋친 말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바른말을 하는 사람을 공격하기에 이른다. 그러니 이런 정당하지 않은 공격으로부터 나 자신을 지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바른말이라도 사람을 골라가며 해야 한다는 사실이 씁쓸하지만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내가 어떠한 염려 없이, 편하게, 바른말을 들려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내가 도덕책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를 해도 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여준다. 그들에게 그런 이야기들을 해주다 보면 나는 스스로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내게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들이다. 그들이 늘 곁에 있음에 감사하다.
바로 여덟 살, 여섯 살배기 두 아들이다. 녀석들은 내가 말해주는 올바른 가르침대로 행동하려 노력한다. 그 모습에 나는 또다시 머리와 가슴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이는 내 아이들이 바르기에, 즉 '도(道)'를 갖추었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우리 집 두 꼬마 이외에도 어린아이라면 바른말이 잘 통하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아마도 어린 시절의 나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의 나는 '도(道)'에 어긋나곤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이따금 누군가의 옳은 말에 귀가 거슬리는 나를 보면 말이다.
내 아이들이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바른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기를 바란다. 언제까지나 지켜주고 싶다. 나의 '도(道)'를 보다 견고하게 해야 가능한 일이리라. 다시금 다짐을 하게 된다. 적어도 우리 집만큼은 늘 바른말과 바른 행동이 있는 곳..... 즉, '도(道)'가 있는 나라로 만들어야겠다. 그런 나라 속에서 지내는 우리 가족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함께 있는 시간이 행복하고, 자꾸만 대화를 나누고 싶을 만큼 소통의 날개가 활짝 핀 가족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