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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남수 Jan 26. 2021

당근 마켓, 무료 나눔은 하지 말기로 했다.


 늦은 저녁,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딸이 자동차 키까지 챙겨 나왔다. 

 이 시간에 어딜? 

 당근 마켓에 내놓은 것 가져다주려고. 

 어디까지? 

 00동. 

 6킬로쯤 거리의 동네였다. 만원에 내놓은 물건 하나를 사겠다는 사람이 내일 오겠다했는데 내일은 딸이 시간이 없으니 지금 가져다주겠다고 한 모양이다. 이런 경우 별 이득이 나는 것도 아니지만 간혹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며 물건의 쓰임에 의미를 둔다.  


 버리기는 아깝고 누군가 잘 쓰겠다 싶은 물건이 있다. 그런 경우 당근이나 맘 카페 등 중고마켓에 물건을 내놓기도 하고 타인의 물건을 구매해서 잘 쓰기도 된다. 옷장 정리를 하거나 집 정리 후 주로 아름다운 가게에 싣고 가 기증하곤 했는데 한 두 개인 경우 차를 타고 그곳까지 가기 번거로워 온라인 중고마켓을 이용한다. 그러다 어느 날 이제부터 무료 나눔은 하지 말자고 정했다. 몇몇 사람의 태도 때문이었다.    

 

 집 앞으로 올라오지도 않고 주차장으로 가지고 나오라고 하더니 고맙다는 말은커녕 마치 쓰레기 해결이라도 해주는 듯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린 사람. 내가 지금 뭘 한 거지? 차를 타고 휙 가버린 사람 뒤통수를 멍하니 쫒다 허탈하게 웃었다. 집 현관에 서서 물건을 앞 뒤 다 살펴보고 팔에 안은 후 다른 건 없느냐고 기웃거리는 이도 있었다. 

 적어도 공개된 마켓에 물건을 내놓을 때는 버리기 아까운 쓸만한 것을 내놓는다. 고맙습니다 잘 쓰세요, 정도는 너무 당연하다는 내 상식이 무참해지는 순간이었다.


 묘하게도 무료 나눔을 올리는 순간 즉각 가져가겠다고 달려온 몇 경우들에서 안 좋은 뒷맛을 느낀 후 무료 나눔은 하지 말자고 정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몇 천 원이라도 금액을 붙여 거래하는가 보다 하는 생각도 했다. 최소 3천 원 5천 원이라도 받는 것이 서로 조금 더 신중할 수 있고 예의를 지키기 좋겠다 싶어 졌다.

 어떤 물건이라도 쓰던 사람에게는 소중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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