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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남수 Feb 17. 2021

88세 할머니, 인생이 문학  

“저거 밑에 신작로에 세탁소가 한나 있는디 우리 작은 놈 애기들이 거그만 오문 두 성재가 ‘요이 땅!’ 해갖고 한번에 달려서 올라오고 ‘요이 땅!’ 해서 달려서 내려가더란 말이요. 첨에 나는 둘이 장난할라고 그란 줄로만 알았더만 멫 번을 본께 이상해. 난중엔 아야 어째 그라냐, 그거만 오문 어째 달리기를 하냐 물어본께 ‘우리 엄마가 그란디요 세탁소에 백만원 빚이 있다 글대요’ 그래. 내가 아들한테 빚을 얻어줬었제. 그래갖고 애기들이 거그를 무서워라 하고 둘이 죽어라고 큰 신작로를 달려 올라오고 달려 내려가고. 그것들이 인자 어른인디 그때는 국민학생이었어. 내가 빚을 갚고나서 할마이가 빚 다 갚아불었다고 말한께 그 뒤로는 점잖허이 걸어올라오고 걸어내려가더만요.”    

      

  전라도닷컴 21년 2월호 기획특집에 실린 목포 김연엽(88세) 할머니 말씀 중 한 대목이다. 

 좋은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을 때면 기가 죽기도 하지만 영감을 받아 의욕이 일기도 한다. 그런데 글 한 줄 써보지 않았지만 삶을 축약해내는 할머니의 회고가 문학작품을 넘어 서 버린다. 무엇을 쓸까, 어떤 문장으로 표현할까, 고민하는 내 모습이 얄팍한 기술 쌓기 같이 느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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