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문화관 7- 양안치 길
주말이면 토지는 더 조용해진다.
사무실은 당직자만 출근하고 평일에 주차장을 채우는 동네 에너지 관련 업체 직원들도 없으니 주차장은 텅 빈 광장이 된다.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는 식사도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하니 작가들도 집에 다녀오거나 일 보러 나가 몇 대 있던 차도 줄어든다.
이런 때면 몇 명씩 짜서 외부 식당에 가기도 하고, 한나절 산책코스를 잡거나 유적지를 돌아보기도 한다. 마감에 쫓기거나 집필에만 열중하는 작가들은 두문불출하기도 하는데 한량 스타일인 나는 특별히 다를 것도 없는 빨간 글씨의 날이면 속에 바람이 일렁인다.
토지문화관 주변은 걷기 좋은 길이 많다.
휴일 오후 몇 사람이 양안 치길 또는 달맞이길이라고 부르는 임도 산책에 나섰다. 원주 매지리를 지나 충주로 넘어가는 차도 옆 시작 지점에서 산허리를 한 바퀴 돌아 토지문화관이 있는 회촌마을 까지 천천히 걸어 두 시간 반쯤, 산 중간을 가른 길이 넓고 촉촉하다.
군데군데 쉼터가 있고 물이 졸졸 흐르는 골짜기도 있어 한나절 잡고 걷기에 아주 좋았다.
이 길이 좋아 어느 날은 혼자 중간지점까지 걸어갔다 노래 부르며 되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간혹 멧돼지가 나오기도 하니 조심하라는 산림관리원의 말을 듣고는 혼자 갈 엄두를 더 내지 못했다. 물론 지역 사람들이 많이 걷는 산책코스고 멀리서 찾아오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 걷다 보면 옆에 아무도 안 보이기도 하는 게 산길이다.
산길을 걸으면서도 마스크 착용 수칙을 지켜야 하고, 코로나 사태로 발걸음을 나란히 할 숫자도 제한되며, 물 흐르는 골짜기 옆에서 막걸리 한잔 할 수 없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이런 욕구들이 규제된 코로나 사태 이후 자연이 살아나고 있다고 하니 마스크를 제외한 규제는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에도 지속되어야 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