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남수 Jul 02. 2021

원주의 봄

토지문화관 단상 12 - 복숭아꽃 밭에서


 강원도 흥업면 매지리 79(회촌), 이 마을은 31-4번 버스 한 대만 들어오는 종점 동네다.

 토지문화관, 원주 농악전수관, 아쉬람(흙집 짓기 실습, 교육) 등 의미 있는 공간들이 있고 토속 음식점과 찻집도 있다. 옥수수, 감자, 복숭아 등의 농작물을 원주시 인증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하는, 감자처럼 담백한 마을 사람들도 있다.    

   

 처음 간 날 창을 열자 창 밖에 키 큰 나무 한그루가 움이 보일 듯 말 듯 서 있었다. 하루하루 조금씩 기운이 돋아나던 나무에서 팝콘이 터지듯 톡톡 꽃이 피어났다. 어느 날 아침 창을 여니 눈꽃처럼 나무 가득 피어난 꽃이 방안으로 향기를 불어넣었다. 매화였다.

토지문화관 매지사 앞 왕벚꽃

 때를 맞추어 논둑은 민들레를 비롯한 이름 모르는 들꽃들이 덮었고 산과 골짜기는 벚꽃이 만개했다. 40분쯤 걸어가면 전국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는 연세대 미래 캠퍼스도 있었다. 이 학교의 저수지 둘레 길은 한 폭의 수채화 같은데 운 좋으면 수달도 만날 수 있다.      

 4월이 익을 무렵엔 언덕의 과수원마다 분홍빛 복사꽃 망울이 터졌다. 그러자 골짜기마다 환장하게 고운 개 복숭아꽃이 보란 듯이 춤추었다. 

 어느 작가는 “이름 앞에 개자가 들어가는 식물이 더 아름답다.” 했다. 

 내가 지낸 3~ 4월, 온 동네가 꽃밭이었다.  

     

복숭아 과수원
골짜기의 개복숭아

 핸드폰에 저장된 원주의 풍경과 사람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짧은 단상들로나마 이 글 마당에 써 둔다.

 토지문화관에 입주한 본래의 목적은 별 성과를 못 만들고 있지만 한 때의 고운 추억은 오롯이 남았다.

 그 마을에 지금쯤은 복숭아가 달게 익고 있을 것이다.

연세대 미래캠퍼스 저수지 길


작가의 이전글 원주의 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