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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쏟기 Jun 14. 2023

천 개의 공간, 천 개의 마케팅

중국에서 '공간마케팅' 기획하며 살아가기

공간마케팅은 2007년 한 서점에서 우연히 접했습니다. 

2003년 시작된 중국생활이 잠시 공백기를 거쳐 2004년 9월 상해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그 시작이 지금까지 나의 삶의 전부가 되리라고는 당시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학연수기간을 거쳐 미국계 설계회사에서 본격적으로 상업설계를 접하게 되었고, 상업공간이 갖는 매력에 어느 정도 젖어들고 있을 때였죠. 그러다 한국의 한 서점에서 '스페이스 마케팅_홍성용'이란 책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공간마케팅'은 지금의 저를 규정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되어 버린 듯싶네요.


저는 적지 않은 시간을 건축설계를 하고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지금까지 아파트, 학교, 스포츠센터, 문화시설, 박물관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거쳤고, 전체에서 많은 비중의 경력이 중국경력으로 채우고 있는 상황이죠. 

2003년 중국에서 경험했던 건축설계의 환경은 정말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놀람과 신비함의 연속이었습니다. 당시 중국은 최고의 경제부흥기를 겪고 있던 터라, 수많은 인프라 환경들이 지어지기 시작했고 디자이너들의 몸 값은 정말 대단했죠. 


그 무엇보다, 한국에서는 설계사무실에 들어가서 경력에 따라 단계적으로 업무에 적응을 한다고 본다면, 당시 중국에서는 이제 갓 졸업한 혹은 졸업도 안 한 대학원생들이 몇 만평의 대지를 계획하고, 건물을 디자인하는 모습이 흔했습니다. 중국디자이너들을 낮춰봐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수련기간을 거쳐야 제대로 된 설계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잡혀 있던 저로서는 이런 환경이 너무나도 황당하면서도 동시에 부럽기도 한 환경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중국으로의 이주는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상업적이다..."라는 말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부분의 이런 표현은 조금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앞에 '너무'라는 단어가 붙으면 더 의미가 강조되면서, 돈만 밝힌다, 인본적이고 공적인 것이 아닌, 그냥 수익을 목적으로 다른 것들은 제외되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하지만, 공간마케팅을 접하면서 이 "상업적이다"라는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공간을 상업적으로 기획하고 설계를 함으로써, 끊임없이 사람들이 드나들게 하고, 새로운 공간의 가치가 만들어지거나 덧붙여지고, 동시에 지속적으로 트렌드에 의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만들어지는 거죠.  


공간은 상업적이어야 합니다. 

급속히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공간은 SNS의 소비 대상이 되기도 하고, 배달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을 끌어내어 친구들과 지인들과 사회적 소통을 이끌어내는 '매개'적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상업적이란 표현 속에는 '가치판단'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무엇이 선택되고 제외되는지 시장은 너무나 냉정하기에 목적 없는 명확한 마케팅 포인트가 없는 공간기획은 더 이상 설자리를 잃게 되는 거죠. 얌전만 빼고 있는 평범한 '공공공간' 들은 도심 속에서 자리만 차리하고 있고, 그 기능과 역할의 변화를 끊임없이 요구받고 있습니다. 

관공서, 극장, 시장, 공원, 등등......


건축디자인 역사에서 보면 디자인 사고의 변화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신의 위한 건물로서 비례와 규칙을 강조한 시대가 있기도 했고, 구조적 자유에서 시작된 콘셉트의 시대가 있었다면, 최근에는 마케팅적 사고가 중심의 되는 디자인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감각과 경험적 가치에 중심을 둔 공간디자인이 필요한 시대인 거죠.


이런 시대적 변화와 요구는 중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중국의 아직 부족한 모습(?)으로 '아직 멀었다....'라는 조금은 우월적 만족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아직 계시는 듯한데,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상업공간들을 제대로 본다면 조금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전 제가 경험했던 중국에서의 공간설계와 상업적 공간기획등의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내 볼까 합니다. 땅이 넓고 다양한 환경적 조건을 갖춘 중국은 어떤 공간적 시도를 하고 있으며, 중국의 최첨단 도시인 상해, 북경, 심천등의 대도시에는 또한 어떤 상업적 공간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는지 저와 함께 재미있는 여행을 해봤으면 합니다. 


인터넷 환경으로 영역의 구획이 희미해진 지금 이때, 우리는 적지 않게 서로 간의 문화와 사고방식에 영향을 받고 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마라탕과 훠궈등이 젊은 고객들에게 선택받는 모습을 보면서 중국의 공간마케팅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하나하나 엿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다시 곧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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