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팔자 이야기와 나를 찾아가는 과정

『오십에 읽는 주역』과 팔자 이야기

by 생각쏟기

설이 지나며 2025년이 밝았습니다.

나이 한 살 더 먹으니, 청년 시절보다도 더 많은 생각들이 스스로를 찾아옵니다.

그런와중에 최근 ‘팔자 이야기’를 접하며, 여러 가지 상념에 빠져 있었습니다.


강기진 소장의 『오십에 읽는 주역』을 처음엔 영상으로 접했고, 흘려듣기엔 너무나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결국 책까지 읽고 있습니다. 법학을 공부하고 경제학을 거쳐 역학(易學)에 이르렀다는 그의 이력 때문인지, 학문적 접근과 함께 쉽게 풀어 설명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가 ‘주역(周易)’이라고 부르는 책은 약 '3000년 전(기원전 1000년경)'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공자는 이 책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며 읽었다고 전해지죠. 참고로 구약성경이 기원전 1200년경으로 추정되니, 주역이 성경보다 더 오래된 책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처럼 오랜 세월을 거쳐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고전이니, 세상의 그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는 이유가 충분히 있겠죠.


국내 최고의 역학자 중 한분인 강기진 소장의 ‘팔자(八字)’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적어보려 합니다.



팔자가 꼬이는 이유

팔자는 현대의 사주팔자(四柱八字)와는 다소 다른 개념이지만, 쉽게 말하면 ‘운명(命運)’을 의미한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는 누구나 태어날 때 자신만의 팔자를 가지고 세상에 나옵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팔자가 ‘꼬이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잘 풀리지 않는 인생을 보며, “이놈의 팔자야~!”라며 푸념을 하게 됩니다.

강 소장은 “인생을 잘 사는 것은 자기 팔자대로 사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자신의 팔자를 잊고, 세상의 시선과 기준에 맞추는 삶을 지향하며 팔자를 꼬아버린다고 합니다.

또한, 살면서 다양한 ‘연분(緣分)’을 만나게 되는데, 연분에 얽힌 책임과 의무가 때로는 자신의 본래 팔자에서 벗어나게 만들기도 한다고 설명합니다.


팔자를 바꾸는 방법: 과거를 돌아보기

팔자를 바꾸려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과거는 의외로 명확하지 않습니다. 흐릿한 기억도 많고,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과거는 지금의 내가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이죠.

특히 오십을 넘긴 나이라면, 이제는 자신의 과거를 제대로 성찰하고, 그것을 다시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회피하고 싶은 과거도 포함해서 말이죠.


- 과거를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꼬인 팔자를 풀어내는 첫걸음입니다.
- 과거의 의미를 새롭게 규정할 수 있을 때,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낼 수 있으며, 미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흉운(凶運)이 존재하는 이유

세상은 길한 운(吉運)과 흉한 운(凶運)이 70:30의 비율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흉운이 30%나 있을까요?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진 이들이 운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만약 흉운이 없다면, 얍삽하고 잔꾀를 부리는 사람들이 모든 복을 차지해 버릴 테니까요.

따라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과 ‘낙천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결(체질과 기질)’을 알고 거기에 맞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성성존존(誠誠尊尊): 나를 찾아가는 길

주역에서는 “성(誠)을 다하면 신(神)에 가깝고, 존(尊)을 다하면 도(道)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성(誠): 자신의 본성을 완성해 내는 것

존(尊): 세상을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는 것

하지만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거친 곳’이며, 그 속에서 꺾이지 않는 마음(정한 마음)으로 버티면서, 스스로를 단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결국 나를 단련시켜 이 세상에 가치 있는 것을 더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합니다.


결국, 나답게 사는 삶이란?

결국, 강 소장이 말하는 것은 "자신의 결(體質과 氣質)을 알고 그에 맞는 일을 하며, 팔자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자신의 결을 찾으면, 인생이 자연스럽게 풀린다고 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사회적 존재이므로, 타인의 결공동체의 결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나를 모르면 길을 잃고, 나를 알면 제 길을 간다."는 말로 귀결됩니다.


수학자 허준이 교수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생은 ‘우연’, ‘의지’, ‘기질’이라는 세 요소에 의해 좌우되며, 이 삼자가 기막히게 정렬될 때 성공할 수 있다.”


인생 후반전을 맞이하며

인생의 반을 지나 후반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이런 것들을 깊이 깨닫고 살아야 합니다.

그동안 나는 과연 그렇게 살아왔을까?
과거를 어떻게 바라보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불교에서는 “그냥 태어났으니 살아야 한다. 삶에 특별한 의미를 두는 것은 본인의 의지일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주역에서는 “하늘이 내린 명(命)과 이를 도달하는 과정인 운(運)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곧 인생이다.”라고 말합니다.


결국, 어떤 철학을 따르든 ‘나답게 사는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답게 세상을 살아가며 주어진 결과를 받아들이고 사는 삶.

오십이 넘어서는 무엇보다도 세상을 살아가는 '열정'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지금,

나는 내 결대로 살고 있는가?

나는 열정을 가지고 있는가?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글을 마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