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되지 않은 우연'을 찬양하라
최근 중국에서는 DeepSeek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챗GPT 사용이 제한적인 환경에서 유사한 기능을 가진 중국판 AI가 등장하니 흥분할 만도 합니다. 다양한 실험과 시도들이 SNS에 공유되면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AI 시대를 경험하게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최근 한국의 여론조사 문제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필터버블(Filter Bubbl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유사한 정보만 반복적으로 소비하게 되어 사고가 편협해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대표적인 예로, 비슷한 콘텐츠만 추천되면서 점점 더 제한된 시야를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여론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며, 특히 강성 보수 성향의 사람들에게 더욱 강하게 작용해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게다가 ‘아’ 다르고 ‘어’ 다른 표현을 교묘히 활용한 의도적인 설문 결과도 나타나면서 더욱 혼란을 초래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AI가 선별한 뉴스와 정보를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나 SNS는 사용자의 관심사를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처음에는 편리하게 느껴지지만, 이러한 방식은 우리의 시야를 점점 더 좁히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과거 종이신문으로 세상을 읽던 시대에는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양한 신문을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냄비받침으로 쓰던 신문을 무심코 읽거나, 대합실에서 누군가 놓고 간 신문을 집어서 보는 경험이 가능했죠. 하지만 이제는 클릭하는 순간, AI가 우리가 선호하는 정보만을 제공하며 점점 더 깊은 편향 속으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이는 사고방식을 획일화시키고, 편견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최근의 과몰입화되는 정치현상도 이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풍선속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관심의 확장이 필요합니다. 한 가지 관점에만 매몰되지 않고, 의도적으로 다양한 시각을 접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포털 사이트가 추천하는 기사만 읽지 말고, 반대 성향의 언론 매체도 찾아보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서로 다른 시각에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러한 비교 과정을 통해 균형 잡힌 사고를 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뉴스나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작성된 배경과 의도를 고민하는 비판적 사고 역시 필수적입니다. 특정 뉴스가 강조하는 부분과 생략된 부분이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독서에서도 같은 접근이 가능합니다. 특정 주제에 대해 한 권의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최소 세 권의 책을 비교하며 읽는 것이 사고의 확장에 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경제 관련 서적을 읽을 때,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책과 비판하는 책을 함께 읽으면 보다 입체적인 사고가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특정한 사고에 고착되지 않고 다양한 관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더 많이 알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정보의 양이 곧 지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정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는가입니다. 편향된 정보만을 소비하다 보면, 결국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만 강화되고, 다른 관점을 고려하지 않게 됩니다. 이는 사고를 더욱 단순화하고, 비판적 사고의 기회를 앗아갑니다.
검색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정보가 더 큰 가치를 지닐 때가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찾다가 우연히 새로운 주제의 책을 발견하고 흥미를 느끼는 경험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행을 통해 경험하는 ‘우연’ 속에서 우리는 의도치 않은 상황을 맞닥뜨리고, 그것이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해진 지식만이 맞다는 생각을 버려야 인생이 더욱 풍부해질 수 있습니다. SNS에서도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계정을 팔로우하고 새로운 정보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연한 발견이야말로 시야를 넓히고 더 깊이 있는 사고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GPS가 없던 시절, 우리는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지도를 챙겨야 했습니다. 운전을 하기 전 대략적인 노선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필요하면 길을 멈추고 지도를 다시 확인해야 했죠. 이렇게 지도를 보며 주변 지형이나 도로망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목적지만 입력하면 길을 안내받으며 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표 지점만 확인하고 도착하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부가적인 정보가 사라진 셈입니다.
AI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고 인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AI가 제공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사고의 폭이 좁아질 수 있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접하고, 때로는 아날로그 방식도 활용하며 사고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로는 지도 한 장을 들고 길을 떠나 우연한 경험을 기대하며 인생을 즐기는 것도 필요하겠죠.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우연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우연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만들어갑니다. 하지만 AI가 점점 더 우리의 선택을 대신해 주는 시대가 되면서, 우리는 이러한 우연을 경험할 기회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탐색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AI가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새로운 경험을 찾아 나서는 것이 중요합니다.
철학적 가치관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확고한 기준이 있을 때 흔들리지 않고 균형 잡힌 사고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오늘, 어떤 우연을 만나고 싶습니까?
기계가 제공하는 익숙한 정보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찾아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요?
관심 없던 주제의 책을 한 권 골라보거나, 전혀 다른 분야의 뉴스를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니면 문밖으로 나가 땅과 하늘, 그리고 세상을 다시 한번 쳐다보세요. 이렇게 작은 변화들이 모이면 더욱 풍요로운 사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의 틀에 갇혀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 틀을 넘어서 스스로의 길을 개척할 것인가. 이제 선택은 우리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