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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그 강렬함을 공간에 담다

上海恒基·旭辉天地(The Roof)

by 생각쏟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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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海恒基·旭辉天地(The Roof)


상하이의 신천지를 기점으로 마땅루马当路를 따라서 약 1km(15분)를 걸어가면 강렬한 붉은색으로 온통 칠해놓은 건물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이 건물은 2021년도(4월 30일 개장)에 지어진 유명한 프랑스 건축가 장누벨(Jean Nouvel)의 작품이기도 하죠. 바깥에서 보면 잘 모르지만 내부로 진입했을 때 붉은색의 강렬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많은 분들이 사진을 찍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이 건물은 온통 뒤덮은 빨간색 외에도 건축입면에 조경을 위한 화분을 따로 설계해서 시공한 점이 특색으로 꼽힙니다. 건물 외부와 내부의 아케이드 공간에 약 2500여 개의 화분을 두어 독특한 건축미를 만들어내죠. 네 개의 건물이 어울려 하나의 큰 건물을 형성하고 있는데, 주용도는 오피스와 상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층 상가에는 식당, 카페, 스파, 헬스장 등이 있습니다. 또한 현재 현대자동차연구소가 이곳의 한 건물을 차지하고 있죠.


흔히들 건물의 색으로만 보면 영락없는 중국인들을 위한 붉은색을 사용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역시 중국인들은 빨간색을 좋아해.... 라며 붉은색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을 이야기하곤 하죠. 하지만, 여기에 쓰인 붉은색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색이 아니더군요.


사실 장 누벨이 영감을 얻은 것은 중국의 丹霞(단샤) 지형입니다.

단샤 지형은 ‘가파른 절벽 경사가 특징인 붉은 지형’으로, 이름 그대로 ‘붉은 노을(丹霞)’을 뜻하는데요.

중국의 귀주(贵州), 복건(福建), 후난(湖南), 광둥(广东) 등 중국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자연경관입니다.

건물에 쓰인 단샤 지형에서 착안한 붉은색은 단순한 단일 컬러가 아니라, 다양한 그러데이션 효과를 통해 자연스러운 색의 깊이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건축가의 색에 대한 열정과 구축적 노력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에 빛이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시간에 방문을 하신다면 색감의 아름다움을 더 깊이 느낄 수 있겠죠.

丹砂谷.png 丹霞(단샤) 지형을 보여주는 이미지


빛을 통한 생명력, 그리고 시간과 문화의 맥락


장 누벨(Jean Nouvel)은 현대 건축계에서 빛(Light)을 가장 창의적이고 철학적으로 다루는 건축가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건축에서 빛은 단순한 조명 수단을 넘어서, 공간의 감각을 바꾸고, 분위기를 조성하며, 건축물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핵심 요소이죠. 그는 빛을 통해 건축과 인간, 그리고 자연환경 간의 관계성을 탐구합니다. 그가 설계한 다양한 건축에서 이러한 면모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장누벨 빛.png 루브르 아부다비 (Louvre Abu Dhabi)와 아랍세계연구소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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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대한 열망이 恒基·旭辉天地건물에도 투영되었는데요, 빨간색으로 만들어지는 그 묘한 분위기는 매력적이기에 충분합니다. 빛은 단순한 기능을 넘어서 공간의 감각적 경험, 시간성, 문화적 맥락을 표현하는 도구라고 이야기하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변화하는 빛과 그림자의 관계성을 강조합니다. 恒基·旭辉天地에서는 내부의 붉은 공간과 자연광의 조화를 통해 중국의 자연 지형과 도시적 감각이 결합된 독창적인 빛의 건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앞선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붉은색은 내부에서 관찰이 됩니다. 외부엔 주변건물들과 어울리는 베이지색이 쓰였습니다. 그래서 멀리서 무심코 지나가다 보면 건물을 인지 못할 수도 있죠. 이런 효과가 밖에서 봤을 때와 안에 들어와서의 느낌에 극명한 차이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면적이 오피스로 활용되긴 하지만, 상업공간도 약 만 제곱미터 정도로 전체면적에서 22%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상업공간의 기획적 접근은 좀 아쉬운 점이 많이 보입니다. 많은 유명 건축작가들의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작품콘셉트에만 치우치다 보면 목표고객에 대한 기획이 약해질 수밖에 없죠.

이 건물도 그러한 아쉬운 점이 많이 보이는 건물입니다.



【건축개요】

건물명 : 恒基·旭辉天地 (The Roof)

주소 : 上海黄浦区马当路458

부지면적 : 약 8,000㎡

총 건축면적:약 45,000㎡ (상업공간 약 10,000㎡로 22%)

구성: 지하 3층부터 지상 6층

구조 시스템: 철골 구조(Steel Frame Structure)

개발상 : 恒基兆业,旭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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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에서의 자연, 전통과 현대의 융합이라는 시도로서 상하이의 전통건축이 리롱건축을 재해석하고, 중국의 단샤지형의 색감을 끌고 와 독특한 색감과 빛의 향연을 연출해 줍니다. 장 누벨이라는 유명건축가의 중국작품으로서 큰 의미가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집객의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죠.


하지만, 그게 다입니다.


건물전체의 콘셉트에 맞는 상업공간으로서의 기능과 콘셉트의 연결성을 제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을까요? 물론 아쉽게도 코로라라는 예측 불가 상황이 발생되면서 적지 않은 피해를 봤을 거라 여겨집니다. 상하이는 장기간에 걸쳐 도시 전체를 막아놨었기 때문에 그 영향은 더욱 컸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건물 내의 상업공간들 간의 연결이나 공간 콘셉트자체가 어떤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는지 모호함이 엿보입니다. 어떤 취향의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지의 아이덴티티가 불분명하여 브랜드와 목표고객 모두 어정쩡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매우 인상 깊은 건축모습과 상하이 신천지라는 지역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상업공간으로서의 기능성과 효율성은 부족해 보이며, 공간의 활용 역시 애매합니다. 잠깐 들러 사진을 찍고 떠나는 사진 찍기용의 건물로 여겨집니다.


상업공간은 그 무엇보다도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기획하고 설계되어야 합니다.

건물에 콘셉트에만 기대게 된다면 그 신선함이 다 했을 때 또 다른 '신선한 건축'으로 고객을 뺏기게 됩니다. 끊임없이 이야기가 흐르고 변하는 건물을 기획해야 지속가능할 수 있겠죠.


그래서 어쩌면 상업건축물은 콘셉트가 너무 강한 것이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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