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를 바꾸니 생각의 공간이 바뀌었다
드디어 저와 아주 오랜 시간 동고동락했던 컴퓨터가 사망하려 합니다.
겨우겨우 삶의 고리를 놓지 않으려는 듯, 가느다란 숨소리를 내고 있지만 조금만 무리해도 그만 블루스크린으로 넘어가더군요. 재부팅을 하면서 겨우겨우 달래서 화면을 켜놔도 영상을 볼 때 그만 디제잉 음악처럼 잡음이 반복되더니 이내 파란색으로 변해버립니다.
그동안 잘 버텨왔습니다. 중간에 메모리도 업그레이드하고 그래픽카드가 말썽일 땐 괜히 본체를 열고 다시 접속단자들을 만져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햇수로 7년 정도 사용했으니 그런대로 잘 버텨왔죠. 당시 이 컴퓨터도 꽤나 좋은 사양이었습니다. 하는 일이 그래픽카드를 많이 쓰는 일이다 보니 항상 당시 컴퓨터중에서도 나은 사양을 고르는 편입니다.
윈도 10의 운영체계였는데 이제는 업그레이드도 안 해준다니 정말로 바꿀 때가 되었나 하는 생각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었던 것이었죠. 그렇게 마지막 헐떡거리는 숨소리를 뒤로하고 컴퓨터 판매자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우리는 공간에서 먹고 자고 생각합니다.
이 넓은 지구촌에 같이 어울려서 살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제각각의 공간개념이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놀던 공간과 커서 학교에 가고, 운전면허를 따서 직접 운전을 하면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합니다. 기차를 타고 비행기에 오르면서 국가의 경계를 넘어가곤 합니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물리적인 공간의 확장을 경험하게 되죠.
이와 함께 또 하나의 공간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사고하고 생각하는 공간이죠. 과거와는 다르게 우리는 핸드폰 속의 공간이나 컴퓨터 속의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고요. 실제공간이 아니기에 이를 '가상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어렸을 땐 어른들이 꿈을 크게 가지라고 말씀들 하십니다.
크게 생각해야 큰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죠. 어떤 면에서는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큰 그릇'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릇을 크게 해야 많은 걸 담을 수 있다는 말인데, 이를 가만해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사고의 크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식이 많아지고 경험이 넓어지다 보면 사고의 크기가 커집니다. 지식을 많이 쌓고 경험을 넓히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고 영상도 많이 보며 여행도 많이 다녀봐야 하죠. 그래야 생각의 크기가 커지나 봅니다.
이렇게 물리적인 공간크기를 확장하면서도 동시에 머릿속의 공간을 확장해 가는 것이 인생의 과정인 듯싶습니다.
컴퓨터를 바꿨더니 저와 그동안 함께 해왔던 가상의 공간이 달라짐을 느끼게 됩니다.
컴퓨터를 바꾸고 새로운 윈도 11의 OS를 경험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사를 해서 새로운 집에 안착하듯이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게 되죠. 하지만 이곳에도 나만의 체취들이 들어붙게 됩니다. 가져온 가구나 전자제품 또는 아끼는 장식품들을 새로운 공간에 배치하듯이 즐겨 쓰는 프로그램과 파일들을 과거와 비슷하게 재배치하게 됩니다. 그렇게 자기만의 공간을 갖게 되는 거죠.
요새는 클라우드 서비스들이 많이 생겨서 과거보다 이동이 편해진 듯합니다. 포장이사가 그러하듯이 크게 노동을 들이지 않고도 내 것들을 원하는 자리에 앉혀주죠.
방금은 중국의 카톡이라고 볼 수 있는 위챗을 새 컴에서 사용하다가 과거 기록들이 사라진 걸 발견하고는 방법이 없을까 찾아봤습니다. 역시나 이전 기록들을 옮길 수 있더군요. 해서 방대한 파일을 새로운 프로그램에 넣어봤습니다. 다행히 잘 작동됩니다. 요새는 소통과 업무를 이런 유의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기에 과거 소통과 데이터를 적시적 때에 들여다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꽤 오랫동안 컴퓨터를 바꾸지 않고 사용했기에 이번엔 역대급의 비용을 지불해서 마련했습니다. 금전적 부담이 됐지만, 좋은 장비로 그만큼 벌면 되지 않냐는 평소생각으로 눈 딱 감고 구매를 했죠. 과연 속도와 성능이 다르더군요. 이 또한 가상세계의 일 등급 이동권을 획득한 느낌입니다. 그만큼 많이보고 빨리 움직을 수 있다는 거겠죠. 더불어 새 시스템으로 많은 것들을 연결시켜 봤습니다. 제가 쓰는 다양한 디바이스들을 이 컴퓨터로 동기화시키는 거죠. 이런 경험들이 새로운 공간을 세팅하는 느낌을 주는 듯싶습니다.
세상이 참 많이 바뀌어가고 있죠?
이렇듯이 우리는 이미 알게 모르게 가상세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더 이상 '가상'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어색해질 수 있겠죠. 점차 우리 삶 속에 우리 인생 속에 '리얼'로 들어와 있기 때문입니다.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업이다 보니 컴퓨터 하나 바꾸는데도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네요.
요 며칠 컴퓨터 세팅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매번 그러하듯이 과거의 데이터를 다시 열어보고 정리도 하면서 말이죠.
추억이 데이터들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 깜빡 실수를 해서 클릭 한 번으로 사라지는 그런 데이터들 말이죠.
아쉬운 마음에 보존하고는 있지만, 한 편으로는 몇 년이 지나도 있는 줄도 모르는 그런 데이터들이 과연 어떤 쓸모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지우지는 못하는 그런 한심함을 안고 살아갑니다.
새로운 컴퓨터처럼 저도 저의 삶도 새로운 정리와 세팅으로 그렇게 변화되어 가는 시기입니다.
남은 인생에서 가장 젊은 오늘.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