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니어 모델과의 만남
혼자 또 하나의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살다 보면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소통해 봅니다. 그러다 보면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왔고 또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죠.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경외심이 드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 삶의 구조속에는 비슷한 공식들이 존재함을 알게 됩니다.
중국에선 간혹 각 지방정부에서 외국인들을 초청해서 지역홍보영상을 찍습니다.
이번에 우연찮게 기회가 생겨 바람도 쐴 겸 나들이를 했죠.
안휘이성의 츠조우(池州chizhou)라는 곳이었습니다. 안휘이성은 산이 깊고 험해서 이 지역사람들은 일찍부터 외지에 나가 상업을 일군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국엔 여러 지역의 유명상인들도 있지만, 안휘이성상인들도 명성이 있죠.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황산이 유명하고, 전에 제가 다녀왔던 구화산도 옆에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근사한 자연환경을 볼 수 있어, 생각지 못했던 힐링을 하고 온 셈입니다.
여행은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고 오는가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동행하며 어떤 이야기와 사건들을 겪게 되는지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번 여행을 평가해 보면 제겐 새로운 분들을 만나 이들과 소통하면서 얻은 감회가 가장 값진 여행의 요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되는데요. 그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모두 4명의 외국인이 상하이에서 출발했습니다.
우리를 인도해 주는 상하이 미디어업체에서 영상팀 포함해 몇 분이 동참해 주셨고, 현지의 영상팀 그리고 현지 정부관련된 분들이 같이 움직였죠. 중형 버스를 가득 채운 인원들이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우리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습니다.
3명의 한국인과 나머지 한분이 러시아 청년이었죠.
한국인의 구성은 저와 한 젊은 여성분 그리고 이 글의 주인공이 되시는 모델 겸 배우이신 '한동균'님이십니다.
한국에 시니어 모델과 배우로서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인데, 참여작들을 보면 영화에선 파묘, 강철비, 경관의 피, 말할 수 없는 비밀 등에 참여하셨습니다.
같이 앉아 3시간 반 정도의 이동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는데 참 멋진 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니어 모델을 하게 된 계기와 중국에 오게 된 상황 및 여러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아직 중국은 6개월 정도의 경험이고 한국과 중국을 넘나들면서 활동을 하시기에 중국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부분이 어색하고 경험이 부족하시다면서 매우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한국에서의 시니어 모델 활동도 일찍 시작한 편이라 후배 시니어 모델분들에게 강의도 하셨더군요. 역시나 중국에서의 가능성을 보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자 오셨다고 하셨습니다.
1958년도 생이시니 올해 68세가 되시죠.
훤칠한 키에 항상 곧은 자세 그리고 관리된 피부와 체격이 이분의 노력이 보입니다. 시니어 모델이라는 이 영역은 그 나이에 그만한 관리가 되어있지 않으면 할 수 없다면서, 젊었을 때 인기를 끌던 이들도 그 나이가 되어서 계속 '멋짐'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기에 본인의 노력이 있다면 도전할 수 있다는 영역이라고 하시더군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일리가 있는 말씀이십니다. 간혹 과거의 스타들이 나이를 먹은 모습이 우리에게 실망을 안겨주기도 하니깐요. 살아온 삶이 나이 든 모습을 만들어준다는 말이 이해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2박 3일 동안 옆에서 통역도 도와드리고 하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젊은 중국 스태프들의 요구에 불평 없이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시고, 새로운 것들을 직접 해보려고 하는 모습들을 옆에서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잠시 핸드폰의 인터넷이 되지 않아 난처한 상황에서 저도 익숙하지 않은 갤럭시폰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해결해 드렸더니, 그 과정을 다시 점검하시고 본인이 해보려고 하는 노력이 기억에 남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많은 분들이 옆에서 해주길 바라고, 그냥 나이 먹었으니 그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 그리고 나이 먹었으니 여러 편의를 받으려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죠. 하지만 이분은 달랐습니다. 저녁때 먹다 남은 백주를 숙소로 가져와서 저와 새벽 1시까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눴는데, 그다음 날 일찍 일어나셔서 산책을 하시더군요. 또한 중국오신이후 매일 2페이지의 노트를 꼬박꼬박 하면서 중국어 공부를 하시는데 그날도 그걸 하고 주무셨다고 하더군요.
'아... 이래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거구나. 시니어 모델분들의 철저한 자기 관리가 지금의 저런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짧은 만남이었지만, 깊은 이야기와 여운을 남겨주시는 분이었습니다.
바로 한국의 패션쇼에 참여하신다고 한국에 가신다고 하시는데요, 다시 상하이로 복귀하시면 만나 뵙기로 했습니다. 이 분하고 나눴던 이야기. 그리고 중국스텝들과 함께하면서 보여주신 모습. 어쩌면 멋진 풍경과 경치보다도 더 여운이 남는 여행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 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20여 년 전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저도 그땐 중국에서 제 분야의 새로운 역할을 희망하면서 중국생활을 시작했었죠. 어느덧 많은 것들이 익숙해졌는데, 그러면서 긴장감도 사라지고 그냥 그냥 하루를 살았던 것이 아닌가 반성도 해봅니다.
이 분의 중국 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하시는 일이 꼭 이뤄지길 바라고 도와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오랫동안 계속해서 하시고자 하는 일 멋지게 하시길 바랍니다.
그러한 모습에 저 또한 계속 자극을 받을 수 있겠죠.
나이듬이 시간의 흔적이 아닌, 치열한 삶의 스며듬이라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