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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쏟기 Nov 18. 2023

한중부동산 포럼을 마치며

한국과 중국을 건너는 '다리'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교재로 활용했던 책은 ‘교량桥梁, 치아로량’이라는 제목의 책이었습니다. 중국어를 배우는 이들을 위해 중국 교육부에서 만든 책으로 기억합니다. 상권과 하권이 있는데, 당시 수준으로 이 책의 진도를 쫓아가는 게 쉽지 않았었죠.


‘교량’이란 단어는 한자어로 젊은 세대에겐 익숙하지 않은 단어라 여겨집니다. 토목을 공부하는 교과서에서 많이 쓰는 단어겠죠. 우리말로는 ‘다리’라고 합니다.

기능적으로는 양쪽을 연결하여 서로 간에 왕래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연결’ 즉 소통을 하게 만듭니다.

공간적인 연결은 경험의 연결, 생각의 연결, 공감의 연결을 이끌어 냅니다.

문화가 연결되고 사상이 연결되고 더 나아가 미래가 연결될 수 있겠죠.


다리가 끊어지면 앞서 말한 많은 ‘연결’이 끊어집니다.

자기의 영역 속에  갇히게 되죠.


연결이 된다는 것이  마냥 다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연결이 되어 나쁜 전염병이 들어오기도 하고, 침략을 받고 문명이 파괴되기도 합니다.


전 군대생활을 공병으로 근무를 했는데, 공병의 임무 중엔 다리를 파괴하거나 파괴된 다리를 복구하거나 새롭게 연결하는 일들을 합니다.

전쟁중에 이동을 확보하거나 멈추게 하는 것이 군사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거라 공병의 역할이 전쟁 중에는 비중이 높은편입니다.


그래서 ‘연결’은 전략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무조건의 연결이 아니라 상황과 조건에 따라서 그리고 시기에 따라서 전략적으로 연결을 해야 합니다.



어제 (2023. 11.17) ‘한중부동산포럼’이 서울 한성대학 미래관에서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행사라 준비하시는 분들이 많은 신경을 쓰셨더군요.

영광스럽게도 제가 초청강사로 초빙되어 2시간여의 발표시간을 갖게 되었고, 준비한 주제는 “상하이에서 경험한 건축, 부동산 개발기획 사례”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중국생활 중에 경험했던 3가지의 예와 함께, 중국 상업공간의 현재와 트렌드에 대해 설명, 그리고 관련내용으로 질의응답을 갖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질문을 받으며 최근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중국에 대한 관심들이 적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울부동산포럼 창립회장이면서 전 한성대 대학원장이셨던 이태교 회장님의 기조연설에서 말씀하셨듯이,

중국은 우리가 멀리해야 할 나라가 아니라 연구하고 극복해야 하는 나라입니다. 지정학적 연결과 함께 역사와 문화와 경제가 연결된 나라이기에 마냥 맘에 안 든다고 다리를 끊을 수 없는 나라이죠. 일본기업의 임원들은 중국에 파견 전에 한 달여 배낭여행을 한다고 합니다. 속속들이 중국이 내면을 공부하라는 의미겠죠. 그런데 우리는 앉아서 책 몇 권 읽으며, 여행 몇 번을 하면서 중국은 이렇다고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발표를 하고 있는 필자의 모습


전 발표의 첫 장을 중국지도를 형상화한 ‘퍼즐’ 이미지로 시작했습니다.

제가 경험한 중국이 결코 중국을 대변할 수 없으며, 저 또한 저의 경험이 전체의 일부일 뿐이죠. 저의 이야기가 여기 앉아계신 분들의 중국과의 관심과 경험, 그리고 그로 인해 얻어지는 지식들과 합쳐질때, 본인이 이해하는 중국과 함께 중국을 이해하는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잠시 발표 내용을 소개하자면,

모두 3가지의 예를 소개했는데요, 먼저 중국 구이저우 성의 한도시에서 진행했던 지하쇼핑몰 프로젝트입니다. 약 650미터의 길이를 가지고 있는 지하 공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중국의 다양한 환경과 조건, 그리고 문화 속에서 어떤 접근방법을 진행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중국의 대표 부동산 기업 중이 한 곳인 완다그룹의 쇼핑몰 개발 모델인데요. 당시 한해 약 50개 정도의 쇼핑몰이 전국에 지어진다면서 쇼핑몰 디자인을 타입 화하고 메뉴화해 놓고, 각각의 대지조건에 맞는 조합으로 새로운 사업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전반부의 디자인 개발 업무였죠.  큰 땅덩어리와 전국적인 사업규모를 진행하는 회사에서나 가능한 모델이 아닐까 싶은데, 중국의 특징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이기에 설명에 첨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상하이시에 지어진 완커라는 또 다른 대표부동산 기업의 쇼핑몰로 인샹청이라는 브랜드를 갖고 있는 예입니다. 일본의 피카추회사와 연동하여 아시아에서 가장 큰 피카추 모형을 설치해 화제를 몰고 왔던 프로젝트죠. 저희는 그곳 지하층을 개발하는 업무를 할당받았고, 푸드코트를 새로운 개념으로 제안을 해서 완성시켰습니다.


이러한 예들과 함께 동질화된 쇼핑몰을 탈피하려는 가로형 쇼핑공간들의 유행과 상하이의 새로운 거리풍경들을 보여드리며 중국의 변화에 대해 소개해 드렸습니다.

상하이는 올해만 총합 220만 제곱미터의 쇼핑공간이 들어서는데, 이렇게 무모할 정도로 지어지는 이유와 개발자들의 고민들을 잠시 이야기 했습니다.



경험이 누적되고 사회적 교류를 이어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기회들이 생깁니다.

며칠 전 비행기로 건너와 어제 한국 부동산 전문가 분들에게 저의 경험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그 속에서 저의 관점과 의견을 표방하기도 했습니다.


나이 50이면 논어에서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합니다.

하늘의 명을 아는 나이인 거죠.

이 나이에 근접하면서 하늘의 명까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의 관점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삽니다.


이런저런 정보를 접하고 책을 읽으면서 세상엔 참 많은 전문가들이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의 의견이 모두 맞는 것도 아니며 결국은 하나의 ‘의견’으로 결론 나는 경우를 많이 보곤 합니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비난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원래 그러하기 때문이죠. 우리는 아는 만큼 보는 것이고, 세상의 하나의 파편만을 이해합니다. 학문이란 것도 결국 지금까지 정리된 의견을 배우는 과정일 뿐이며, 세상을 알고자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의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AI가 발전하면서 고고학에서 많은 혼란이 생겼다고 합니다. 개개인 학자들의 기억에 의존하는 학문의 하나였기에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결할 수 있는 AI의 능력이 새로운 가설과 가능성을 열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지금까지의 지식과 믿음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치관의 혼란이 급격히 일어나는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그것이 맞다 틀리다를 떠나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먼저 향유하며, 그 속에서 자신만의 생각과 관점을 정립하는 것이 지금 시대의 배움의 자세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앞서 다리를 이야기했었는데요, 결국 창의적 아이디어와 관점은 ‘연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한 세상, 하나의 인격체로서 그동안 배웠던 타인의 관점을 암기해서 읊어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지식의 주체’로 사는 삶을 꿈꿔봅니다.


‘다리’의 연결로 잠식당할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닌, 준비된 역량으로 전략으로 ‘연결’을 발판 삼아 도약하는 기회를 맞이해야겠죠.


아직 여물지 않은 저의 관점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사유를 하며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삶의 마지막까지 통찰을 멈추지 않는다.” 

새로 산 노트 앞면에 적어놓은 글입니다.

무엇이 본질인지 끊임없이 사유하는 과정 속이 삶의 과정입니다. 적어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희망입니다.


분명 이번 발표는 저에게 자극이 되었고, 한국사회의 새로운 전문가 분들을 모시고 토론을 하면서 배우는 부분도 많이 있었습니다.

뒤풀이에서 나왔던 한국사회의 노령화 문제와, 이에 따른 디벨로퍼들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좋았습니다. 당면한 문제 속에서 디벨로퍼들의 고민. 그 무엇보다 한국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교류. 새로운 자극이 되었네요.


그것이 어떤 것이든 ‘모임’은 중요합니다.

모임은 연결의 한 형태이고, 그 모임이 다른 모임과 연결되어 세상이 이루어집니다.

그러하기에 ‘다리’로서의 개인과 그 개인들이 모인 ’ 모임‘은 매우 큰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쪼록 ’ 한중부동산포럼‘이 한국과 중국을 연결하는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번 모임에 대한 소감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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