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선거문화
2024년 4월 10일 22회 총선이 끝났습니다.
상하이에서 지켜보는 대한민국의 총선은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죠.
오늘은 중국엔 없는, 중국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하는 우리 투표 문화에 대해 한번 이야기하려 합니다.
선거는 흔히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민주주의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선거는 그 역할과 의미가 크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주권을 표방함으로써 정치인들에게 민심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게 선거입니다. 그럼에도 아전인수격으로 결과에 대해 제멋대로 해석하는 정치인들이 있지만, 분명 선거로 보여주는 결과는 민심을 반영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번의 다양한 선거를 상하이에서 치렀습니다.
매번 투표를 하러 가는 저를 바라보며 주변 중국지인들은 꽤나 궁금한 느낌이 들었을 것입니다. 애써 시간을 내서 차를 타고 영사관까지 가서 투표를 하는 일종의 '정치참여 행위'를 하는 모습은 중국인들에게는 낯선 모습이죠. 중국은 아시다시피 일당체제이고 일반 국민들은 투표를 할 기회가 없습니다. 하긴 이 많은 국민들에게 투표권을 주고 관리하다고 해도 쉽지는 않겠네요.
선거는 직선제와 간선제로 나눠집니다. 자료에 의하면 직선제를 선택한 나라는 103개국, 간선제를 선택한 나라는 36개국이라고 합니다. 두 제도는 무엇이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닌 각기 다른 환경에 따른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지역에 따라 색이 바뀌는 모습을 보이던데 참 안타깝습니다.
이 문제는 비단 대한민국만의 문제는 아니더군요. 많은 나라의 선거에서도 비슷한 지역색을 보입니다.
안타깝게도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 선거이기도 한데 판단력이 없거나 매몰되어 있는 성향들로 인해 선거의 결과가 '합리적'으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정치인들은 이것마저도 감내하고 극복해야 하는 문제이죠. 당연히 이상적으로는 투표를 하는 분들의 정치에 대한 이해와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미래지향적인 판단력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를 유지할 수 있으니깐요.
올해 선거는 '대파'가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윤석렬 대통령이 한 마트에서 875원이라는 대파를 한 단 들고서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한 말이 금세 조롱거리가 돼버렸죠. 대통령이 온다고 이래저래 할인가를 만들어서 판매한 것이 오히려 역풍이 분겁니다. 실제 소비가격은 그보다 훨씬 비싸니깐요(참고로 상해 마트에서의 대파는 1.5kg에 2400원 정도 하네요). 이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작태에 국민들은 분노를 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이후의 국민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수많은 패러리 이미지들이 등장하고 각 종 'Goods'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진정한 선거기간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 중국분들한테 설명도 하고 이미지도 많이 보여줬습니다.
항상 투표결과를 보면서 몇 퍼센트가 투표를 했는지 발표를 합니다. 나는 열심히 투표를 하려고 하는데 왜들 투표를 하지 않는지 의아할 때가 있기도 하죠. 어떤 분들은 하루 노는 날이라고 이날에 맞춰서 가족 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중요한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거죠. 왜 그럴까요?
정치는 우리의 삶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치가를 뽑는 것은 결국 우리의 미래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장의 투표에 불과하지만 그것들이 모여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굳건하게 만든다.
실은 아무리 이야기해도 별 감흥을 얻긴 힘들 것입니다.
대부분은 먹고사는데 신경 쓰기도 바쁘니깐요.
그래서 전 개인적으로 정치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재미없는 정치는 관심을 얻기 힘듭니다.
재미는 나의 반응이죠.
나와 관련이 있고 나의 삶과 연결이 되어 있어야 재미있어집니다.
그래서인지 정치에 있어서 '풍자'는 없어져서는 안 되는 요소이죠. 그렇게 풍자를 통해서 정치에 재미를 갖기 시작하는 것 아니겠냐는 생각을 해 봅니다.
2024년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도파밍'이라는 키워드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재미'가 없으면 관심을 갖기 힘듭니다. 그래서 선거방송도 비판의 여지도 있지만 각종 콘텐츠들을 활용해서 재미를 부여하려고 하나 봅니다.
선거는 하나의 축제가 되어야 합니다.
이 사회가 미래를 위해 일꾼을 선택하는 하나의 축제. 그런 축제이기에 점차 열기가 타오르고 관심을 갖고 다들 감정을 이입하면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지지를 보내고 경청하고 비판해야 합니다. 이런 축제가 가능하도록 판을 깔아줘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지 맘에 안 든다고 '이건 하지 마라 저건 안된다' 하는 식의 규제는 축제의 재미를 반감시키기에 자제해야 하는 거죠.
상하이에서 투표를 하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아주 근원적인 의미와 함께 '선거축제'를 즐기는 우리의 모습을 중국분들에게 많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직원을 데리고 영사관 투표자리까지 같이 가보기도 하고, 한국발 다양한 풍자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이 나라에 살면서 나 자신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긍심은 계속 유지되리라 여겨집니다.
해외에 살면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으로 비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또 이렇게 하나의 중요한 선거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이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새로운 미래를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현명한 국민들이 있기에 더 발전된 대한민국의 모습이 보일 것입니다. 조금은 떨어져 있지만, 항상 대한민국을 지켜보는 한 사람으로서 감회를 적어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