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판다 모형에서 중국 엿보기
자고 있는 딸아이를 둔 채 우리 부부는 아침 데이트를 합니다.
매번 하는 건 아니고, 여행을 하는 중에 이런 시간을 갖게 됐네요.
전날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하러 나왔다가 그냥 길거리 음식으로 배를 채웠습니다. 넘치는 인파들을 헤집고 돌아다니다 다음날을 기약하고 숙소로 복귀했죠. 그러곤 아쉬움에 새벽같이 일어나 밖을 나섰습니다. 얼마 못 가서 아내의 전화를 받고 데이트가 시작됐죠.
앙티엔워仰天窝 교각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전날 저녁엔 사람이 많아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는데, 새벽 아침에 나와보니 전체가 이해가 되더군요.
한참 거친 물살을 쳐다보다 발걸음을 어디로 이동할까 검색을 해봤습니다.
바로 근처에 두장옌시내의 网红点이 하나 있더군요. 网红点은 일종의 핫플레이스를 말합니다. 打卡点,网红点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전 다카디엔 (打卡点, 타카점)이란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아내한테 물어보니 본인도 잘 모르더군요. 이제는 워낙 많이들 쓰는 단어라 다들 알겠지만, 일종의 신조어입니다. 뜻을 굳이 풀이하자면, 카드를 찍는 점, 지역 뭐 그런 의미로 해석되네요. 그러니깐 어디 가서 나 여기 갔다 왔어라고 카드를 찍는다는 의미입니다.
세상 편한 자세로 셀카봉으로 핸드폰을 보고 있는 판다.
밖에서는 바로 보이지 않는데요, 썬큰광장에 놓여 있어서 밖에선 잘 안 보였던 거였네요. (SUNKEN이란 1층보다 내려앉아 있는 공간을 뜻하는 용어) 도로 아래의 굴다리를 건너가니 광장에 커다란 판다가 누워서 핸드폰을 보고 있네요. 다들 와서 사진 찍을 만 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 일찍 시간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어 아내와 저도 사진 찍기 놀이를 좀 해봤죠.
(참고로 찾아가실 분들은 '都江堰仰天窝广场'을 검색해 보시면 됩니다.)
판다는 중국의 상징동물로 춘추전국시대의 기록에도 나와 있다고 합니다. 중국 쓰촨성, 산시성, 간쑤성 등지의 대나무 숲에 서식하며, 지금은 멸종보호동물로 지정되어 있죠.
얼마 전 한국에서 태어난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가서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으셨죠. 푸바오 덕분인지 사천에 판다를 보러 오는 한국분들이 계신다는 기사도 보았습니다. 생긴 게 참 귀엽게 생겼는데, 이 녀석도 무서운 곰인지라 맹수의 한 종류입니다. 어쨌든 귀여운 판다는 여러 캐릭터로 만들어졌고, 영화 '쿵후판다'는 판다의 이미지를 알리는데 많은 역할을 했죠.
이곳 두장옌도 거리 곳곳에 판다 형상을 달아놓아서 이곳이 판다의 고향이구나하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판다를 보고자 하시는 분은 '성도판다생육연구기지 成都大熊猫繁育研究基地'를 방문하면 됩니다. 바로 두장옌도시에 있기에 판다도 보고 수리시설도 보는 일정을 잡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흰 일정이 넉넉지 않아서 수리시설을 보고 판다서식지 방문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아쉬운 데로 이렇게 대형 판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다행이죠.
잠자고 있던 딸아이에게 사진을 보여줬더니 무척 아쉬워하더군요.
일정이 꼬일 거 같아서 두장옌 수리시설을 방문한 후 딸아이에겐 다시 언급을 하지 않고 바로 이동했습니다. 가자고 조를까 조마조마...
중국에는 이곳 외에도 판다를 활용한 상업공간들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 심천의 IFS몰이네요.
여긴 판다가 옥상으로 올라가는 코믹한 모습을 외부 조형물에 설치를 해놨는데, 일종의 상징이 되버렸죠.
옥상에서 이 판다와 사진을 찍는 고객들이 많이 있습니다.
각 나라의 상징동물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호랑이, 미국은 흰머리 독수리, 일본은 꿩, 태국은 코끼리, 프랑스는 수탉, 뉴질랜드 키위, 호주는 캥거루...
중국은 판다인데, 판다가 멸종위험이라 외국에 선물로 준 것을 다시 돌려받습니다. 번식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해외에 나가 있는 판다들은 대부분 대여한 것이고 일정한 나이가 되면 돌려받습니다. 그중엔 대여비를 받는다네요. 평화와 우정의 상징이라고 판다를 줬다가 다시 뺏어갑니다. 뭐 이유가 있지만,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
대한민국에서 푸바오의 인기가 이렇게 높은지 몰랐네요.
주변에도 푸바오 팬들이 있습니다. 전 아무 감정도 없었는데, 새로운 세계더군요.
한중간의 평화와 우정이 이어지길 희망합니다.
판다를 배경으로 한참 사진을 찍다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이 녀석의 털을 도대체 뭘로 만들었을까?
가까이 다가가니 한가닥 한가닥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서 붙였더군요. 대단한 노력입니다.
흰색이 먼지가 썩여서 조금 지저분한 것이 아쉬운 점이지만, 셀카봉으로 핸드폰을 보고 있는 이 녀석은 위트도 있고 재미있습니다. 다른 이미지들을 보니 핸드폰 화면에서 영상도 나오는 모양인데, 저흰 너무 일찍 갔나 봅니다.
중국에서 생활해 보면 먼지가 많이 보입니다.
모든 도시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많은 도시가 그러합니다.
북쪽 사막에서 넘어오는 먼지의 영향도 있겠지만, 사방에서 공사를 하느라 분진처리가 어려운 거겠죠. 뭐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딱히 떠오른 것은 없습니다. 분명한 건 먼지가 많다는 거죠.
건물을 설계하고 짓는 모습을 보면, 중국도 이젠 정말 잘합니다. 디자인도 뛰어나고 설계도 잘하고, 시공도 곧잘 합니다. 그런데 공기 중에 먼지가 많아서인지 건물을 짓는 중에 외장재가 오염되어 버립니다. 새 건물을 짠~하고 삐까번쩍하게 오픈해야 하는데, 먼지가 쌓인 외벽이 새 건물로 소개가 됩니다. 어떻게 잘 씻겨내서 그나마 깨끗하게 준공을 했다 치더라도 얼마 못 가서 오염이 되어버립니다.
디자인이 멋진 건물이라고 해도 가까이 가보면 대부분 오염된 모습에 실망이 듭니다.
아주 오래전 실무 건축공부를 할 때, 일본에서 나왔던 오염을 줄이는 설계방법에 대한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일본인들의 이러한 디테일에 정말 감명이 깊었었는데요, 지금 중국이 이런 노력을 기울이면서 설계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몇 번이고 생각해 봅니다. 이런 이야기가 통한다면 말이죠.
그런데 아직까지도 이런 이야기는 통하지 않을 겁니다. 다 그러니깐요. 가까운 미래의 변화와 번거로움은 당장 고려해야 할 내용이 아닌 겁니다. 그때 가서 처리하자는 생각이죠.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근본적인 질적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보지만, 중국인들의 반응이 아주 틀린 말도 아닙니다. 모든 전략은 환경과 경쟁관계에 따라서 결정되니깐요. 할 말은 많은데... 딱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 기회에 이런 이야기들을 더 심층 깊게 적어보죠.
판다이야기를 하다 먼지이야기 그리고 중국인 사업가들의 인식까지 건너왔습니다.
중국이 이렇다 저렇다 다들 말들을 많이 하지만, 밖에서 보는 상황과 내부에서 겪는 상황은 다릅니다. 밖에서 아무리 이해가 안 되고 어리석어 보이는 거라도 직접 내부환경에서 겪게 되면 이해되는 것들이 적지 않죠. 그렇다고 내부의 저항에 수긍하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아직까지도 급속히 발전하는 중국사회에서 한국인들이 앞서서 이끌어 갈 꺼리들은 존재하니깐요. 중국이 발전하는 만큼 한국도 발전합니다. 근데 그 격차가 좁혀지냐 멀어지냐의 차이겠죠.
앞서는 이를 보고 따라가긴 쉽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선두로 헤쳐나가기는 어렵습니다. '창의적 사고'를 해야 하고 신속하면서 '민감한 반응'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늘 따라가기만 하던 자들은 앞서게 됐을 때 방황하기 마련입니다. 절대적이며 천재적인 위대한 지도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쉽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중국이 겪을 미래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