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작가 with 공동체공간
모두의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진, 바야흐로 지금은 1인 미디어 시대다. 마음만 먹으면 팟캐스트며 유튜브며 각종 SNS에 자기가 만든 콘텐츠를 선보이는 건 이제 일도 아니다. 몇 억 뷰를 달성한 유튜브 스타가 등장하고, 유명 인사들이 팟캐스트를 만드는 시대에 동네 라디오 방송국은 어떤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을까. 동네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콘텐츠,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내는 공간을 보기 위해 <덤>을 찾았다. 라디오 방송국 <덤>은 2012년도부터 창신동과 숭인동의 이야기를 전해온 베테랑 마을 미디어다. 팟캐스트 채널인 팟빵에 올라와 있는 에피소드만도 500여개가 넘어선다.
<덤>이 입주한 곳은 창신2동에 지어진 주민공동이용시설, '회오리마당'. 창신동의 꼭대기에 위치한 '회오리마당'은 도시재생사업으로 2018년 9월에 새롭게 지어졌다. 도로변의 아파트 단지를 지나조그만 샛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깔끔하게 외관의 '회오리마당'을 만날 수 있다. 전면이 창으로 되어 시원하게 참 잘 지었다 싶은 건물 2층에 <덤>의 노란 현수막이 눈에 띤다. 실내도 새로 만든 공간 특유의 깔끔함이 인상적. 무엇보다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국답게 녹음실과 관련 장비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넓진 않지만 삼삼오오 모여 방송하기에는 딱 좋다.
창신동 라디오 <덤>을 만든 이유와 <덤>의 정체성이 궁금합니다.
주민들이 공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드는 것, 그리고 지역 현안을 다루는 것, 그리고 그 지역현안을 가지고 공론의 장을 만드는 목적을 가지고 있고요. 미디어 매체로서 존재하는가 아니면 주민모임을 엮는 매개자로 활동하고 있는가하는 건 고민 중에 있습니다.
마을 미디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2년도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 마을 미디어교실'이라는 사업이 진행되었어요. 지역, 동네에서 잡지나 신문, 팟캐스트 라디오 등을 주민들이 제작할 수 있도록 교육해주는 건데, 저희 국장님을 포함한 지역 주민들이 거기에 참여를 한 거죠. 그 멤버들이 모여 이듬해에 개국을 하게 되었고요. 각자의 일상에 대한 변화의 욕구들이 있었던 거 같아요. 미디어교실을 통해 배웠던 것들이 굉장히 재미있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같이 모여서 방송을 만들고, 그 방송을 송출했을 때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일들이 재미있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이후로는 공론장을 만들려는 활동과 마을 미디어에 고민들을 계속 하면서 성장이라면 성장이라 할 수 있는 그런 과정을 거쳤어요.
팟캐스트 방송에 대한 주민들의 호응, 피드백은 어떤가요?
라디오 팟캐스트 하는 단체가 서울에 스물 여 곳 되거든요. 대부분 그 고민을 해요. 팟캐스트가 인터넷 기반이기 때문에 전 세계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팟캐스트 중에서도 굉장히 인기 있는 방송들이 있잖아요. 저희는 사실 그렇지는 못하거든요. 만드는 사람들이나 출연자들을 아는 주민, 친구들에게는 의미가 있는 방송이기도 하고, 저희가 전달하는 소식에 관심 있는 지역 주민들은 피드백을 주시기도 하지만 전체 청취자 수로 봤을 때는 많이 안 듣는 편이에요.
그래도 저희는 그렇게 생각해요. 실제로 얼마만큼 듣느냐 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게 있거든요. 방송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와 참여하는 내용을 저희는 더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참여하는 사람들의 삶의 변화, 그러니까 이 활동을 통해 참여했던 사람들이 지역 공동체와 어떻게 결합이 되면서 어떻게 변화해 가는가 그런 것들에 더 주목을 하는 거죠. 그렇게 주민과 주민을 엮고, 단체와 단체를 엮고 그런 관계들 속에서 공동체와 결합되는 것, 그렇게 서로 엮이면서 어떻게 변화에 가는지, 그런 부분을 의미 있게 보고 있어요.
의미 있는 활동이라도 듣는 사람이 많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힘들 때가 있으실 거 같아요. 공간과 활동을 계속 유지하면서 어려움이 있을 때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그냥 버티는 거죠. 운도 좋았던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월세가 부담이 되어서 더 이상 못 있겠다 싶을 때 새로운 공간을 만났거든요. 안 그랬으면 정말 접었을지도 몰라요. 제일 처음에 있었던 곳은 아마 한 평, 두 평 정도밖에 안됐을 거예요. 교회의 조그만 창고에서 시작했어요. 교회에서 공간을 주셔서 조그맣게 방송실을 마련할 수 있었어요. 그 다음 공간으로 넓혀간 계기도 사회적 기업에서 우연히 도움을 주셔서 가능했던 일이었어요. 이후로 월세를 부담하게 되면서 어떻게 할까 고민 하던 차에 창신동에 주민공동이용시설이 들어온다 해서 여기로 오게 됐어요.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난 것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관리비 정도는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후원회원들이 조금 늘어났거든요. 창신, 숭인이라는 작은 지역에서 후원 회비를 어느 정도 계속 마련할 수 있었던 게 감사해요.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건 활동하는 사람 인건에요. 아마 어느 단체건 다 고민일거예요. 특히나 저희 같은 경우는 여기서 수익이 날 만한 사업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 힘들게 느껴지죠.
지역 주민들은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나요? 주민들이 자유롭게 방송에 참여할 수 있는 건가요?
자유롭게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저희는 같이 하는 것, 공동체 활동에 집중을 하기 때문에 혼자서 하는 개인방송을 도와드리고 있지는 않아요. 저희가 진행하는 라디오 교실을 통해서, 연세 드신 분들이나 기술 장벽이 높아 이런 개인 방송에 진입이 힘드셨던 분들을 교육하고 그 분들과 함께 방송을 하기도 하는데요. 어떻게 보면 그 교육 자체가 공동체 활동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분들이 PD가 되고 진행자가 되어서 방송을 만드는 거고요. 그런데 아무런 연결점 없이 개인방송을 위해 이 공간과 장비들을 사용하는 건 좀 어렵습니다. 우리 방송국에서 활동하고 싶다면 같이 할 수 있는 걸 전제로 하는 거죠.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건 맞지만 과정이나 절차가 필요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방송 이외에 기획하고 있는 행사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대표적으로 진행하는 게 '꼭대기 축제'라는 게 있어요. 창신동에 단체들이 꽤 많이 있거든요. 지역을 기반으로 한 단체들이 모여 만드는 축제라고 보시면 되어요. 올해는 꼭대기 축제가 6월 16일에 끝났어요. 예전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매월 했었는데, 단체들이 힘들어해서 3년 전부터는 봄, 가을 일 년에 두 번 진행하고 있어요. 봄에는 공간을 열어 각 공간을 소개하는 자리인데요. 올해도 그런 방식으로 진행을 했어요. 올해는 이전보다 규모가 더 커져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연 단체가 일곱 곳, 행사에 참여한 단체가 열두 곳, 그리고 단체 사용설명서에 들어간 단체는 스무 곳이 넘어요.
다른 행사로는 '봉제인 음악회'라는 걸해요. 그건 6월 8일에 했어요. 봉제인 음악회는 2015년부터 5회째고요. 창신동에 봉제인들이 많잖아요. 그 봉제인들이 즐기는 축제인거죠. 저희 방송 중에 봉제인 방송이 있거든요. 그 방송에 게스트로 오셨던 분들이 나오셔서 노래든 춤이든 장기자랑을 하시고요. 그분들이 방송하는 모습이나 멘트들을 보드로 만들어서 전시를 하기도 해요. 내년부터는 지역에 있는 봉제인 협동조합이랑 노동조합과 같이 행사를 주최해 진행하기로 했어요. 이렇게 단체들과 엮기는 거죠.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활동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음반 제작이에요. 본인 소장용 앨범을 만드는 건데요. 이것도 결과물보다는 과정에 주목을 한 활동이에요. 음반 제작에 참여하신 분들과 함께 음악회를 매년 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작년부터 못하고 있어요.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고 게신데요.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할 만해요. 그리고 재밌어요. 처음에는 국장님을 도와주다 시작했는데 되게 힘들었어요. 이게 보상이 따로 있는 게 아니잖아요. 칭찬도 한두 번이지. 그러다 이 활동을 통해서 내가 스스로 이 활동을 구성을 해가면서 내 삶을 적극적으로 변화시켜 가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변화들이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보람 있었던 일화나 활동 중 기억 남는 순간이 있으셨을 거 같은데요.
앨범 제작이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활동이라 생각이 나네요. 사실 힘든 작업이기도 한데요. 처음에는 자기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를 주저하시고 수줍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 분들이 노래를 하고 같이 작업을 하면서 팍하고 빛이 나는 순간이 있어요. 뭔가 얼어있던 게 깨지면서 자유로워지는 느낌을 같이 공감하게 되는 그런 때요. 그런 순간을 주민들이 경험한다는 거, 그리고 그 순간에 제가 함께 한다는 그런 게 굉장히 좋고요.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저희가 주력하려는 게 단체나 개인이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게끔 엮는 일인데요. 그들이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우리가 매개하면서 우리도 함께 성장하기도 하고요. 실제로 각 개인이나 단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성취감이 느껴지곤 해요.
이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공간을 운영하는 분들이 계속해서 이 공간을 찾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말씀 들으면서는 그런 동기부여가 있기 때문에 <덤>이 유지되어왔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말씀 듣고 생각해보게 되네요. 우선은 여기서 어떤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인 거 같아요. 물론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것과 하고 싶어 하시는 것 사이에 교집합이 늘 있더라고요. 그렇게 주민 분들이 꿈꾸는 것들을 우리가 함께 만들어 왔던 것이 하나의 이유인 것 같아요. 그렇게 활동하다보면 주민 분들만 무엇인가를 얻는 게 아니라 우리도 얻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동아리모임을 하면서도 그런 걸 느껴요. 같이 빛이 나는 경험이요. 같이 하니까 재미있구나, 이런 즐거움이 있구나 하는 걸 그렇게 알게 되는 거죠. 그게 계속 여기를 찾게 하는 동력이지 않을까 싶어요.
2014년도부터 창신동에서 지내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이제는 동네 주민 같다는 느낌을 받으시나요?
주민 맞죠. 제가 관계하는 분들이 주로 창신동이 삶터이면서 동시에 일터이기도 하거든요. 봉제 공장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저녁을 먹으러 이렇게 내려가다 보면 계속 인사를 하게 돼요. 다 아는 거죠. 이런 활동을 통해 알게 된 분들, 그렇게 자연스럽게 알게 된 분들인 거예요. 예전에 살았던 동네는 여기보다 훨씬 오래 살았지만 관계가 없었어요. <덤>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관계가 맺어진 거죠. 물론 전혀 모르는 주민도 많죠. 우리 단체가 있는지도 모르는 주민들도 많을 거고요.
서울에 살면서 동네나 공동체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도 이 창신동에 오셔서 그런 경험을 하고 계신 셈인데요. 어떻게 하면 그런 공동체 경험을 늘일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뭔가를 일부러 만들려고 하지 말고요. 같이 뭔가 하다보면 그게 공동체적이 경험이 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서 색소폰 부시는 봉제공장 사장님을 우리 축제에 모셔서 색소폰 좀 불어달라고 섭외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 사장님을 알게 되고 그 분이랑 친해지니까 지금은 되게 좋아하는 형님이 됐어요. 예전의 저로서는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거든요. 우리가 억지로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그냥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되는 게 있어요. 공동체 활동이라는 게 뭔가 프로그램을 짜서 뭔가를 남기고 이래야만 하는 건 아닌 거 같고,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뭔가 하다보면 자연스레 그게 활동이 되는 거 아닌가 싶어요.
무엇보다도 주민들이 공동체 활동에서 주인으로 나서는 것이 중요한 거 같아요. 우리가 프로그램을 짜놓고 참여하시라 해서 하면 아무것도 안 남거든요. 그런 프로그램이 아니라 뭔가 지속할 수 있는 게 필요하죠. 그런 맥락에서 내년부터 봉제인 음악회를 세 단체가 같이 하도록 이끌어낸 게 굉장히 큰 성과라고 생각하거든요. 그쪽에서 자발적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렇게 주민이든 단체든 내가 이걸 해보고 싶다고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면 그 사람들이 주인이 되는 거잖아요. 그런 게 공동체 활동에서 필요한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덤>을 통해 활동하면서 계속 고민이 되고, 더 힘써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게 바로 그 지점이에요.
로컬공간기록 프로젝트 도시작가 시즌 2, 정보람 작가
본 글은 서울시공동체공간 X NSPACE with 도시작가 프로젝트로 쓰였습니다.
덤
서울 종로구 창신5다길 15-6 회오리마당 2층
https://www.facebook.com/radiod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