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작가 with 공동체공간
1인가구수가 560만을 넘어섰고, 앞으로 점점 1인가구 비중이 증가할거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늘어나는 1인가구의 가구원 대부분은 청년들이다. 타지에서 대학을 다니거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취를 하게 되고, 결혼연령이 높아지면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동시에 서울의 높은 보증금과 월세 등으로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하는 청년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겨우 발 뻗고 누울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 생활을 한다던가, 단열이나 누수 문제가 있는 집에서 집을 수리하지도 못하고 참고 살기도 한다.
이런 청년 주거문제에 안타까움을 느껴 연희동에 직접 공동체주택을 짓고 운영하고 있는 정준규 대표님을 만났다.
대학가 문화 중에 대표적인 신촌이 가까이에 있는데 대로변을 조금 지나니 이런 작은 주택들이 많이 있네요. 대학가가 아니라 그냥 동네 같아요. 어쩌다가 연희동에 자리 잡게 되셨나요?
제가 연세대학교 건축학과 동문이에요. 처음 공동체주택을 짓기로 결심하고 지역을 알아봤는데 아무래도 상위권 대학에 재학하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부모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이 많잖아요. 공실이 생길 위험요소를 조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익숙한 동네이기도 한 이곳으로 오게 되었어요.
공상가는 어떤 뜻과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요.
건물을 지으며 이름을 고민하다가, 네이밍하는 전문 업체에까지 맡겨봤는데 생각한 것을 잘 담아내지 못하더라고요. 연세대 선배 중에 윤동주 시인이 있잖아요. 윤동주 시인의 시 ‘공상’은 빌 공자에 생각 상자를 써서 조국의 해방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는데, 저는 함께 공자를 써서 함께 생각하면서 살자는 의미로 공상가로 이름을 지었어요.
공동체주택 이름으로 정말 잘 어울려요. 건축 전공이기도 하셔서 주택을 지을 때 특별히 신경쓴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1호점이 2015년 5월에 오픈을 했는데, 설계에만 3개월이 걸렸어요. 그만큼 고민이 많았죠. 어떤 고민을 했냐면, 개인의 프라이버시도 지켜주면서 같이 즐기기도 하는 공간을 단계적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한 집에서 자기 방은 온전히 내 공간이고, 방 밖에 화장실과 주방은 공유공간이 될 수 있게 만들었어요. 한 층에 두 세대가 있는데 각 세대 사이에 공유공간을 만들고 건물 전체의 공유공간으로 1층에 카페를 만들었어요. 공유공간에 주안점을 두고 설계를 했죠. 그런데 허가가 안났어요. 당시에 다세대주택으로 신청을 했는데 구청에서 도면을 보더니 다세대 설계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 이런 공유공간이 있는 건물이 적다보니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층마다 공유공간을 만들지는 못했고 방을 하나 더 만들어서 수익성을 높였어요.
공간이 작지만 답답하지 않고 알찬 느낌이 있어요. 일반 주택과 설계에 차이가 있을까요?
집이 작아서 개방감을 높이기 위해 천정을 없애고 층고를 50cm 높였어요. 원래는 천정에 들어가야 할 배관들을 골조 안에 넣으려다 보니 설계부터 시공까지 시간도 돈도 많이 들었어요 또 방 밖으로 나왔을 때 거실이 카페 같은 느낌이 들도록 바닥을 돌 타일로 시공했어요. 각 호실마다 방이 네 개인데 화장실이 세 개예요. 아침에 학생들 바쁘잖아요. 누가 쓰러 들어가면 기다리고 붐비고 그러지 않게 설계를 한거예요. 방 안에 화장실을 두면 습기 때문에 좋지 않아서 일부러 방 밖에 뒀고요.
우여곡절 끝에 완공했어요. 완공 해 놓고 보니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주변에 원룸도 많고 하숙집도 많은데, 어떻게 입주자를 모집하셨나요?
처음에 5월 말에 오픈을 했더니 하필 축제기간에 학기도 끝나가서 집이 텅텅 비어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지나가던 학생이 들렀는데. 연세대 건축과 후배더라고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친구가 이화여대에서 근무를 하는데 이화여대가 기숙사가 부족해서 기숙사에 떨어진 어학당 친구들이 갈 곳이 없다고 하면서 그 친구들이 공상가로 올 수 있게 기숙사 추천을 올려준다고 했어요.
1호가 꽉 차면 서른명인데 그 중에 18명이 외국인 유학생들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그러다보니 더 쉐어하우스 같은 분위기가 났어요. 옥상에 파라솔과 의자를 두고 휴게공간을 만들었더니 유학생들이 저녁마다 올라가서 맥주도 마시고 놀고 얘기하고 그래서 민원이 들어올 정도였어요. 주변 주민들에게는 죄송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참 보람 있었죠.
1호가 그렇게 잘 돼서 바로 맞은편에 2호까지 지으신건가요?
1층에 카페를 운영하잖아요. 입주자들에게는 커피를 천원에 주고 언제든지 내려와서 놀아라 그랬거든요. 오픈하고 2학기가 되니 활기가 점점 돌더라고요. 그래서 2호를 바로 지었죠. 1호 지을 때의 경험 덕분에 2호는 수월하게 지었어요. 이듬해인 2016년 3월에 오픈해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어요. 2호는 50명이 정원인데 1호와 합쳐서 한꺼번에 80명을 채우느라 어려움이 있었어요. 유학생들은 가을학기여서 다 떠나가고, 주로 한국 학생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하필 2016년부터 연세대가 송도 캠퍼스로 1학년들을 의무적으로 보내기 시작했어요. 공실을 피할 수가 없더라고요.
운영하다보니 처음에 공상가를 지을 때 원했던 방향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벤트를 좀 열어보자 생각했죠. 2016년 개강파티를 한다고 하니까 60명중에 10명 정도만 모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다음주에 한번 더 했더니 또 10명이 모였어요. 내가 있어서 학생들이 불편한가 싶어서 너희들끼리 같이 모여서 뭔가를 했다고만 사진으로 증거를 보내주면 밥값을 지원해 주겠다고 했는데도 1/3만 참여했고요.
중간고사 끝나면 학생들 수고했다고 밥 사준다고 모이라고 했는데도 안모이고, 기말고사 끝나고는 또 각자 놀러가기 바쁘고 해서 이게 정말 쉐어하우스로 의미가 있는가 고민이 많이 됐어요.
학생들이 함께 공동체주택의 유익을 누렸으면 하는 마음이 느껴져요. 혹시 입주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한 활동도 있을까요?
요즘 학생들 서로 너무들 바쁘다보니 한집에 다섯 명이 살아도 세 명이 같이 모이기가 어려워요. 그러다 한 번은 어떤 학생이 쉐어하우스 관련한 과제를 한다고 공동구매를 제안했어요.
물, 라면, 휴지, 참치캔 이런 물품들을 공동구매하는 것을 서너번 진행했어요. 그런데 참여하는 인원이 2~30%정도 밖에 안되더라고요. 그래도 전혀 호응이 없는 것은 아니구나 생각했어요.
그렇게 이런저런 고민들 하다보니 4년차가 되었네요.
1호에 6세대 2호에 11세대가 있으면 총 17집이 있는 건데, 혼자 관리하기 어려우실 것 같아요.
오픈 하면서는 바로 20대 후반의 젊은 매니저를 고용했어요. 아무래도 아버지같은 나 보다는 젊은 매니저가 있으면 공상가 관리도 하면서 학생들과 소통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한 학기가 지나고 개인 사정이 생겨서 그만 뒀어요. 또 다른 직원을 구해서 1,2호를 같이 운영했어요. 학기 초에 학생들이 입주하고 퇴실할 일이 많을 때만 일이 있고 그래서 마케팅을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안 해본 일이어서 어려움이 있었는지 1년만에 그 친구도 그만뒀어요. 그 뒤에 온 매니저도 그만두고 그래서 지금은 거의 혼자서 관리하고 있어요.
운영하면서 아쉽거나 어려운 점이 또 있다면요?
아무래도 학생들이 잘 모이지를 않는다는 점이죠. 예를 들어 바쁜 학생들 아침에 밥이라도 챙겨주고 싶어서 공짜로 아침밥을 주기도 했어요. 근데 잘 안먹더라고요 공유공간에 운동하라고 만들어 놓은 피트니스도 유학생만 가끔 이용하고 말아요. 공간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것 같아서 원하는 공유공간을 제안해 보라고 했는데 아무도 제안을 안해요. 그래서 빔프로젝터도 설치하고 친구들이랑 와서 놀게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놨어요.
그래도 공상가를 찾는 학생들이 꾸준히 있는데 나름의 성공비결이나 장점이 있을 것 같아요.
안전함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신축이고 남녀가 쓰는 층이 나눠져 있다 보니 6~70%가 여학생이 입주해있어요. 신축이라 깨끗하고 화장실 이용에 불편함도 없고 그런 장점도 있고요.
운영하면서 공동체 공간으로서 더 발전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서울시 공동체공간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아요. 접근하기도 어렵고요. 서울시에서 공동체 주택으로 인증을 받으려면 공간의 10%이상을 공유공간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 같던데,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건축법상 허가가 어려운 점도있고, 또 공유공간이 많다는건 입주자가 들어갈 공간이 작아진다는 거라 그렇게되면 공간 유지에 필요한 수익을 확보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지원이 미미한 것 같아요. 공동체주택을 많이 지으라고는 하는 것 같은데 어떤 지원이 있는지 잘 모르겠는거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결국 학생들을 모이게 하려면 돈을 써야 하는 것 같아요.(웃음) 지금은 집을 하나 헐어서 독서실을 만들까 고민하고 있어요. 바쁜 요즘 젊은이들이 집에 와서라도 편히 쉬며 함께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눴으면 좋겠어요.
입주한 학생들이 공동체의 유익을 누리며 재밌고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공동체주택 공상가. 그런 좋은 마음과 목적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공동체성과 수익성이 같이 유지될 수 있는 공유공간으로 성장하고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로컬공간기록 프로젝트 도시작가 시즌2, 박호연 작가
공상가 쉐어하우스 연세 1호점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3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