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작가 with 공동체공간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여러 사공이 함께 노를 젓기에 비록 어디로 갈지 합의를 하는 데는 오래 걸릴지는 모르지만 올바른 길로 가기도 한다. 금천구 마을활력소 어울샘은 ‘어울샘지기’라는 이름으로 20여 명의 금천구민들과 함께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20명의 어울샘지기 = 금천구민
4-5명의 운영진끼리도 의견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은데 어떻게 20명이 넘는 주민들과 함께 의견을 맞춰나가고 있을까? 2013년 9월에 공식 개소한 어울샘은 공간조성 논의단계에서부터 주민TFT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조성되었다. 운영을 전문그룹에게 위탁하는 민간위탁 방식을 택하지 않고 주민들과의 공동운영방식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2014년 금천구민으로서 어울샘의 운영위원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금천구청 문화체육과 소속으로 어울샘의 공간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엄샛별 주무관을 만나 어울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어울샘에서 2014년에 같이 시작해서 2015년까지 운영위원으로 있었고, 2016-2017년 공간매니저로 있다가 2018년부터 문화체육과 소속이 되어 일하고 있습니다. 여기가 특수한 형태의 직영구조를 띄고 있어요. 이 공간을 담당하고 주민들과의 소통, 행정과의 소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주무관님이 공간에서 상주하시다니 다른 곳에서는 많이 보지 못한 형태 같아요.
주민들에게 100% 맡겼을 때는 공공성을 가지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으로 직영의 구조를 갖게 된 것 같아요. 어느 정도는 행정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하고 현장에서 주민들의 이야기를 더 내밀하게 듣고 소통하며 이 공간을 운영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제일 큰 이유는 공간이 커지면서 이 공간을 운영할 수 있는 소방안전관리, 승강기안전관리, 전기관리안전관리 등을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매니저로는 2명(뉴딜일자리), 청소담당을 해주시는 분은 5명 있어요.
Q. 규모가 꽤 큰 것 같은데 매니저 3명이 운영하기에는 부족하지 않나요?
어울샘은 공간매니저 외에도 주민들로 이루어진 ‘어울샘지기’라는 운영그룹이 있어요. 공간 내의 지켜야할 규칙과 약속들도 어울샘지기와 함께 정하고 어울샘이라는 곳의 정의, 정체성도 함께 이야기해요. 큰 행사를 진행하거나 홍보를 진행할 때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맡아서 진행을 해주십니다.
어울샘지기는 생활문화활동가 양성교육을 이수하시면 누구나 될 수 있어요. 처음 시작은 44명이었고, 현재 1년 6개월 정도 지났는데 적극적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은 총25명 정도예요. 오시는 분들의 연령대는 20대 후반부터 60대 초반까지도 있어요. 가장 많은 연령은 40대예요.
어울샘의 사업은 직접 주민들이 기획할 수 있는 구조예요. 프로그램도 직접 기획하셔서 다른 주민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도 하고 투표도 해서 어울샘에서 진행할 사업을 결정해요. 하반기부터 7명의 어울샘지기와 다른 주민 분들이 함께 만든 프로그램들이 운영될 예정입니다.
Q. 공간매니저로서 운영에 있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주민 분들과 어떻게 하면 이 공간을 잘 꾸려나갈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이 공간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행정은 그 구조상 입장이 언제든 변할 수가 있는데 탄탄한 주민조직이 생기고, 공간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외부에 의해 쉽게 바뀌지 않는 공간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공간에 애정과 주체성을 가지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Q. 20명이 넘는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굉장히 소극적으로 개입하려고 노력해요. 어떤 상황인지는 파악하되 그 상황에는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려고 해요. 민주적인 절차이냐 아니냐만 감시를 해주는 역할만 하고 있어요. 시간을 드리면 주민 분들 스스로 해결을 하시더라고요.
지금까지 다양한 과정을 시도하다가 지금 직영의 구조까지 오게 되었는데 지금 구조가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과거처럼 주민들이 무리하게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고 어떤 특정 인물만 권한을 가지지 않는 구조라고 생각해요. 어울샘에는 ‘장’, ‘리더’가 없어요. 과거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의 원인이 어울샘지기들 간의 정보의 불균형이었어요.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특정 직위를 없앤다면 정보의 균형이 생길거라는 결론이 나서 그 이후에는 직위를 없앴어요. 이 것 또한 주민 분들이 모두 정한거고요. 그 이후에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모든 논의를 함께 하고 있어요.
Q. 2018년에 공간이 확장되었다고 들었어요. 확장되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공간이 확장되면서 공간이름이 마을예술창작소에서 마을활력소로 바뀌었어요. 그런데 마을예술창작소의 기능을 하는 마을활력소라고 보면 돼요. 마을예술창작소였을 때도 공동체회복이 목적이었거든요. 예술은 수단이었고요. 이름이 바뀌어서 좋은 점은 주민 분들이 좀 더 공간을 편안하게 생각해주세요. 마을예술창작소라는 이름을 주민 분들에게 어려워하셨거든요. 예술에 대해 잘 모르는 주민 분들은 자신이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었는데 마을활력소로 이름이 바뀐 후에는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공간이 확장되면서 1층에서 3층으로 바뀌었어요. 1층에 있을 때는 밖에서도 어떤 공간인지 확인할 수 있는 구조였는데 지금 3층으로 올라오면서는 궁금함을 넘어선 어떤 목적이 있는 분들만 오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대신 건물자체가 커지면서 공간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그런 분들을 어울샘 안까지 들어오게끔 하는 게 저희의 역할인 것 같아요.
Q. 공간이 생긴 지 햇수로 7년 차가 되었어요. 처음 공간이 생겼을 때 주민들의 반응과 현재 공간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에 차이가 있나요?
이 공간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분들은 어쩔 수 없이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다행히도 공간이 커지고 나서는 예전에는 쉽사리 들어오지 못했던 분들도 들어오세요. 개인적으로 주민 분들에게 고마운 게 구에서 이런 공간을 구에서 제공해줬다는 것에 대해 고마워하시는 마음으로 이용을 해주세요. 이제는 이 공간이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 자신들이 어떤 걸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주시고 노력해주세요. 더 많은 분들이 이 공간을 이용해야 이 공간이 계속될 수 있다는 걸 아시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주변 주민 분들에게 홍보하시기도 하고요.
공간이 커지고나서 어울샘을 처음 이용하시는 주민 분들은 이 곳을 서비스를 제공받는 곳이라고 인식하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인식을 바꾸는 작업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예를 들어 공간에 있는 이 테이블도 2014년부터 사용했던 테이블인데 주민 분들과 함께 직접 페인트칠을 해서 계속 사용을 하고 있거든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건물은 바뀌었지만 예전의 어울샘과 같은 어울샘이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곳이 아닌 주민들이 주인이 되어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있어요.
너무 친절하지 않으려고 해요. 청소해주시는 분들에게도 컵은 씻지 말아달라고 하거든요. 그리고 이미 예전부터 어울샘을 찾아주셨던 분들은 그런 마음들을 갖고 계세요. 주민 분들이 공간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애정을 가지고 이 공간을 함께 꾸려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공간을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은 사람이 있나요?
어울샘지기 분들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시간을 많이 보냈던 청년 동아리 분들도 기억에 남고요. 공간 바뀔 때 이 공간을 그만 떠날까라는 고민을 했을 때도 저를 잡아주신 분들도 지기 분들과 청년동아리 분들이었어요. 그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어울샘에 계속 함께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Q. 어울샘에서 앞으로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일상의 예술화, 예술의 일상화를 꿈꾸면서 일상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동기부여 프로젝트를 더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어울샘 만의 고유한 컨텐츠를 새롭게 만들어 꾸려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총체극을 하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총체극이라는 아이디어도 주민 분들이 주신 거예요. 대본, 연기, 작곡, 제작 등 1년 동안 총체극 하나만 만들어도 최소 12개의 프로그램이 필요하거든요. 어울샘의 정체성이 될 수 있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끌고 갈 것인지, 아니면 지금과 같이 더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친숙한 공간으로 끌고 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어요.
‘나’로서 자유로워지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Q. 어울샘이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는지
자유로운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여기 오는 순간 ‘나’로서 자유로워지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꼭 무언가를 해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이 곳에 오면 좀 게으르게, 나른하게 있어도 괜찮다는 느낌을 주는 공간이요. 아무것도 안한 채로 있다 보면 하고 싶은 게 생길 수 있으니까. 그 때 하고 싶은걸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로컬공간기록 프로젝트 도시작가 시즌2, 김봄이 작가
본 글은 서울시공동체공간 X NSPACE with 도시작가 프로젝트로 쓰였습니다.
금천마을활력소 어울샘
서울 금천구 시흥동 24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