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작가 with 공동체공간
높은 빌딩과 빼곡한 아파트, 셀 수없이 많은 자동차,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서울’을 떠올려 보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스치는 이미지는 이런 것들이 아닐까. 그런 서울에서도 이제는 왠지 옛날 옛적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은 ‘마을’을 만들어가는 사람들과 공간이 있다.
서대문구 천연동에 위치한 천연옹달샘이 바로 그곳이다. 원래 이곳은 오랫동안 방치된 가압장이었다. 점차 흉물처럼 변해가던 건물을 2017년 주민들이 공동체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게끔 리모델링을 거쳐 마을활력소로 재탄생시켰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마중물의 역할을 하길 바라며 지어진 '천연옹달샘'
천연옹달샘은 옹달샘이라는 말 그대로 이 공간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마중물의 역할을 하길 바라며 지어진 이름이다.
이곳의 공간지기이면서 천연동의 주민이기도 한 정수희 매니저를 만났다.
왠지 공간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을 것 같은데 공간 구성이 어떻게되나요?
1층은 다목적실이 있어요. 모임, 강의, 회의 등이 있을 때 이용하는 곳이에요. 안쪽에는 공유부엌과 사무실이 있어요. 주민들이 언제든지 와서 테이블에 둘러 앉아 이야기 나눌 수 있게 커피와 차 종류를 항상 비치해두고 있어요. 2층은 방 두 개랑 테라스가 있어요. 온돌방이어서 겨울에도 따뜻하게 이용할 수 있어요.
공간에 주민들이 많이 오가는 흔적이 보여요. 그런데 마을활력소가 지어졌다고 해서 바로 공동체가 생겨나는 것은 아닐텐데,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요?
이곳을 이용하는 주민들 중 대부분은 금화초등학교 학부형 엄마들이에요. 저도 마찬가지고요.(웃음) 몇 년 전에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엄마품애’라는 독서모임을 시작했어요. 좋은 모임을 이어가다가 구에서 지원하는 공모사업에 참여하게 됐어요. 공모사업에 참여하면서 서류와 절차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재미와 보람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러다가 마을활력소가 개소했고 공간이 생기니까 자연스럽게 모여서 이용하게 되었죠.
어떤 공모사업이었나요?
‘엄마밥상‘이라고 해서 마을밥상사업이었어요. 엄마들이 모여 밥을 해서 맞벌이가정 아이들에게 한끼 든든하게 먹이는 일을 했어요. 그 아이들을 통해서 부모님들도 천연옹달샘을 알게 되는 홍보효과도 있었던 것 같아요.
초기에 천연옹달샘이 활성화 되는 데에 엄마들의 힘이 컸겠어요. 엄마들 외에는 어떤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나요?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해요. 어르신들은 처음엔 뭐하는데인가 궁금해서 들어와 보셨다가 차 한잔씩 하고 가시곤 해요. 2층 공간은 오전엔 아기와 엄마들이 와서 놀다가기도 하고, 오후에는 학생들이 와서 유행하는 아이돌 음악을 틀어놓고 춤 연습을 해요. 와서 자유롭게 게임도 하고 공부도 하고 책도 읽어요. 아이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참 좋아요.
아이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참 좋아요.
자연스럽게 마을 아이들 돌봄 역할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들만 보내다가 동네 엄마들끼리 새롭게 알게되어 인연이 생기기도 해요. 그렇게 온 엄마들이 또 동아리를 만들기도 하고요.
공간을 통해서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네요. 기획해서 진행되고 있거나 모집 예정중인 프로그램은 어떤게 있을까요?
동네배움터라고 해서 골목길 그리기 프로그램이 있고 동네 주민들이 직접 강사가 되어 강의를 하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꽃집을 하시는 주민강사가 플라워 클래스도 열 예정이에요. 또 세대별로 모여서 이야기를 기록해서 아카이빙북을 만드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꼭 이 공간에서 하지는 않더라도 천연옹달샘을 통해 모여서 다른 활동을 하기도 해요. 예를 들면 자치회관에서 쿠킹클래스를 열기도 해요. 나라사랑채와 청소년들이 교류하는 프로그램도 진행 예정이에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다양한 주민들을 모이게 하려는 노력들이 엿보여요. 그러다보니 운영에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밴드를 운영해도 보는 사람들만 보고, 포스터를 붙여도 오는 사람들만 오는 경향이 있어요. 어떻게 더 많은 주민들이 이 공간에서 서로 만나며 교류하게 할 수 있을까 늘 고민이에요.
그리고 공모사업은 지원과 활동 기간이 정해져있다는 한계가 있다 보니, 공모사업이 끝나고 모임을 지속하게 하는 부분이나 지원금 없이 자립적으로 프로그램을 꾸려야 하는 것이 아무래도 어렵죠.
어떻게 더 많은 주민들이 이 공간에서 서로 만나며
교류하게 할 수 있을까 늘 고민이에요.
어떤 방식으로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계실까요?
공간을 운영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생기도록 힘쓰고 있어요. 모두가 운영자 같이 모임을 만들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행히 이곳을 통해서 전에는 없던 공동체가 생기는 것을 보곤 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동체를 경험 해 보지 못해서 그렇지 한번 공동체를 경험하면 그 가치를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내 아이들도 지금처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역동이 끊임없이 일어나며 마을 사람들이 편하게 찾고 이용하는 공간.
정말로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공간인 것 같네요. 공간지기로서 바람이 있다면요?
멀리 보면 나중에 내 아이들도 지금처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지금 이용하는 주체는 언제든 생겼다 없어질 수 있지만 그런 역동이 끊임없이 일어나며 마을 사람들이 편하게 찾고 즐겁게 이용하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
주민분들도 내 공간이다 생각하고 이용해 주시고, 꼭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해야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사는 이야기나 동네 이야기도 하고 노년과 미래까지도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가 되어 공동체가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로컬공간기록 프로젝트 도시작가 시즌2, 박호연 작가
본 글은 서울시공동체공간 X NSPACE with 도시작가 프로젝트로 쓰였습니다.
천연옹달샘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로10길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