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창작자들과 마을 사람이 만나는 일상 속 예술 공간

도시작가 with 공동체공간

by 앤스페이스 NSPACE

창작자들과 마을 사람이 만나는 일상 속 예술 공간,

홍제천로 카페 샘



지인이 두꺼운 책을 읽고 있었다. 뭐냐고 물었더니 한 카페에서 미학(美學)에 관한 공부 모임을 한다고 했다. 저런 두꺼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누굴까 호기심이 생겼다. 우연히 그의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봤다. 여섯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공간에 딱 맞게 둘러앉아 책에 집중한 모습. 흔치 않은 광경에 다른 활동을 자세히 보게 되었고, 그렇게 카페 샘을 알게 되었다.

카페 샘은 가좌역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커피를 파는 곳이지만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거나 성수동 카페거리처럼 일부터 찾아가는 길목은 아니다. 주변은 커피를 소비할만한 젊은이보다 노인이 더 많은 조용한 주택 지구다. 재개발 이슈가 있는 곳이어서인지 예스러움이 느껴진다. 문들이 서로를 마주보는 낮은 지붕의 주택 골목. 바로 옆 나무 사이에 숨어있는 조그마한 놀이터. 샘은 어쩌다 이곳에 둥지를 틀게 되었을까.


주변은 조용한 주택 지구다.
문들이 서로를 마주보는 낮은 지붕의 주택 골목.
바로 옆 나무 사이에 숨어있는 조그마한 놀이터.
1.JPG 카페 샘의 건물 외관. 샘과 밭의 특색있는 간판이 눈에 띈다.

홍제천을 지난지 얼마 안되어 카페 샘이 보였다. 그런데 카페 샘만큼 ‘밭’이라는 간판도 눈에 들어왔다. 샘과 밭은 어떤 관계일까 생각하며 공간에 들어서자 세 명의 운영진이 반겨주었다.


2.JPG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카페 내부

창작자들과 마을 사람들이 만나는 일상 속 예술 공간

카페 샘은 최경민 대표, 송하진 이사, 임예은 매니저, 정혜진 디자이너가 함께 일궈나가는 곳이다. 최경민 대표는 원래 유통업 종사자로 2014년 4월 ‘밭’에서 세 명의 친구들과 채소가게를 시작했다. 채소가게를 하다 바로 옆 공간을 터서 카페로 운영하기 시작한 게 ‘샘’이다. 샘에서 다양한 문화적 활동이 일어나길 바랬던 최경민 대표의 마음 때문이었는지 공간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임예은 매니저도 샘에서 전시를 하다 만났고 지금은 샘의 구성원이 되었다.


3.JPG 인터뷰 중 카페 샘을 소개하는 문구

“샘과 밭을 카페로 합치면서 공간이 외진 곳에 있고 작지만, 재미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했을 때 그걸 쉽사리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었죠. 여기는 유동인구도 없고 그때는 공간도 매력적이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다 이 친구(임예은)가 어떤 계기로 전시를 했는데, 적극적이고 사람들을 아우르면서 같이 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그래서 함께하자고 제안을 했죠. 그런 건 처음이었어요. 아무것도 없는데 제 말만 믿고 그냥 ‘같이 가보자’가 된 거니까. 그 당시에 제가 이 친구에게 돈을 많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말밖에 없었던 건데 그걸 믿고 이 과정을 같이 밟아왔던 거는 저에게 되게 감사한 일이죠.”


아무것도 없는데 제 말만 믿고 그냥 ‘같이 가보자’가 된 거니까.
그걸 믿고 이 과정을 같이 밟아왔던 거는 저에게 되게 감사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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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분위기의 내부. 한쪽 벽면에는 그간 진행되었던 모임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카페 샘

연결되고, 연결되는. 편안하고, 해보고 싶은 공간

샘은 낮에는 지역주민을 위한 카페이자, 밤에는 청년들을 위한 예술 공간이다. 2017년 10월부터 임예은 매니저가 함께하며 문화예술 공간으로써 더욱 활기를 띈다. 올해 5월부터는 샘에서 프로젝트로 만난 정혜진 디자이너도 함께하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활동한지 2년도 안되었지만 15평 남짓한 공간에서 꾸준한 이벤트가 열린다. 샘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순수한 재미가 있다. 길고양이를 위한 연주회가 열리고, 김혜영 강사와 토마토를 심으며 자연의 순환 과정을 살펴본다. 일상에 살이 붙어 모임의 주제가 된다. 몇몇 예술가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제안한다고도 한다. 이전 모임에 왔던 사람이 다음 모임에 아이디어를 내고 그의 주변 사람들도 샘에 흘러들어온다.


6 ⓒ카페 샘 (5).JPG 마을 주민들과 토마토를 함께 심는 모습 ⓒ카페 샘

“청년 예술가 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곳을 찾지만 대부분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갖춰야하는 조건이 까다롭거나 이미 접근하는데서 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들이죠. 이 공간이 흥미롭다고 생각되고, 팬층이 생길 수 있는 이유는 그런 제도적인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청년들이 해보고 싶은 걸 하고, 재밌게 하면 되지 뭐. 이런 분위기가 청년들의 니즈와 맞아서 지속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공간

홍제천로에는 카페 샘 말고도 보틀팩토리, 롯지 등 여러 카페가 있다. 카페를 운영하는 비슷한 또래의 청년들이다 보니 서로 공감하고 교류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예로, 샘에는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보틀팩토리에서 받아온 텀블러들이 있다. 반납이 가능하다면 환경을 위해 빌려갈 수도 있다. 같은 업종이지만 경쟁자가 아니라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이웃이 된다.


7.JPG 한켠에 놓인 보틀팩토리에서 받은 텀블러

“얼마 전에 취중토론회를 열었는데 젊은 사람이 자기 사업을 시작할 때 버티는 일이 힘들고 외롭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잘 한 걸까’라는 막연한 생각도 들고, 우주 한가운데 떨어진 기분이고. 자기 브랜딩을 해나가는 청년들이 버티는 생활을 하고 있는 거에요. ... 샘이 단순히 사업이 확장되는 개념이 아니라 동네에서 젊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또 각자할 때는 각자하면서 ‘아냐, 너 잘하고 있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웃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동네에서 젊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또 각자할 때는 각자하면서
‘아냐, 너 잘하고 있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웃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8 ⓒ카페 샘 (10).jpg 최근 진행되었던 취중토론회에 참여한 멤버들 ⓒ카페 샘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공간 사진을 촬영하다 문 사이에 끼워둔 벽돌이 눈에 띄었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게 틈을 남겨두는 공간이라는 게 느껴졌다. 샘은 커피만을 파는 다른 카페와는 다르다. 샘에 가면 평가 받기보다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그렇게 때문에 나도, 다른 청년들도 샘에게 끌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샘이 오래도록 버텨서 청년들의 순수한 재미를 지켜주는 브랜드가 되기를 바란다.

로컬공간기록 프로젝트 도시작가 시즌2, 안채윤 작가

본 글은 서울시공동체공간 X NSPACE with 도시작가 프로젝트로 쓰였습니다.



카페 샘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2길 100

https://www.facebook.com/placeSA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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